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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부부의 세계] 내가 선택한 결혼, 사랑이 선택한 싸움- 애착욕구로 살펴본 배우자와의 관계
한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6.18 06:15

[정신의학신문 : 잠실 하늘 정신과, 한승민 전문의] 

 

젊은 층으로 갈수록, 더 이상 결혼은 인생의 과업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는 결혼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되는 시간적 여유와 삶의 주체성을 더 챙길 수 있는 면도 있고, 결혼 생활에서 갖게 되는 역할과 책임의 부담도 있을 것이다. 또한 여기에는 행복하지 않은 부부의 삶을 이전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 

허나, 이에 대한 어려움이나 사소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더 감정적으로 대하고 반응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왜 결혼을 해서 저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사랑했고 더 가까워지려 선택한 결혼에서, 부부는 왜 더 멀어지고 미워하게 되는 것일까. 왜 부부 싸움은 그렇게나 흔한 것이 되었을까.
 

사진_픽사베이


이에 대한 정신의학적 관점을 살펴보려면 어린아이의 모습을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본디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 우선 보고자 함이다.

다섯 살 아이와 아빠의 공놀이 장면을 떠올려 보자. 만약 아이가 아빠에게 공놀이를 하자고 조르는데 매번 아빠가 이를 거절하면 아이는 처음에 울고 바닥에 드러눕는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빠가 아이를 신경 쓰지 않고 가버리려고 하면 아이는 벌떡 일어나 아빠한테 매달리는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더 이상 울지 않고 울적한 반응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아빠한테 다시는 공놀이를 하자고 조르지 않게 된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존 볼비(John Bowlby)는 아이들이 애착(attachment)대상인 부모에게 원하는 돌봄을 받지 못했을 때 보이는 반응은 다음 네 가지 순서로 진행된다고 하였다. 1. 분노하고 항의하기(angry protest) 2. 정신없이 매달리고 찾기(frantic clinging & seeking) 3. 절망과 우울(despair & depression) 4. 분리(detachment)가 바로 그것이다.

 

동물 중, 사람의 아기는 가장 유약한 상태로 태어나 운동성을 더디게 갖춰간다. 높은 지능을 갖추고 태어나지만,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생존에 취약한 신체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지닌 본능이 위에서 볼비가 말 한 ‘애착’이다. 그래서 의지하고 함께 하려 하고, 원하는 바를 요구하다 이 부분이 안되면 매달리고 죽기 살기로 몸부림친다.

위에서 드러냄이 솔직한 아이의 모습과 같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함께 하지 않는 부모를 향한 반응은 격렬하다. 있는 힘껏 매달리고 몸부림치다, 깊이 마음 아파하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이렇듯, 가장 가까운 상대에게 위로와 보호를 구하는 것에 생존을 둔 생물이 바로 사람인 것이다. 일부러 꾸며 나타내는 것도, 학습된 것도 아닌, 갖고 태어난 우리 본능적 모습 그 자체인 것이다. 이러한 사람의 특징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Harry Harlow)는 새끼 원숭이 한 마리와 두 가지의 어미 원숭이 모형을 우리에 넣어두는 실험을 진행했다. 어미 원숭이 모형 중, 하나는 딱딱한 철사로 만들었지만 생존에 필수적인 젖병을 매달아 두었고, 다른 하나는 젖병은 없지만 부드러운 헝겊으로 쌓아 두었다.

실험 결과, 새끼 원숭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헝겊 원숭이 모형에 붙어서 생활을 하고, 가끔 배가 고플 때만 철사모형 원숭이에게 올라가 젖병에 있는 우유를 마시고는 이내 헝겊 원숭이에게 돌아와 몸을 비비면서 휴식을 취했다. 뿐만 아니라 모형과 떨어져 있던 새끼 원숭이에게 겁을 주면, 재빨리 헝겊 어미 원숭이에게 달려가 마음의 안정을 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철사 어미 원숭이와 지낸 새끼 원숭이는 헝겊 어미 원숭이와 지낸 새끼 원숭이와 비교했을 때,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불안정한 채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애착관계는 건강한 생존에 중요한 본능임을 확인하였다.

 

또, 볼비는 인간이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도 말한다. 인간은 평생 지지와 보살핌을 받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려는 생존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의 맥락과 이러한 볼비의 설명을 통해, 때론 ‘미친 짓’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결혼을 애착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생존에 필수적인 애착을 아이였을 때 부모로부터 얻고자 했다면, 성인이 되어서는 배우자에게로 얻고자 하는 대상이 이동한다. 그래서 부부관계 안에서 보이는 애착은 아이와 부모 사이에 보이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 배우자와의 정서적 교감이 없을 때면 상실감과 위협감을 느끼며 더 친밀해지려 한다. 본능적 애착이 채워지지 않거나 멀어짐을 느낄 때면, 생존의 위협 반응으로 격렬한 반응을 전하게 된다. 

 

앞서 어린아이와 부모의 모습을 보았듯, 이번에는 성인이 배우자와 갈등이 발생한 상황을 떠올려 보자. 처음에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 보다가, 아무리 해도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화를 내고 심지어 큰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는 것이 없고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게 되면 상대방의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우울해하다가, 마침내 ‘다시는 배우자와 이 문제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어.’하고 다짐하며 냉담하게 된다. 애착의 대상을 원하고 애착을 얻지 못해서 실망하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반응은 다섯 살 어린 아이나 성인에게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또한 가장 가까운 사람인 배우자와 성공적인 애착결합은 두 사람에게 안전감(safety)과 안정감(security)을 주게 되는데, 아래 실험은 이를 증명해 보여준다. 

부부치료자인 수 존슨(Sue Johnson) 박사와 동료들은 고통을 받을 때 사이가 좋은 배우자가 손을 잡아주는 것이 미치는 효과를 연구했다. 피험자들의 발목에 간헐적인 전기 충격을 가하는 환경을 만들어 두고, 충격 당시 고통에 얼마나 반응하는지를 fMRI를 통해 관찰했다.

연구 결과,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있을 때는 반응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fMRI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그 어떠한 고통도 참고 견딜 수 있다는 말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선천적으로 인연을 맺고 의존하게끔 되어 있고, 의존은 사람의 조건 중 필수적인 부분이다. 볼비는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한두 명의 타인과 상호 안전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라 주장했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성장과 위로의 안식처인 애착 대상이 필요하다. 그 본능적 필요로, 부부는 불꽃 튀는 ‘사랑과 전쟁’ 중이다.

이 글을 통해 같은 목표를 갖고 전쟁을 하고 있는, 알고 보면 나의 유일한 아군 ‘배우자’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길, 애착의 눈으로 나와 배우자의 아이다움을 이해해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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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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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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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8 06:41:01

    슬프네요 화내고 매달리다가 결국은 포기한다는게...결국은 사랑하지 않는다는거군요 사랑한다면 저렇게 멀어지도록 상대를 내버려두지는 않을거 같아요 저라면 적어도 대화는 시도해볼것 같아요 사랑하지않는 상대에게 차라리 솔직히 말해주는게 상대를 위한일 아닐까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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