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패턴 알기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지난 시간에 알려 준대로 나의 감정을 찾았다. 또한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인내심을 발휘해 나의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지 않고, 감정을 통해 나의 생각을 찾았다.
 

1. 생각을 바꾸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 :
생각은 우리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너무나 빨리 지나쳐 버리기 때문에, 생각을 아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감정을 알아야 한다.

2. 생각을 바꾸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 :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낸다고 해서 이 감정이 왜 생겼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감정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더 급하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두 관문을 이겨내고 나의 생각을 찾아낸 것이다.

내 앞을 얄밉게 끼어든 차에 욕을 하며 쫓아가지 않고,
‘큰일 날 뻔 했잖아!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 줄 알고’, ‘나를 무시하는 거야 뭐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찾아냈다.
 
그런데 아무리 ‘저 사람은 뭔가 엄청 바쁜 일이 있을거야!’라는 생각으로 바꾸어 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뭔가 내 머리에 억지 옷을 입혀둔 것 같다. 괜찮은 척, 좋은 척, 긍정적인 척, 화가 나지 않은 척 하는 억지 옷을 말이다. 생각은 바꾸려는 척만 하는 것 같고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화가 난 세상도 그대로다.
 
생각해보니 정신과 의사 양반이 한 말은 ‘이런 나쁜 생각을 하지 말고, 저런 좋은 생각을 하세요. 그러면 기분이 좋아집니다’라고 한 게 다인 것 같다. 생각이 어쩌고, 감정이 어쩌고, 이것저것 설명하는 말에 속은 것 같다.
 

사진 픽사베이


그렇다. 맞는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잘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하세요’
우울한 사람에게 ‘밝게 생활 하세요’
불안한 사람에게 ‘자신감을 가지세요’
화가 난 사람에게 ‘화 푸세요’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이좋게 지내세요’
공부를 못하는 사람에게 ‘공부 열심히 하세요’
취직을 못한 사람에게 ‘노력하세요’
 
라는 정도의 조언을 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도 다 아는데 안 되는 걸 어쩌란 말이냐!’라고 외치고 싶은 조언을 말이다. 
   
아직까지는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는 우리의 생각을 온전히 찾아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내 생각의 단순히 겉으로만 보이는 표면을 찾았을 뿐이다. 표면의 아래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거대한 뿌리가 있다. 우리는 내 생각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 생각 바꾸기가 어려운 세 번째 이유다.
 
여기에서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생각을 바꾸면 기분이 달라진다는 결론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 어쩌구, 감정이 저쩌구, 주저리주저리 쓸데없이 길게 설명한 ‘과정’에 있다. 또한 이런 과정의 무수한 ‘반복’에 있다.
 
1. 어떤 상황에 부딪혔다.
2.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으나 너무 빨라서 알아차리지 못했다.
3.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4. 감정을 거슬러 올라가 내 생각을 찾을 수 있었다.
5. 내 생각을 가능한 좋은 쪽으로 바꾸어 보았다.
 
수많은 상황에서 이런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다 보면 어떤 ‘패턴’이 보인다. 이러한 ‘패턴’을 다시 또 찾아가보면 생각의 뿌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픽사베이


매일 밤 5분만 다음 질문에 답하는 노력을 반복해보자.


1. 오늘 느낀 가장 강렬한 감정을 적어보세요.
2. 느낀 감정의 정도를 숫자로 표현해보세요.
(약한 감정 0에서 최고 강렬한 감정 10까지)
3. 그 때의 상황에 대해 적어보세요.
4.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을 적어보세요.
5. 당시 나의 반응은 어땠나요? 어떤 신체감각의 변화가 있었나요? 어떤 행동을 했나요?
6. 감정에 따른 반응으로 어떤 결과가 있었나요?
7. 이 일로 깨달은 게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적어보세요.
(8. 여유가 된다면 자신이 가장 신뢰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질문에 답한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자.)

  
1.
매일 밤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스스로 자신만의 ‘패턴’을 알 수 있다. 어떤 상황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신체감각의 변화가 있고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지, 생각, 감정, 신체감각, 행동의 ‘패턴’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상황마저 자신이 반복적으로 만들어간다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화 낼만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이 싫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술자리를 만들어내듯이 말이다.)
 
이러한 ‘패턴’을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다. 이러한 ‘패턴’을 알게 되면 생각을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턴’을 알게 되면 자신이 한 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이것을 느껴야지만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을 스스로 느끼기 전에는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 자신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옳다는 고집이 있기 때문이다. 옳은 생각을 바꿀 이유는 없지 않은가?
 
‘큰일 날 뻔 했잖아!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 줄 알고’, ‘나를 무시하는 거야 뭐야!’라는 생각이 ‘저 사람은 뭔가 엄청 바쁜 일이 있을거야!’라는 생각으로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이 옳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과정을 통해 ‘아! 내가 화를 잘 내는 사람이고(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화를 내야 될 상황이 아닌데), 평소에 무시 받는다, 피해 받는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무시 받는다, 피해 받는다는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닌데) 알게 된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생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알게 될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아 내가 또 화를 내고 있구나! 내가 또 잘 못 생각한 게 있지 않나?‘하고 스스로 생각을 바꾸는 과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2.
매일 밤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스스로 자신만의 ‘패턴’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패턴’을 바꿀 수도 있다. 자신이 한 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더라도 말이다.
 
신경세포는 자극을 받는 쪽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자극이 없어지면 퇴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신경계 가소성’이라한다.
 
예를 들어서 평소 오른발로 공을 차는 것을 연습한 사람은 공이 굴러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오른발로 공을 찰 것이다. 이유는 오른발잡이라서가 아니라 오른쪽으로 이런 신경 회로가 공고해 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왼발로 공을 차려면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왼발로 공차는 연습을 하면 왼발로 곧 잘 차기 시작할 것이다. 왼쪽으로도 이런 신경 회로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오른발로 공차는 연습을 멈춰버린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오른발이 더 어색해 질 것이다. 오른쪽의 신경회로가 퇴화되기 때문이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생각 역시 뇌의 신경회로가 이루어져야지만 형성된다. ‘패턴’화 된 생각은 그 쪽으로 신경 회로가 공고해 졌다는 말이다.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오른쪽으로 신경회로가 공고해졌다는 말이다. 이를 막으려면 자꾸 생각을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서 앞의 7번 물음 - 이 일로 깨달은 게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적어보세요. 은 중요하다. 7번 물음의 답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저절로 생각이 바뀐다는 말이다. 지속적으로 좋은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쁜 생각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신경계 가소성에 의해서.
 
이번 시간에는 생각 바꾸기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알아봤다.
매일 밤 5분만 위의 질문에 답하는 노력을 반복해보자. 생각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고, 삶이 바뀔 것이다.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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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많은 사람이 도움 받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선생님의 글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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