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선릉 연세 채움 정신과, 윤혜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집과 사회에서 모습이 너무나도 달라 괴로운 20대 여성입니다.

저는 집에서는 짜증도 많고 화도 잘 내고 정말 많이 예민합니다. 부모님의 부탁도 들어주지 않고요. 하지만 집 밖에선 많이 다릅니다. 누구보다 너그럽고 부드럽고 부탁을 잘 들어주려고 하지요.

하지만 이런 저의 이중적인 모습이 훗날 가정을 꾸리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힘이 듭니다. 사실 가정에서 모습이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부모님께서 저를 매우 의지하시기 때문입니다. 제가 없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시고 바라는 것도 많으십니다. 어릴 적 저를 미워하시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던 그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지금은 연약하고 저를 매우 사랑하시는 듯합니다.

저의 선택 하나하나에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저만 바라보고 있는 듯한 이 답답함에 머리가 아픕니다. 이런 저의 생각들이 저를 스스로 가둔 건지, 이 가정이 변화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혜진입니다.

가족들을 대하는 모습과 타인들을 대하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고 하셨는데요. 괴롭다고 표현하신 것을 보면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본인의 모습인지 혼란스러운 마음이 드시는 것 같아요.

짜증 많고 화내고 예민하고 부탁을 거절하는 모습 vs. 너그럽고 부드럽고 부탁을 수용하는 모습

사실 누구나 이런 양면을 가지고 있지요. 이런 면을 이중적인 모습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라는 소설은 그런 우리의 이중성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라서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남아 있어요. 하지만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더 드러내는지가 차이를 만들어 내겠지요?

 

말씀하신 것을 보면 원래는 그렇지 않은데 집에서는 예민해진다고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나에게 의지하고 있고 바라는 것이 많은 것에 대해 부담스러운 마음. 이런 마음들이 짜증과 분노, 거절로 나타났다가도, 한편으로는 지금은 너무나도 연약해 보이고 사랑을 주시고 계시는 부모님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자책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엉켜 복잡해지면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지요.

우리는 모두 부모님에 대해서도 양가감정을 가질 수 있어요. 부모님이 밉기도 하면서 고맙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죠.

하지만 어릴 때 부모님이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셨다고 했어요. 이 일은 정말 큰 상처로 남았을 것 같아요. 그래 놓고 이제 와서는 나에게 기대하고 의지하는 건지, 부모님에 대한 미움과 분노의 감정이 생기는 것도 당연할 것 같아요.

 

부모님께 짜증내고 화내고 예민하고 거절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자책하지 마시고,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럴 수도 있다, 그럴 만도 하다, 라고요. 그러면 복잡한 마음이 조금은 정리가 되고, 부모님의 기대나 부탁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가능한 부탁은 들어드리고, 그렇지 않은 것은 거절하더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말이에요.

스스로를 더 이해하시고 감정이 정리되시는 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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