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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무너져 가는 어머니를 돕고 싶어요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7.20 02:12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저는 올해 군 전역을 하고 복학한 대학생입니다.

유년 시절부터 저는 부모님 사이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음,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어머니를 통해 느낄 수 있었지만, 부부간의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관계에서 주된 문제는 아버지에게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흔히 들어온 이야기이면서도 막상 제 이야기라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아버지는 젊었을 시절에 주식과 도박을 해오면서 제 생각에 결혼 전부터 정신적으로 건강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혼 후에도 도박은 제가 태어난 이후로 끊은 것 같지만, 주식은 끊지 않으셨습니다. 주식의 시작 이유를 어머니에게 들어보면, 보증을 잘못 서서, 그걸 갚아보려고 시작하셨다 했지만, 지금의 상태까지 이른 것을 보면 제 생각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여튼 저희 아버진 대출로 끊임없이 주식을 하셨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채까지 손을 대셨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연말이나 연초에 가족들에게 재정 상황을 폭탄 터뜨리듯이 통지하셨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식이셨습니다.

물론 돈 상황이 심각해지면 전조 증상 같은 게 있습니다. 과음하신 후 집에 오셔서 어머니와 다툰 후 집안의 물건을 깨부수거나 어머니를 때린다든지 전조 증상일 뿐만 아니라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는 그 증상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해마다의 반복이 제 기억이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처음에 어머니는 그저 맞고 있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서로 때리셨습니다. 그럼 제가 말리는 식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싸울 때마다 저는 뭔가 감정의 문을 잠가버리고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의 나를 다른 누군가 알아줬으면 싶었습니다.

저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생도 한 명 있는데 배울 점이 많은 친굽니다. 하지만 제 동생은 뭔가 트라우마라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란 스위치를 누르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하튼 어느 순간 이후로 어머니에게 왜 이혼하지 않냐고 물어 왔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저와 제 동생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혼했을 때의 사회적 눈초리와 자괴감도 너무 무섭다고 말하십니다(저희 어머니는 자기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제가 보기에도 사회적으로 유능하고 거기에 센스까지 있는 인기 있고 존경받는 사회 구성원입니다. 이혼은 그런 어머니에게 회복 불능한 부상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와 동생에게 더 독이라고. 그렇게 말하면, 어머니는 가족이란 게 그렇게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잘려나가는 것이 아니라고 또, 아버지의 퇴직 연금은 받아야 할 것 아니냐고 즉, 경제적 이유도 있다는 말씀이십니다. 여하튼 저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머니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아들에게 섭섭해하십니다. 

그런데 최근에 한 번 더 주식이 터졌습니다. 결국, 아버지 연금도 다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전에는 ‘또? 우리 집은 왜 이래?’였다면 이제는 정말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가족은 어머니, 동생, 나 이렇게 셋입니다. 이혼에 관한 문제도 이제는 이해를 포기하고 제가 아버지를 보지 않는 것으로 하려 합니다.

 

문제는 어머니도 한계에 이르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연금도 못 받게 되어서 그런 건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인 제가 봐도 어머니는 점점 부서지고 있습니다.

저에겐 내색하지 않으시지만, 아버지나 할머니 삼촌 모두에게 화내거나 욕을 할 때 분노가 아니라 광기라고 해야 할까요. 정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온몸을 떠시기도 하고요. 제가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외할머니께 화를 낼 때도 정상이 아닙니다. 이전과는 다릅니다.

요즘엔 외할머니께 폭언을 하십니다. 아버지께 이런 말을 하면 익숙한데 자신의 어머니인 외할머니께도 이러는 걸 보니 무섭습니다. 정말 어머니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어머니에게 가족 모두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자고 말한 것도 여러 번이지만, 전혀 듣질 않으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입니다.

비슷한 갈등을 반복하고, 그 사이에서 힘겨워하시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심정이 얼마나 힘드실지를 먼저 생각해 봅니다. 특히나 한계에 부딪힌듯한 최근의 모습을 바보고 계시는 것이 너무도 힘드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답변에 앞서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타인의 삶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타인에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도 포함됩니다.

사연자분의 눈으로 보시기에 어떠실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님은 본인의 삶을 본인의 선택대로 살아가시는 중입니다. 자녀 때문에 이혼을 선택하시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포함하여 자신의 삶의 이유들로 인해 결혼을 유지하기를 택하신 것입니다.

 

물론 제삼자가 바라보기에도 그로 인해 큰 어려움과 마음의 아픔을 겪을 것이라 예상이 되고,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이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인데 못 본 척, 모른 척하란 말이야?"라 물으신다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가족을 포함하여, 우리는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주거나, 구원하거나, 책임져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의 곁을 지켜줄 수는 있습니다. 아드님으로서 어머니에게 해 드릴 수 있는 많은 것이 존재합니다. 늘 따뜻이 안부를 여쭤볼 수도 있고, 경제적 문제를 비롯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나눌 수도 있으며, 조언을 구할 때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을 넘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지금 당신의 삶이 너무도 잘못되었다, 하루빨리 교정해야 한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비정상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얼마나 맞고 틀린지를 떠나, 그러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 '실제로' 그 사람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반발심에 더욱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향을 고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사연자분께서, 사연자분의 삶으로 돌아오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고 문제없이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지만, 삶은 그렇게 흐르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지금 사연자분께서 고민하시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본인의 삶에 대한 고민이 아닌 어머님의 삶의 고민입니다. 그리고 그 삶에 대한 선택이나 책임이 사연자분께 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사연자분의 삶, 그리고 행복을 위해' 어머니를 위하시기를 원하신다면 그 곁을 지켜주시되, 어떤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기보다 어떠한 선택을 하시든 그 길을 가는 데 힘이 되어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적어주신 부분만을 고려한다면 어머님께서도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내시고, 그러한 마음이 말씀하신 행동과 언행으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부분이 문제이니 빨리 고치고 개선하자는 접근보다는, 혼자서 너무 힘드신 것 같다는 따뜻한 위로를 먼저 건네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그 말 못 할 마음의 어려움을 풀어가는 방법 중의 하나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해드리면 어떨까 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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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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