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감각이 너무 예민해서 답답합니다. 그래서 적게 되었는데요. 감각이 너무 예민하고, 더 예민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왜냐하면 츄리닝 바지도 갑갑해서 그 상태로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 증상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양말조차도 조금 끼는 것을 신지 못합니다. 참고 신었다가는 하루 종일 괴로움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시계, 속옷, 반지, 털옷, 잠바(타이트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죽을 지경입니다. 팬티도 저에겐 감각을 자극시킵니다. 다 벗고 있습니다. 팬티를 입지 않은지 10년이 되어 갑니다. 

축구 같은 운동도 어렵습니다. 축구화를 느슨히 하면 넘어질 수 있고 반바지도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눈을 잘 못 마주칩니다. 너무 많은 자극이 오기 때문입니다. 마트에 가는 것도 힘듭니다. 밖에 나갈 때면 귀마개를 하고 나갑니다. 그래서 자꾸 집에 있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처방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분인지, 나아질 수 있는 것인지 답 좀 부탁드립니다. 심각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과민한 감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걸로 보입니다.

민감한 사람들은 외적인 자극(사람, 소음, 빛, 냄새)이나 내적인 자극(감정, 생각, 신체감각)을 더 과도하게 처리하게 되는데, 이는 곧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증상은 육체적 또는 감정적으로 항상 긴장을 유발하고, 내적으로 항상 초조함을 느끼는 상태를 만듭니다. 이는 신경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피부에 닿는 감각을 예민하게 느끼게 되는 내과/외과적인 상황들은 다양합니다. 그렇기에 별도의 검사 없이 사연에 적힌 내용만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내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자극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자극이 과도하게 되면 지칠 수밖에 없고, 휴식이 필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이러한 자극을 받을 때 내가 지나치게 반응한다거나 감정적으로 어떤 것을 느낀다는 것을 알아채고, 빨리 가라앉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사연을 주신 분께 도움이 되는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익히는 것인데, 이것은 아무것도 더 이상 느끼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잘 견디는 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우선은 감정을 알아차리고 구별하고 이름 붙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감정을 촉발하고 유지시키는 요인들에 대해 파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관찰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발달시킬 필요가 있습니다.(뭔가를 하기 전에 감정을 관찰하고, 참는 법을 익히는 과정입니다.) 기본적인 감정적인 욕구와 실제적인 감정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내가 뭔가를 느끼는 순간에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한가와 같은)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때, 스스로를 지지적인 태도로 위로해주는 연습과 대안적인 생각이나 진정시킬 수 있는 생각들을 익혀야 합니다.

다른 상황에서 행동에 대해 구체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능력(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또는 실제적으로 어떤 것을 하는 것, 또는 상황을 견디기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을 키우고, 복식호흡이나 명상 같은 신체적인 이완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들은 어린 시절부터 익혀오는 것들이지만,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면서 과도한 감정상태를 진정시키고, 예민함을 달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연을 주신 분의 상황이 어떠한 상황인지 충분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면 정신건강의학과 면담이나 약물을 통해 긴장을 낮추고 증상을 조절하는 법을 더 구체적으로 배워야 하는 게 나을지, 다른과 진료가 필요한지에 대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부족한 답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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