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네이버에서 김총기 선생님 글을 읽고 제 남자 친구한테 도움이 될까 싶어 저도 사연을 적어봅니다.

남자 친구가 심장이 안 좋습니다. 검사 결과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남자 친구가 자기 심장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병명이 무엇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합니다. 호흡하는 게 불규칙하고 잠시 기절한 적이 있었어요. 금방 깨어났지만, 너무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남자 친구는 과거에 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입양이 되어 새로운 가족을 만났어요. 그래도 외로워 보입니다.

이 두 가지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거 같아요. 너무 힘들다고 그만하고 싶다고 해요. 그다음 날 이런 생각에 대해서 서너 가지 물어보니까 그만 얘기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잠시 일을 쉬고 있는데 일을 하면서 그쪽으로 집중하게 하는 게 맞는 건지... 그리고 그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 혼자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여러 가지 글을 찾다 보니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건 없더라고요. 옆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하루하루 견뎌내고 버텨내는 게 고맙다고 말해주라고 하시는데, 가족이 아닌 연인 관계이다 보니까 함께 보내는 시간에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도와줄 방법은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밖에 없는 걸까요? 제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남자 친구가 그런 생각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까요? 병원에 가는 건 가격도 부담되고 일단 남자 친구가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처음이고 도움받아보는 게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최대한 빠른 답변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입니다.

남자 친구의 문제로 고민이 많으시군요.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 일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으니, 질문자님의 걱정이 얼마나 크실지 짐작이 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간단한 게시판 질문 글을 통해 질문자님께, 더욱이 질문자님의 문제가 아닌 남자 친구분의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는 너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떤 객관적인 상황이나 스트레스가 주어졌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닙니다. 개개인의 상황과 구체적인 정황들, 개인 내면의 느낌과 생각 등을 자세히 들을 때에야 문제와 해결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함께 도출해나갈 수 있습니다.

현재 질문 글로만 파악할 수 있는 남자 친구분의 상태로는 정신과 의사로서 어떠한 병이다, 무엇이 의심된다,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 라고 말씀드리기가 섣부를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도움이 될만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혹여나 질문자님께서 남자 친구분의 문제를 과도하게 직면시키려 노력하시는 것은 아닐까 싶은 걱정이 든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때때로 불안할 수 있고, 누구나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입양되어 살아간다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어떤 정신과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마음속에 조금씩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것을 일상생활에 드러나지 않도록 잘 갈무리할 수 있고, 그 문제에 휘말려 본인 스스로가 좌절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을 수만 있다면 사실 그 문제점은 '병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때문에 지금 질문자님의 남자 친구분 문제가 정말 병적인 수준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혹여나 질문자님께서 남자 친구분의 문제를 남자 친구분 본인 스스로보다 섣불리 앞서 짚어나갈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질문자님의 마음이 남자 친구분을 향한 사랑과 걱정에서 우러나온 것임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남자 친구분의 아픔과 불안을 질문자님께서 자기 일처럼 공감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하거나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속 문제점에 대한 방어기제는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다릅니다. 성숙한 방어기제와 미숙한 방어기제로 나눌 수 있긴 하지만 그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남자 친구분께서도 분명 스스로를 갈무리하는 자신만의 방어기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신상담의 과정이 아니라, 연인 간의 관계라고 한다면 그 방어기제 너머의 깊은 문제를 섣불리 짚어내거나 억지로 끄집어내려 하는 노력은 때에 따라 의도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남자 친구가 그런 생각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까요?"라고 말씀 주셨습니다. 말씀하신 '그런 생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남자 친구의 생각을 바꿔주고 싶다' '남자 친구를 어떤 생각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싶다'라는 마음이 질문자님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질문자님께서는 남자 친구분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 남자 친구분의 불안을 마음 깊이 공감하고 있는 그 마음을 남자 친구분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해드리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남자 친구분에게는 큰 위로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친구분께서 정말로 괴로움을 토로하시는 부분이 생긴다면, 그 부분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권유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심장이 안 좋다고 말씀 주셨는데 심장과 호흡, 기절 등의 문제가 만약 정신과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 계통의 기질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다면 그것은 별도의 의학적 위험성이 있는 부분입니다. 주기적인 검사와 체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명쾌한 해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모쪼록, 남자 친구분과 질문자님의 일상에 조금이나마 평안이 더해지기를 응원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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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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