[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물론 정답은 없으며 사람마다 질환마다 다르겠지만 사회불안장애, F32.1, F90.0 진단을 받고 약물을 10달 정도 먹고 병원 다니고 하는데, 문득 정신과를 수없이 다니면서 느낀 건데 한 번 외래 갈 때마다 대략 6, 7개월씩 꾸준히 다니다가 별 차도를 못 느끼면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 그만 다녔는데요.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대개 저랑 비슷한 진단을 받은 분들은 대략 얼마 정도쯤 다녀야 좀 호전이 되면서 완치가 될까요. 솔직히 너무 힘드네요. 하다못해 다리를 다쳐서 정형외과를 다니면서 물리치료 받는 것도 계속 받으면 지겨울 정도로 못 견디겠는데 평균적인 치료 기간이 궁금합니다. 최장 얼마까지 갈지.
그리고 저랑 비슷한 진단을 받은 분들은 환자 스스로의 낫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도 필요한 거겠죠? 정신과는 다른 과처럼 본인의 노력은 필요 없어도 되는 건가요? 몸과 마음 정신은 다 하나로 연결되어있단 말도 들어서.. 도무지 모르겠네요. 혼란스럽네요.
유튜브라던지 어디 정신과 선생님들이 나오셔서 말씀하는 걸 보면서 항상 들었던 생각이 이게 뭐랄까 꼭 보면 뇌 기능적 문제로 인해 우울증이라던지 조울증 ADHD 등 같은 문제가 생기는 거라면서 약물치료를 추천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던데 정녕 정신과에는 약물치료 외에는 다른 치료법은 없는 걸까요..ㅠㅠㅠ
빨리 낫고 싶지만 제 노력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그냥 약만 잘만 먹어도 되는 건지 힘드네요. 같은 선생님 만나서 이제는 뭘까. 상담할 때 할 말도 없고요. 그냥 만나면 넋두리만 주구장창 하다 오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라면 최근에는 취업준비생이라 회사 취직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공부를.. 아니 책상에 앉는 걸 때려죽여도 못 하겠고.. 오래 버텨 봐야 반나절 4시간이 전부라서.. 스스로가 자괴감 자책감 들고 미치겠는데.. 이거는 사실 제 노력이 약물치료보다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자꾸 정신과 가서 주구장창 상담받고 약물만 먹어봤자 제 스스로의 노력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먼가 약물로 치료하는 게 맞는 건가 싶고 뭐 최종 판단은 제가 다니는 병원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해주시겠지만 되게 답답합니다ㅠㅠ
ADHD, 우울증 같은 경우는 약물효과가 예후? 같은 게 좋은 병이라는데 지금 한 10달 정도 꾸준히 약 먹고 있는데 되게 답답하네요. 빨리 낫고 싶은데...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희주입니다.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언제, 어떻게 증상이 좋아질 수 있을지에 대한 혼란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치료 경과와 관련된 일반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요 우울증의 경우 평균적으로 6~9개월 정도의 유병 기간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경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주요 우울증이 아닌 기분부전장애나 순환성장애와 같은 우울 관련 질환들을 포함할 경우에는 더 다양해집니다.
사회불안장애는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그 과정에서 증상들이 조금씩 나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ADHD는 치료보다는 관리하는 질환에 가깝습니다. 약은 ADHD를 뿌리째 뽑기보다는 낮은 집중력을 향상하는 기능적 역할을 담당합니다. ADHD는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과를 보입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은 평균적인 이야기일 뿐 개개인에 따라 경과와 예후는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적 질환에서처럼 명확한 치료 기간을 정하고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정신과 질환은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신체적 질환과 다르게 개념적인 성격이 크기 때문에 질병의 분류가 비교적 덜 명확한 편이고,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큽니다.
글쓴이분의 예를 들면 사회불안장애로 인한 불안감과 부정적 평가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ADHD로 인한 낮은 집중력, 이로 인한 부적응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 우울증 자체가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되어 ADHD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왜곡, 자존감의 저하 등이 사회불안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세 가지 질환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주치의와 긍정적인 관계, 지속적인 면담,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찌 되었건 치료를 통해 결국에는 증상이 나아지는 것은 여러 연구들과 임상사례를 통해 명확히 증명된 사실입니다. 힘드시겠지만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차분히 치료를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한순간의 완치나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보다는 조금씩 나아지는 사소한 변화들에 주목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어느새 회복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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