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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과 조현병
염태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5.16 04:24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염태성 전문의]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 후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질환이 없거나 경도 우울증, 공황장애 정도를 앓고 있는 사람이 혼잣말을 하는 경우라면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일은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혼잣말이 병리적 현상의 주요한 증상으로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조현병입니다.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혼잣말은 환청을 듣고 여기에 대답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는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사진_픽셀


조현병은 환청뿐만 아니라 망상까지 동반합니다. ‘나도 망상 많이 하는데 나도 조현병인가? 병원을 가봐야 하나?’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망상이라는 단어와 병리적인 망상은 조금 다른데요, 사실 대부분의 우리가 망상이라고 하는 것들은 공상에 가깝습니다.

망상과 공상의 가장 큰 차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허구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입니다. 지하철 맞은편 두 명이 서로 대화하며 웃고 떠드는데, 그 상황을 보고 나를 비웃는다고 생각하여 과도한 행동을 하는 행위라든지, 집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집 안을 구석구석 뒤지는 행위 등이 망상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청장치의 예를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실제로 찾지도 않겠지만 찾아보고 나서라도 ‘내가 착각했구나’하고 넘어간다면, 망상을 하는 사람의 경우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치웠구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망상장애라는 질환도 있는데, 이는 환청은 동반하지 않으며 조현병과는 달리 사회적 기능 등이 점차 악화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망상 자체도 조현병에서의 망상처럼 괴이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사고를 통한 망상을 합니다. 다른 사회적 기능들은 정상적이다 보니 자신이 내원을 할 만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주위에서도 병원을 권유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조현병보다 치료를 받기가 힘든 질환이기도 합니다. 병원 자체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죠.

 

모든 병이나 질환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조현병의 경우 조기치료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조현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현병으로 병원에 방문하시는 분이나 가족분들이 ‘약물치료 말고 인지행동치료나 상담치료만 해도 좋아질 수 있을까요?’라고 많이들 묻습니다.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조현병과 같은 질환을 정신요법으로만 치료하려는 시도들이 많았습니다. 미국의 ‘메닝거 클리닉’이나 ‘체스터넛 랏지’ 같은 병원은 자연 속에서 충분한 요양 시설을 갖추고 정신치료에만 주력했던 곳입니다. 

그러나 고급 호텔 수준의 환경에서 장기간 지내며 정신치료를 받는 것이 간단한 투약치료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이러한 종류의 치료방법들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인지치료나 상담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약물치료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언론에서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결한 기사들이 많이 나오곤 합니다.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이슈가 됩니다. 그러나 조현병이 공격성을 높인다는 뚜렷한 보고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현병의 양상과 강도에 따라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그 정도의 공격성은 나타나기 때문에 조현병이 공격적인 성향을 더한다는 말들은 오해에 가깝습니다.

사실 조현병은 흔한 질환입니다. 조현병 유병률이 1%라고 합니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100명 당 1명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흔한 병인데 왜 사회에서는 잘 보이지 않냐, 거짓말 아니냐라는 질문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자는 스스로가 조현병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숨기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이미 은거하고 있거나 조심하며 병원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죠.

조현병에 대해 언론에서 너무 이슈화를 시키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대중들의 인식에도 조현병은 심각한 병이라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조현병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한데 숨기기 급급하여 상황이 악화되어서야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조현병에 대한 인식이 완화되어 이분들이 제 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염태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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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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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비회원) 2020-05-17 17:19:54

    유병률 1%는 좀 과장이 심한거같은데.. 애매하게 피해의식 있거나 방어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도 싸잡아 정신병으로 분류해버리는것 아닌가 싶네요. 1%면 학교 생활할때 초/중/고 3년간 최소 1번은 학급내에 조현병 환자가 있었어야 하는데..   삭제

    • 사과나무 (비회원) 2020-05-16 10:22:4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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