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관계 연애·결혼
배우자의 모습을 조각하다 『미켈란젤로 효과』
한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9.10 09:03

[정신의학신문 : 잠실 하늘 정신과, 한승민 전문의]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Michelangelo)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인근 공터에 방치된 거대한 대리석을 보고는 마음을 빼앗겼다. 이 대리석은 오래전 한 조각가로부터 너무 거칠고 크다는 이유로 조각이 중단된 후, 50년이란 세월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그 대리석을 직접 조각해보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여 2년간 열정적으로 조각에 매달렸고, 그 상처 나고 방치된 돌덩이는 우리가 아는 다비드상으로 완성되었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을 다듬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부부나 연인이 파트너를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을 미켈란젤로 효과(Michelangelo Effect)라고 한다. 사이가 좋은 부부는 부담 없는 수준에서 서로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품고 있으며 이를 충족시키려 의식적, 무의식적 노력을 하게 되기에 많은 경우 상대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배우자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달라지기를 바라고 또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때문에 우리는 배우자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잘 되지 않을 때면 다투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설명하고 이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태도는 대부분 성공적이지 않다. 많은 경우 ‘당신은 문제가 없는 줄 알아?’와 같은 말로 맞받아치거나 더 큰 요구로 이어져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배우자의 모습으로 조각해 나갈 수 있을까.
 

사진_픽사베이


배우자가 달라지고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기를 원한다면, 내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먼저이다. 즉, 배우자 또한 내 생각과 마찬가지로 내가 어떻게 달라졌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있을 텐데, 이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부부들이 배우자가 어떻게 바뀌고 달라졌으면 하고 요구하는 점들은 많지만, 정작 내가 어떻게 달라졌으면 하는 상대방의 바람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말로 표현해달라고 하면 하지 못하거나 전혀 다르게 알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상대방이 이전과 달라져 좋은 부부관계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부부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충분히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고 요구하는 대로 상대방을 변화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돌이켜 보건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시도도 매번 실패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내가 먼저 배우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기 위해 노력하고, 나를 통해 배우자 또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자 결심하게 만드는 것은 그보다 쉬운 일이다. 아니, 어쩌면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불화 부부는 배우자가 먼저 변하면 자신도 그때 가서 바뀌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많은 부부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이다. 대개, 배우자가 긍정적으로 다가오면 좋은 반응을 보이지만, 부정적으로 다가오면 그만큼 거칠게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배우자가 부정적으로 다가올 때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이는 얼마든지 내 선택에 달린 문제이다. 그리고 이때야말로 부부 갈등이 멈추고 관계의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부정적으로 접근할 때 좋게 반응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상대방도 점차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기억할 점은, 누군가가 먼저 긍정적인 접근과 반응을 시도하지 않으면 부부관계는 영원히 부정적인 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훌륭한 조각가가 되어야 함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부부관계에서 훌륭한 조각가란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 진심 어리게 듣고 이를 충분히 이해하며, 기꺼이 먼저 달라지는 것을 시도하는 배려심 깊은 사람이다. 미켈란젤로는 거친 대리석 속에서 천사를 보았고 자신은 불필요한 돌조각들을 떼어줬을 뿐이라고 했다. 좋은 부부는 이처럼 상대방이 가치와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배우자의 불필요한 돌조각들을 떼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완성될 것이다.

 

*  *  *
 

정신의학신문 마인드허브에서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20만원 상당의 검사와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한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현재 비회원상태입니다. 비회원 상태의 댓글은 따로 표시가 됩니다.
로그인하신 후 댓글을 남기시겠습니까?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CONTACT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105-87-08929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및 대표자: 박소연  |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2-725-1510
통신판매업신고 번호: 제 2020-서울종로-0423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20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