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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과거가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 5가지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는 우리 몸과 마음에 자국을 남긴다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4.11 00:36

[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언론인 도나 잭슨 나카자와(Donna Jackson Nakazawa)는 만성적 고통과 질병의 근원을 이해하면서 어린 시절 겪었던 역경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좋지 않은 경험은 우리의 뇌와 면역 체계에 영구적인 각인을 남깁니다. 이렇게 우리 기억에 남은 트라우마는 삶에서 변화, 스트레스, 그리고 질병에 적응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성인기 만성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이 둘의 연관성은 존재합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만성 통증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우선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어린아이들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이 어떻게 중추 신경계를 과도하게 자극하게 하는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아동기의 스트레스가 낳는 결과

어린 시절 트라우마의 양상은 다양합니다. 질병, 성적 학대, 언어적 학대, 부모의 이혼 또는 상실, 방임, 부모의 알코올 중독 등은 모두 어린아이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들입니다. 이미 크게 내적 상처를 입은 어린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 등의 고통에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은 어린 시절 겪는 스트레스에 초점을 맞춘 연구 덕분입니다. 특히,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설문지로 측정하는 아동기 부정적 경험(ACE :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척도(이하 ‘ACE 척도’)가 도입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평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ACE 지수 설문지는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의 경험에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설문 참가자의 건강 상태를 평가합니다. 다음으로 제시되는 다섯 가지 영역은 유년시절 노출된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과 신체의 만성적 고통을 나타냅니다.

 

1. 역행하는 면역체계 

손상된 면역 체계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보호하는 대신에 염증, 통증 등 정상적인 생리 과정에 혼란을 일으킵니다. ACE 척도 점수가 증가할 때마다 자가 면역 질환으로 입원할 확률이 20%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근육, 힘줄, 관절, 다른 신체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면역 체계는 큰 고통으로 돌아옵니다.
 

2. 수면 방해 

ACE 척도 점수가 3점 증가하면 수면에 어려움이 발생할 위험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어린 시절 가정 학대를 목격하거나 신체적 또는 성적 학대를 경험했다면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수면 장애로 크게 고생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를 고통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잠을 조절하는 신경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배경에는 어린 시절에 노출되었던 스트레스의 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3. 악화되는 정신 건강 문제 

ACE 척도 점수가 4점 이상인 사람의 경우 정신건강 문제, 특히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정서적 괴로움이 불안과 우울로 발전하면서 고통을 느끼는 민감도도 높아집니다.


4. 집중과 주의 문제 

만성 스트레스는 주의력, 집중력, 기억력을 조절하는 뇌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ACE 척도 점수가 4점 이상인 아동은, 주의력, 집중력, 그리고 과잉활동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겪을 확률이 보통 아이들에 비해 네 배나 됩니다. 주의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 60% 이상이 신체적 또는 성적 학대에 대한 과거 이력을 보고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뇌에 악영향을 끼치는 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5. 위험에 대한 인식 증가 

우리의 뇌는 휴식을 허용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모드에서 우리의 뇌는 다음에 일어날 일을 감지해서 의미 있는 것과 필요한 것을 구별해냅니다. 유년기에 겪은 만성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기능을 방해합니다.

 

즉, 트라우마는 아이의 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전두엽 피질과 편도체 사이의 연결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런 뇌구조의 변화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게 합니다. 전두엽과 편도체 사이의 연결이 약화된다는 것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조차 위협을 느끼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은 중립적인 사건을 위협적인 것으로 잘못 해석하기 쉽고, 불안으로 고조된 신체적 흥분까지 겪습니다. 더욱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뇌는 실제 위협과 비례하지 않는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신체로 느끼는 진동, 촉각, 조직 손상, 열, 염증, 압력을 고스란히 고통으로 지각하게 됩니다.

 

차분한 상태로 되돌리기

만성적인 소아 스트레스와 고통을 관리하려면 반응성 중추 신경계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명상은 뇌 전체의 뉴런을 연결하는 것을 강화하고, 신경 성장을 자극하며, 뇌의 감정적인 중심부위를 다스리는 역할을 합니다.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을 떨쳐버리는 법,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는 법 그리고 중요한 인생 과제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괴로움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심리학적 접근입니다.

인생 경험은 말 그대로 우리 신체를 이루는 생리현상에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이는 우리가 과거에 입었던 피해가 영구적이지 않으며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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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 (비회원) 2020-06-19 16:56:02

    저는 23세인데도 아직까지 9년 전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겁이 많고 심약한 것으로만 치부했던 게 사실은 모두 잊으려고 애썼던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에 원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게 깊은 트라우마라는 것도요. 최근에, 당시 가해자 집단을 마음으로나마 용서하는 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될 줄로만 알고 기억을 되살려서 기술해봤는데 되려 울분만 다시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너무 오랫동안 상흔으로 남아있었습니다. 당시에 두려워서 행동하지 못했던 게 너무 자괴감이 들어서 또 괴롭습니다. 아직도 사람이 무섭습니다.   삭제

    • 정 (비회원) 2020-04-12 00:39:04

      신체적 아픔마저 과거로부터 원인했다니 모든 시작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겐 내 예민함이 타당한데 언제나 그것이 남들에 비하면 과한 수준일 것임을 되새겨야 하는 삶은 번거롭고 자발적인 소외가 됩니다. 말씀하신 명상도 하고, 늘 강조하시는 운동도 열심히 하다 보면 이 아픔도 더 가치로운 내적 성숙으로 남을까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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