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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나요?
염태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4.09 01:24

[정신의학신문 : 염태성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질문) 지능검사를 했습니다. 사고력, 암기력, 계산력, 공간지각능력, 논리력 등등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궁금해지는 것이 이런 부분들이 연습하면 더 좋아질 수 있나요? 이런 것들을 평가하는 지표가 IQ라고 알고 있는데 지능도 훈련으로 될 수 있는지요? 

 

Q. 지능검사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나요?

A. 대부분 아이큐 테스트라고 불리는 지능검사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또 이 검사의 결과가 대략 100 남짓한 숫자라는 것도요. 올림픽 같은 스포츠에서 각종 게임을 통해 측정하는 값들이 사람의 신체 능력에 대한 지표인 것처럼 지능검사의 결과는 사람의 인지능력, 쉽게 말하면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를 측정하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는 지능검사는 '웩슬러 성인 지능 척도'입니다. 과거에 아이큐 테스트를 받아보신 분들이 있다면 대부분 이 검사를 해보셨을 거예요.

 

Q. 지능검사의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합니다.

A. 뇌는 매우 복잡한 신체기관이기 때문에 물론 스포츠에서 나오는 기록과 같은 숫자와는 단순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 차이에 대해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웩슬러 지능검사 결과는 100 내외의 하나의 숫자로 나오게 되는데 이는 절댓값이 아닌 상대값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능검사 결과 나온 숫자는 검사를 통해 얼마나 점수를 획득했느냐 하는 결과가 아니라, 과거 검사자들의 결과를 분석하여 평균을 100으로 놓았을 때 내가 그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가령 검사결과가 100이라면 검사자들의 중간에 위치한 정도의 인지능력을 가졌다는 것이고, 120이라면 중간 기준으로 20 정도 앞에 위치한 인지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대부분 사람들이 100이 넘는 아이큐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이론적으로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정도의 사람만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지능검사 결과는 뇌의 모든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웩슬러 지능검사의 예를 들면 이해력, 추론 능력, 기억력 등의 평가를 시행하는데 이는 사람의 뇌가 수행할 수 있는 요소 중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지능검사 결과 나온 하나의 숫자만으로 그 사람의 (정신적)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인간의 뇌가 가진 가장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는 창조성인데, 이는 정량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마땅히 없으므로 지능검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능검사 결과는 한 개인에게 고정된 수치가 아닙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분 상태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Q. 흔히 지능과 일머리는 다르다고 하는데, 이론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능검사에서 평가하는 항목은 뇌의 모든 기능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비교적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쉬운 계산력, 암기력과 같은 항목은 보통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들의 수행은 지능검사의 결과와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능검사의 항목들과 연관이 있는 일들은 일반적으로 단순 반복에 해당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과학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 배우는 과학은 기존에 나온 내용을 공부하고 받아들이는, 어떤 의미에서 단순 이해와 암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이 경우 지능검사 결과가 높은 사람들이 중, 고등학교 때의 과학 성적도 좋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배우는 과학은 영역이 많이 확장되는데, 기존의 내용을 숙지하는 것은 물론 자기 생각을 반영해서 새로운 추론을 끌어내야 하는 일도 포함됩니다. 뇌의 연산이 빠른 사람이 일처리도 빠를 수는 있겠으나, 결과가 얼마나 좋으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 경우 오히려 일반적인 지능검사로는 측정되지 않는 창조성, 기발함 등이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교육과정을 마치고 교수나 학자가 되면 지능검사의 결과만으로 설명하기는 부족한, 다른 뇌의 능력들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직급이 낮을 때에는 위에서 시키는 일을 정확하고 빨리하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수동적인 업무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관리하고, 전체적인 업무를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을 펼치는 일 등이 주가 될 텐데 이 역시도 일반적인 지능검사에서 알 수 있는 뇌의 능력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더욱이 지능검사 결과가 높은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일들은 앞으로는 대부분 컴퓨터가 대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능이 높을수록 일을 잘한다는 믿음은 아주 일부분에서만 사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지능은 변할 수 있나요? 더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지능검사도 일종의 시험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보게 되면 어느 정도 점수가 향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사용 중인 지능검사 도구만으로는 한 사람의 지능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검사를 시행했을 때에 점수가 오르는 것이 지능이 올라서인지, 아니면 검사에 익숙해지거나 요령이 생겨서인지 감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엑스레이나 MRI 검사처럼, 영상을 찍음으로써 뇌의 인지 기능이 얼마나 좋은지 측정하는 검사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의학의 영상 기법은 갈수록 발달하고 있고, fMRI 등 간접적으로나마 뇌의 활성도나 연결성이 어느 부위에 큰지 확인하는 방법은 지금도 존재합니다. 이런 연구기법들을 통해 드러난 바로는 특정 영역에 해당하는 뇌의 활성도, 연결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한다고 합니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옛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머리가 좋아진다고 광고하는 각종 식품이나 보조제들도 들어보셨을 텐데, 아직 뚜렷한 과학적 증거는 미비합니다. 치매에 걸린 환자들을 위한 정신과 약이나 인지 기능 개선제 같은 전문의약품을 투약하면 머리가 좋아질 수 있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데요, 이 역시 병의 기전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아니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정신질환을 앓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지능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A. 정신질환과 인지 기능과의 연관성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연구의 방법론이나 대상군에 따라 다르지만 여러 정신질환을 만성적으로 앓으면 지능이 점차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향이 가장 명확하게 밝혀진 정신질환은 조현병인데,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차적으로 뇌에 손상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더 상위 기전의 문제 때문에 병의 진행과 인지 기능 저하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 것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우울증도 인기 지능 저하가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급성 우울증에서 생기는 문제를 ‘가성치매’라고 부르며, 이는 치료를 잘 받으면 회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신질환을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더라도 치료를 잘 받으면 기능 저하가 크지 않거나 없다는 것입니다. 병의 완치라고는 볼 수 없으나 증상이 없는 상태를 의학용어로 관해(remission)라고 부르는데, 관해기의 경우 인지 기능 저하에 주는 악영향이 미미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기진단과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정신질환에서도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정신과 약물을 오래 복용하면 멍청해지고 머리가 나빠진다는 인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는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은 오래 복용한다고 해서 지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약물 중에 부작용으로 인해 졸리거나 멍해지는 증상이 생기는 약들이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기전으로 인해 약물로 인한 일시적, 간접적인 인지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투약으로 인해 의도했던 효과가 아니므로 약을 바꾸는 것이 맞고, 그러면 문제는 당연히 회복됩니다. 또 장기적으로 많은 용량을 사용하게 되면 의존이나 남용이 생길 위험이 있는 약들이 있는데, 이 경우 중독될 만큼 사용하면 인지 기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임상에서 사용하는 정도의 용량이나 기간으로는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Q. 지능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A. 지능검사의 결과로 나오는 수치는 절댓값이 아니라 상대값이라는 것을 앞서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검사자들의 결과를 평균 내서 내가 그중 어디쯤에 위치하는지를 알려준다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지능검사는 주기적인 표준화가 필수입니다. 특정 시기에 그 인구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결과를 수집해야 이후 검사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뉴질랜드의 제임스 플린 (James Flynn)이라는 학자가 기존의 검사 결과들을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찾아내서 학계에 발표하였는데, 그것은 검사자들의 지능지수 평균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표준화된 지능검사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0년쯤 되었는데, 초기에 시행된 검사와 지금 검사를 비교하면 같은 표준점수 100점에 해당하는 원점수는 지금 검사를 수행한 사람들이 더 높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과거 지능검사에서 100에 해당하는 사람이 현재 시점에서 지능검사를 시행하면 100보다 낮은, 가령 70이나 80이라는 점수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제임스 플린의 이름을 따서 이를 플린 효과(Flynn effect)라고 부릅니다.

플린 효과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실험군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관찰상 오차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진화적으로 인간이 점차 똑똑해져 온 것은 맞지만 100년은 진화가 일어나기에 지나치게 짧은 시간입니다. 이에 플린의 발표 이후 학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지능검사의 평균 수치가 올라가는 것에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교육제도를 통해 검사 항목들에 더 익숙해져서 점수가 올랐다고 보기도 하고, 영양과 환경이 개선되면서 뇌가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어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모르지만 저는 여기에 두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두뇌는 특정 영역을 사용함으로써 그 영역에 대한 능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또 하나는 지능검사는 여러 의미에서 상대적인 수치이므로 맹신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100미터 달리기의 세계 신기록이 점차 짧아지고 있지만 먼 미래에 이 기록이 5초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플린 효과로 인한 지능검사 원점수 평균의 상승도 한계치가 있을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오히려 지능검사의 평균 점수가 내려가고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있습니다. 요즘 세상이 변하는 추세를 보면 몇십 년 후는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이런 변화가 인간의 지능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분석이 될 것입니다.

 

Q. 지능을 결정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A. 크게 보면 유전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환경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유전적 요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에 기록된 것을 말합니다. 지능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혈연관계가 가까울수록 연관성이 큰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지능이 어느 정도 타고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생물학적 요인은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생길 수 있습니다. 충분한 산소 공급이 안 된다거나, 감염으로 인해 병이 생긴다거나 하는 문제가 모두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줍니다. 출생 후에도 성장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질병들이, 혹은 충분히 영양소 섭취를 하지 못했을 때에도 지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환경적 요인은 생물학적 요인과 겹치는 영역이지만 여기서는 좀 더 바꿀 수 있는 요소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부정적인 인자들은 어렸을 때의 정신적인 충격, 뇌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 게으른 생활, 물리적 사고로 인해 뇌가 받는 충격 등이 있을 것이고, 긍정적 인자들은 앞서 여러 번 언급되었다시피 뇌를 적절히 훈련하고 꾸준히 사용하는 환경, 체계화된 교육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어느 정도 비율로 지능에 영향을 주는지는 복잡하고 알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따라서 내가 가진 지능의 잠재력을 발전시키려면 유전이나 질병처럼 바꿀 수 없는 요소들에 집착하기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들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염태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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