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광화문 숲 정신과 전문의]

 

Q.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충실히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일을 할 때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고달픈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지’하는 걱정 없이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입니다. 불안감이 들 때는 ‘언제 이 불안이 가라앉을까’ 초조해하지 않고 기꺼이 그 불안 속에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Q. 네. 그렇다고 해도 과거의 경험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을까요?

A. 바로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라고는 하지만, 내가 지나온 자취와 남겨진 기억이 나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 또한 나의 일부이니까요.
 

사진_픽셀


Q. 과거와 이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관련된 연구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클램슨 대학의 코왈스키와 맥코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조언을 해주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 자신’에게 조언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어린 자신에게 ‘그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조언해줌으로써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Q. 어린 시절의 나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이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나요? 

A. 지금까지의 인생 경험에 비추어보아, 어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충고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결정으로 이어집니다. 과거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인생 설계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지요.

 

Q. 예를 들어 설명해주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A.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의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충분한 시간을 보낼 것을 조언한다면, 앞으로 삶의 우선순위에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두는 것입니다. 자신이 어린 시절 학업을 지속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Q. 주로 과거에 대한 후회에 대한 것이겠네요. 

A. 이런 조언들은 보통 ‘반사실적 사고(내가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의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후회와 밀접해 보일 수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A. 자신의 삶에서 후회하는 것을 목록화한다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아쉬운 감정이 지금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지 더 나아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Q. 과거를 향해 있는 후회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네요. 선생님도 이를 실천하고 있으신가요?

A. 후회는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미래의 행동을 억제하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와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변화시키는 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저도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직접 배운 삶의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린 자녀에게 주는 조언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배워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현재 내 모습을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까요?

A. 자신의 이상적 자아가 지금의 자아와 다를지라도 점차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해나갈 수 있겠지요. 과거를 추억 삼아 수동적으로 되돌아보기보다,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한 기억을 미래의 행동지침으로 사용한다면 미래의 자신이 더 큰 성취감을 얻도록 조언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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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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