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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카드 지출이 두 배나 늘었어요 - 쇼핑 중독중독 인생을 위한 마음 처방전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7.18 04:10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여보, 이게 뭐야? 아니 집에만 있으면서 뭐하느라고 신용카드를 박박 긁어서 300만 원이 넘게 쓴 거야? 당신 도대체 내 월급이 얼만지나 알아?”

“꼭 필요하니까 샀지, 왜 샀겠어?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친구들 만나지도 못하는데, 그럼 집에서 쇼핑이나 하지 뭘 할 게 있냐고?”

 

“지금까지 이런 조합은 없었습니다. 시원한 여름 면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모자까지 합쳐서 단돈 10만 원. 정말 파격적입니다. 곧 마감하겠습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쇼핑호스트의 낭랑한 목소리 어디에도 거짓이나 과장이 없어 보였다. 오늘도 좋은 물건을 싸게 샀다는 기쁨에 웃음이 났다. 
 

사진_픽셀


쇼핑 중독의 사례들이다. 쇼핑 중독은 의학적으로 확실히 규정된 정신 질환은 아니지만 많은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이다. 순간적인 충동이나 집착으로 인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분별없이 구매하거나, 자신의 경제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의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는 뭔가를 구매하고 소유하려는 욕구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이번에 딱 한 번만 사고 끝내야지. 다시는 쇼핑 안 할 거야.’ ‘아, 이건 진짜 누가 봐도 필요한 거야. 이런 걸 안 살 수는 없지.’ 늘 이런 식으로 자신을 위로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마음이 착잡하다.

 

사람들은 왜 쇼핑 중독에 빠지는 걸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격렬한 운동으로 풀거나 맛있는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해소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탈출구를 발견하는 것이다. 쇼핑 중독에 걸린 사람은 상품을 구매하고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 불만을 해소한다. 오직 쇼핑만으로 쌓인 욕구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과거 경제적으로 몹시 어렵게 살았던 경험이나 학창 시절 가난한 형편 때문에 곤란을 겪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 중에 돈이 생기든가 조금 사정이 나아지기만 하면 과도한 쇼핑으로 그때의 기억에서 벗어나거나 상쇄시키려 하는 사람도 있다. 내 수입이나 경제력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부정하고, 비싸고 고급스러운 물건을 마음껏 구매하는 비현실 속의 나를 진정한 자기의 모습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마치 꿈속에서 헤매듯 말이다. 그러다 문득 꿈에서 깨어나면 비로소 현실 속의 자기를 발견하고 후회하며 괴로워한다. 

 

거의 모든 중독에 내성과 금단 증상이 있듯이 쇼핑 중독에도 내성과 금단 증상이 있다. 작은 물건을 사도 쾌감을 느끼던 단계를 지나면 큰 물건을 사야만 쾌감을 느끼는 단계로 진입하고, 저렴한 상품 하나에도 만족하던 단계를 거치면 비싼 상품을 여러 개 사야만 만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 강한 자극을 줘야만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쇼핑하지 않는 일상생활 중에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 다시 뭔가를 구매하지 않는 한 이러한 불안과 초조는 해소되지 않는다.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쇼핑 중독에 빠져들게 되면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 여기서 벗어나고자 술이나 약물에 의존할 경우 알코올 및 약물 남용이 동반될 수도 있다. 경제적 부담도 피할 수 없다. 지나친 쇼핑 중독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기도 한다. 이는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될 우려가 있다. 쾌락은 너무 짧고, 치러야 할 비용은 한없이 무거운 법이다. 

 

쇼핑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맨 먼저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유혹과 자극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지는 것이다. 자극이 없으면 당연히 반응도 일어나지 않는다. 홈쇼핑 방송 채널과 인터넷이나 모바일 쇼핑몰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으면 좋다. 신문, 잡지, 각종 할인 광고, 쿠폰 북, 홍보 전단 등도 접하지 않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두 번째로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동반된 질환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하면서 인지행동치료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동반 질환의 치료만으로도 이러한 행동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들이 많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충동적인 소비로 이어지는 자극이나 감정, 생각을 탐색하고, 이를 완화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된다. 이를 통해 충동구매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기분을 느낄 때, 순간적으로 기분을 바꾸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돌아보고, 다른 방식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전략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세 번째로 제대로 된 쇼핑법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 쇼핑 전에는 반드시 구매 목록을 작성하고, 구매 목록에 없는 물건은 구매하지 않으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의 한도를 적정선으로 확 줄여서 사용하고, 백화점이나 마트 등을 갈 때 혼자 가지 않고 배우자나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가도록 한다. 

끝으로 삶의 기쁨을 쇼핑이 아닌 운동이나 레저, 여행 등 건전한 취미와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강력한 쇼핑 도구인 인터넷과 텔레비전, 스마트폰이 없어도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한때 ‘지름신’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적 있다. 신이 강림한 듯 도무지 자신의 힘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강력한 구매 욕구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쇼핑 중독은 지름신의 강림이 아니다. 순간적인 충동이나 집착을 억제하지 못해서 생기는 정신적 질환일 뿐이다. 지름신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지 못한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내 형편에 자족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오늘 하루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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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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