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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입원에 대한 오해
박지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5.07 09:25

[정신의학신문: 잠실 하늘 정신과, 박지웅 전문의]

 

정신과 병동이라고 하면 으레 쇠창살이 쳐진 방에 이상한 사람들을 감금해 놓는 환경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공포가 있다. 이러한 편견은 미셸 푸코가 ‘대감금의 시대’로 혹평한 수세기의 정신병원 흑역사에 기인한다.

애초에 정신병원은 지역 곳곳에 감금되어 있던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인류애와 과학의 상징으로 탄생하였지만 수백 년간 수용시설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사회나 종교단체에서 격리되던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의사의 도움을 받고자 옮겨왔지만 그들이 시도한 치료는 말 그대로 정신의학 흑역사 목록을 늘릴 뿐이었다.

1907년 미국 정신과의사 회장, 찰스 힐이 ‘우리의 치료법들은 쓰레기 더미’라고 시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입원은 쌓여가는데 치료는 되지 않으니 퇴원은 시킬 수 없고 정신병원은 거대하고 과밀한 수용소로 변질되어 갔다. 

 

하지만 1954년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은 클로르프로마진을 필두로 항정신병제들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패배주의가 팽배하던 정신병원에 반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약물치료로 호전되어 퇴원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때마침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인권 운동의 바람에 힘입어 정신병동 입원환자들이 대거 퇴원하는 탈원화의 거대한 물결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다. 거대 정신병원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남은 입원병동은 단기간 급성기 치료를 제공하는 형태로, 그러니까 보통의 의료과정과 흡사하게 바뀌어 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수십 년간의 이러한 변화에 참여할 수준이 되지 못하였는데,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될 때까지도 정신보건의 토양은 전근대적인 수준이었다. 이러다 보니 여타 선진국에 비해서 정신병동에 대한 편견이 아직까지도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진_픽셀


아직도 정신건강을 위해 입원을 권유하면 정신병원에 가란 소리로 듣는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 같은 종합병원에 정신병동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이다. 엄연히 의료와 병원의 한 부서인데도 그만큼 정신건강은 신체건강과는 구별되는 어떤 것으로 뇌리에 남아있는 것 같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보호병동, 예전 표현으로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병실에 타과 환자들과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다른 과에 중환자실이 있듯이 정신건강의학과에도 중환자실 격인 보호병동이 있을 뿐이다.

내과 중환자실, 외과 중환자실, 신생아 중환자실처럼 보호병동도 당연히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이 되고 면회나 외출은 반드시 의료진의 처방에 의해서만 시행이 된다. 그 이유는 환자의 안전과 회복을 위해 잠재적으로 위험한 외부 요인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환자실에서는 감염에 조금 더 철저한 것처럼 보호병동은 안전에 조금 더 철저한 환경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자해나 타해에 사용될 수 있는 소지품들은 반입이 제한되고,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핸드폰이나 통신사용을 제한할 수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입원 취지는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큰 환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병원 바깥에서라면 자해나 타해로 이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상태악화를 예방하고, 회복 후에 상기하게 될 고통스러운 기억을 병동 안으로 국한시키는 목적도 있다.

과음을 하고 기억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추태를 부리고 뒤늦게 괴로워하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안 좋은 경험이다. 그때의 행동들을 자유나 존중이라는 미명 하에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계속하도록 놔둔다면 나중에 얼마나 더 괴로울까. 내가 벌인 일들에 대해서 책임지고 감당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마음의 건강이 악화되어 평소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수 없는 상태일 때 우리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그때 내가 판단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자와 의료진과 상의하는 하는 것이 나을까.

 

물론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는 흔치 않다. 선진국만큼은 아니지만 정신건강과 입원치료에 대한 편견은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 예전에 비해서 입원을 설득하기 수월해졌고 이제는 실제로 자의 입원의 비율이 더 높다.

물론 여전히 환자 본인이 꼭 필요한 입원을 거부하는 경우는 존재한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비자의입원을 진행해야 하는데 2017년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면서 그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졌고 입원적합성을 심사하는 사후 검증장치가 마련이 되었다. 따라서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아무 이유 없이 감금당하는 경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박지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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