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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부부의 세계] 아내도 옳고 남편도 옳다
한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7.04 08:14

[정신의학신문 : 잠실 하늘 정신과, 한승민 전문의] 

 

이혼을 고민하거나 결정해가는 이야기가 더 가까이에서 들려오고 있다. TV에서는 부부 불화와 이혼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영화나 인터넷 매체에서도 그러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부부 갈등의 다양한 주제에는 배우자의 외도, 고부갈등, 그리고 이해가 어려운 배우자의 성격도 한몫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오랫동안 함께 할 것을 맹세한 부부가 힘들게 이혼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 2020년 6월 기준 최신 통계청 자료. 기타 및 미상의 항목은 제외.


위의 그래프에서 나타나듯, 이혼 사유에는 두 사람의 성격차이가 독보적으로 높다. 다음 순위 다섯 항목을 모두 합쳐도 성격차이의 비율에 못 미치는 정도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격차이’ 안에는 비단 성격뿐 아니라 생활습관 및 생각의 차이 등이 포함된다. 즉, 부부가 얼마나 서로를 다르게 느끼는지를 말한다.

아마도 두 사람이 만나서 결혼을 결심했을 때는 이토록 성격차이가 둘의 결혼 생활에 장애물이 될지 몰랐을 것이다. 혹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극복해 갈 것이라는 서로를 향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얕았던 차이의 골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깊어지고, 어느 날 상대방에게 도저히 건너가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깊어져 이혼을 결정하게 된다. 
 

사진_픽셀


이혼과 부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성격차이라면, 부부가 느끼는 이 간격을 줄임으로써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이 느끼는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줄이는 것은 결혼 생활 지속 여부를 넘어, 다시 행복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다면 성격차이는 어떻게 줄여 나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사람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 힘들듯 두 사람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부부가 정말 나아가야 할 방향은 두 사람의 성격차이를 줄여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다른 사람임을 알고 이를 인정해주는 과정이다. 이것이 성격차이로 힘들어하는 부부를 치료해가는 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위의 과정을 보여주는 각색된 사례이다. 

원준 씨는 지영 씨와 결혼 5년 차로 아들이 한 명 있다. 원준 씨는 얼마 전 회사에서 본인 앞으로 1년간 지방에 위치한 지사 발령 근무 요청을 받았다. 원준 씨는 이번 지사 근무만 끝나면, 원하던 승진을 하게 될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아내가 이를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영 씨도 일을 하고 있기에 남편과 함께 지방에 갈 수는 없고, 1년 동안 주말부부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때문에 승진도 좋지만 지방 발령은 거절해 달라고 남편에게 요청했다. 결국, 두 사람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아 큰 다툼이 되었다.

원준 씨는 1년만 참으면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살 수 있기에 자신의 생각이 옳은 결정이라 생각했고, 지영 씨는 아이가 자랄 때는 아빠가 옆에 있어주는 것이 돈보다 더 중요하기에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여겼다. 
 

원준 씨와 지영 씨는 누가 옳은지 판가름을 내달라고 진료실을 찾았다. 가정의 경제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원준 씨가 옳을까,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영 씨가 옳을까. 

원준 씨 역시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주말에만 가족을 만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허나, 1년이라는 기간만 참으면 승진을 하고 월급도 올라, 세 가족이 지금보다 더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행복하게 될 미래의 시간에 대한 기대가 있다. 즉, 원준 씨가 지방으로 발령을 가려는 궁극적인 이유에는 아내와 아이, 가족 전체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

반면, 지영 씨는 셋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 매일 저녁때면 가족이 모여 이야기하고 함께 잠드는 현재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1년이 길게만 느껴지고 그 시간을 각자 보낸 후, 가족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 확신할 수도 없기에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기만 하다.

중요한 결정에 있어 원하는 방향이 달라 성격과 가치관 차이를 운운하며 싸웠지만, 결국 지영 씨와 원준 씨가 다툰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을 더 잘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부치료를 통해 알아가게 되었다.

 

부부 갈등에서 표면적인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갈등을 해소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킨다. 부부가 따지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애초에 결판이 날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이 옳고,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아내가 옳다. 위의 원준 씨와 지영 씨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결국 가족의 행복이었다.

부부는 다투는 와중에도 상대방이 거칠게 내뱉는 표현 속, 이면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서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배우자를 고치려는 태도를 내려놓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남편도 옳고 아내도 옳다. 부부가 서로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부부 싸움은 멈추지 못하게 된다. 

대부분의 부부가 결혼 생활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지는 행복, 안정, 사랑, 인정과 같은 것들로, 결국 두 사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부부치료를 받다 보면 알게 된다. 눈앞의 갈림길(방식)을 두고 다투지만 도착지(목적)는 결국 같음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동반자’로서의 배우자를 보는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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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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