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인생을 위한 마음 처방전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어느 날 지하철 안에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섬뜩한 느낌을 받은 적 있다. 열차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뚫어지도록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안에 든 스마트폰이었다. 카톡이든 유튜브든 게임이든 스마트폰 안의 신세계에 빠져 황홀경을 헤매는 사람들 같았다. 

 

상담을 진행 중이던 어느 중학교 교사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면 수업 시작 전에 스마트폰을 다 걷어서 보관했다가 종례 후 집에 갈 때 다시 돌려줍니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내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아이도 있어요. 몰래 수업 내용을 녹음하기도 하고, 동의 없이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도 있어요. 손에서 스마트폰이 없어지면 불안과 초조가 밀려오는 거예요. 강제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을 때 흡연자가 느끼는 일종의 금단현상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학교에서 스마트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사진_픽셀


중독(中毒)의 사전적 정의는 ‘해로운 무언가에 지나치게 빠져 정상적인 생활이나 사고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독성에 의해 신체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 그것이 없으면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특정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서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을 중독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중독은 유해 물질에 의한 신체 증상으로서의 중독과 약물 남용 등에 의한 정신적 의존증으로서의 중독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정신의학에서 다루는 중독은 ‘남용’과 ‘의존’이라고 하는 습관성 중독이다.

남용이란 의학적 목적과는 상관없이 약물을 지속해서 사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남용은 내성이 생김으로써 더 심각해진다. 내성은 약물을 사용했을 때 효과가 점점 감소하거나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점차 용량을 증가시켜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남용 물질로는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 마약류, 환각제 등이 있지만, 범위를 넓히면 인터넷 중독, 쇼핑 중독 등도 포함될 수 있다.

의존은 심리적 의존이 있어 계속해서 특정 물질을 찾는 행동을 하고, 신체적 의존이 있어 의지대로 복용을 중단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해치는 걸 의미한다. 심리적 의존이란 약물을 계속 사용함으로써 긴장과 감정적 불편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피우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것처럼 갈망과 탐닉으로 유혹에 번번이 넘어짐으로써 중독에 빠지게 된다. 

 

남용과 의존은 집착과 강박으로 인해 생겨난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이를 끊는 단계로 진입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 금단 증상이다. 제시간에 섭취하거나 해소하지 않으면 심리적, 생리적 금단 증상이 뒤따른다. 흥분과 초조, 불안과 공포, 나른함과 공허함 등이 그것이다. 이를 견디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고 자신이 중독된 그것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가족 관계도, 학교생활도, 사회생활도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내 정상적인 생활을 흔들어 놓고, 자유로운 사고를 마비시킬 정도라면 그게 무엇이든 삶의 중심에 자리 잡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도구는 목적이 될 수 없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 문명이 가져다준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스마트폰의 주인은 나다. 나는 스마트폰에 끌려다니거나 의존해서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 스마트폰 때문에 잠을 설쳐 이튿날 집중하기 힘들다.
- 잠깐이라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으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 스마트폰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을 때 눈앞이 캄캄하고 머릿속이 하얗다.
- 중요한 회의나 모임에서도 자꾸 스마트폰에 눈길이 가고 만지고 싶다.
- 스마트폰이 없으면 정말 살 수 없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에 대한 정신적 의존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첫째, 하루 중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 외에는 스마트폰을 찾거나 들여다보지 않도록 한다. 학생이라면 하교 후 저녁 먹기 전까지, 직장인이라면 낮에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등으로 각자 사정에 맞게 정하면 된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는 사용을 중단하는 게 낫다. 그 시간대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스마트폰에 더욱 몰두하게 되고, 다음날 생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의존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 중 중독성이 강한 기능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시간을 줄일 방법을 찾아본다. 아예 프로그램이나 앱 자체를 없애 버릴 수도 있다. 주로 게임과 관련된 게 많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단톡방이나 밴드 같은 데서 탈퇴하는 방법도 있다. 소셜미디어 앱의 경우 삭제가 어렵다면 확인하는 시간 간격을 설정해 놓고, 그 시간에만 확인하도록 노력한다. 

셋째,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게끔 새로운 활동을 찾아본다. 수영이나 명상, 요가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진행하기 어려운 활동에 참여하면 효과적이다. 운동이나 산책, 영화나 음악 감상, 등산이나 낚시 등 여가를 보낼 만한 색다른 관심사를 발견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같은 노력은 본인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부모나 배우자, 친구나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이 당사자가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중독에 빠진 사람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건 그를 더욱 구렁텅이로 내모는 것이다. 공감과 배려와 존중, 이것이 진정한 답이다.

감정이 행동을 이끄는 게 아니라 행동이 감정을 이끈다. 과감히 결심하고 행동하면 집착과 강박에 사로잡혔던 내 감정 또한 자연스레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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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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