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결혼생활 중 부부간에 서로 암묵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부 중 한 사람이 다른 이성과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면, 이를 일부일처제의 합의를 깨뜨린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당연히 지켜야 할 규칙들은 몇 안 되는 조건들입니다. 

 

Q. 당연히 지켜야 할 부분 외에 부부간 신의를 깨뜨리는 행동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것 같아요.

잠재적으로 결혼생활에 위협이 되는 조건들은 훨씬 세밀하게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결혼생활에 충실하다’는 기준에 대해 부부가 서로 같은 방식으로 느낀다고 가정하기보다는 목록으로 작성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Q. ‘결혼생활에 충실하다’는 것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를 테니 그걸 목록화하라는 것이군요.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배우자가 누군가와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되었을 때나, SNS에서 미모의 직장동료와 소통하는 배우자의 모습은 상대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 미혼인 이성친구와 점심을 먹거나 상대 배우자가 모르는 친구와 긴 문자 대화를 나누는 행동 등은 상대가 의심을 품게 할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Q. 결혼 생활 중 외도, 배우자는 알까요?

대개 결혼 생활 중 외도를 저지른 사람은 그 사실을 배우자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배우자는 이미 눈치채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배우자는 가정 밖으로 마음을 돌린 이와 대화를 하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런 대화를 원치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 배우자는 이를 부정행위라고 느낄 수 있겠지요.

 

Q. 이러한 일이 부부 사이에 일어난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배우자는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 행동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행동이 연이어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질 때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와 가볍게 대화를 시작한다고 해도 과도한 감정적 교류가 있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불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도 있습니다. 대화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화 너머 있는 의도가 중요하겠지요. 

 

Q. 감정적 외도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가능성에 기대어 책임을 돌리고 싶어 합니다. 배우자는 동료와 업무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미묘한 감정을 감지할 수 있지만, 법정에서 그것을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를 감지하는 직관은 관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배우자가 당신에게 어떤 부정행위가 있다고 믿는다면, 감정적 외도가 없을지라도 배우자를 안심시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Q. 반대로 자신은 정말 아닌데, 억울한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행동해야 오해를 사지 않을 수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이성적으로 매료될 수 있는 상황은 스스로 만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에게 오해를 살만한 의도로 비칠 상황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겠지요.

 

Q. 그래도 상대방이 계속 의심을 하는 경우에는 난감할 것 같아요. 이런 경우는 또 어떤가요?

그럼에도 배우자가 의심을 거두지 않을 때는, 자신에 대해 투명하게 드러낸다면 배우자의 불안을 진정시켜줄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불쾌한 의심을 사고 있다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말고 침착하게 걱정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을 권합니다. 

배우자의 행동에 집중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대화의 내용이 멀리 가지 않게 하고, 그저 상대를 진실한 태도로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이런 상황에서 보통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경우가 흔한데, 바람직한 방법인가요?

친구나 가족의 경우, 보통 부부 사이에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물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현재까지 어떻게 관계를 유지해왔는지 살펴보세요. 그 과정이 편안하면서 상호적이었는지, 반대로 의견의 불일치 때문에 매번 피곤했는지, 합의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 여러 질문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을 들을 수 있습니다. 

 

Q. 주변 사람이 나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조언을 해주면 좋을까요?

누군가가 다른 부부 사이에 벌어진 일에 대해 대신 판단하거나 찬반 의견을 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자신의 친구와 가족 대다수가 동의하는 일관된 의견이 있더라도, 그것에 근거해 부부간 문제를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와 같이 대신 결정 내릴 수 있는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부부들은 스스로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알아내야 합니다.

 

Q. 사람들마다 어디까지가 잘못인지를 정하는 기준이 다른 것은 왜일까요? 

사람들은 다양한 감정과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잘못이고 외도인지 정확히 분류하고 나누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떤 부부는 배우자가 정조를 위해 지켜야 할 요구 내용에 동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에는 묻어두었던 불안감, 의심, 상처 받은 감정,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잃는 것은 견디기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 보호받을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Q. 부부가 서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필요한 게 무엇일지 조언 부탁드려요. 

안정된 관계를 위해 계속 대화를 나누기를 권합니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이런 주제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배우자에게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어떻게 해주면 자신이 안정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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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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