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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문제 되는 성격과 습관,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2.14 00:57

[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20대 여성입니다. 저한테 문제가 너무 많아서 제가 무슨 상태인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해결할 수 있다면 해결하고 싶어요.

저는 할 일을 미루는 습관 때문에 피해를 본 일이 많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엔 집중을 전혀 못 하고, 하고 싶은 일에는 엄청 집중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숙제는 밀리기 일쑤에 무슨 시험이든 미리 공부해본 적이 인생에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하루 전에 공부하거나 시험 당일 몇 시간 전 훑어보거나 했죠. 잘하고 싶기는 했지만, 열의가 없었거든요. 성적은 중학생 때까지는 보통 정도는 됐던 것 같아요. 기억나지 않지만, 반에서 5등인가 10등 안에 드는 정도요.

또 날 때부터 행동이 느려서 남들은 제때 해내는데 저는 완성을 못 했어요. 수학 문제 풀이나 미술 작품 만들기나... 지금도 그렇고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때 남들에 비해 아주 느립니다. 그렇다고 퀄리티가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초등학교 때 취미로 피아노를 배웠는데 배우는 게 너무 느려서 선생님들도 어떻게 하지 못하시더라고요. 저는 같은 곡 반복하는 게 너무 싫고, 악보를 봤을 때 그걸 손으로 옮기는 걸 잘하지 못해요. 손이 느리다고 해야 할까요. 피아노 자체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잘 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간단한 곡이나 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것도 연습 횟수에 비해 틀리는 빈도가 이상할 정도로 많습니다.

챙겨야 할 것들을 자주 까먹는 편이라 메모하는 습관까지 생겼습니다. 핸드폰, 지갑, 안경을 다음날 입을 옷 주머니에 미리 넣어 놓지 않으면 까먹고 안 들고 나가요. 초등학교 때도 가정통신문이나 준비물을 자주 까먹었습니다. 근데 주변 사람들은 저 보고 꼼꼼하다고 했어요. 제가 불안한 마음에 자꾸 준비를 철저히 하려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나 봐요.

 

남들이 어느 대학 가서 뭘 하겠다 할 때 저는 아무것도 흥미롭지 않았어요. 지금도 비슷해요. 돈을 벌어야 살 수 있으니까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나름 뭘 해 먹고살까 고심해서 대학을 들어갔는데도 전공이 저와 맞질 않아서 졸업하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렸습니다. 실습을 했는데 가는 곳마다 넌 여기와 맞지 않는다고, 다른 일을 알아보래요. 당신 같은 사람은 이 업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요.

저는 잘하는 게 없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도 그다지 맞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앞서 이야기했던 미루기, 느린 행동, 건망증, 의욕 저하 같은 것들이 제가 무슨 일을 하든 성취해내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어요. 건망증은 철저히 메모하는 습관을 만든 덕에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요.

잘 해내지 못할 때마다 저는 깊은 우울감에 빠져서 어쩌면 살아 있지 않은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언제까지 방황해야 하는 걸까, 내가 돈을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일이 있긴 한 걸까 하는 마음으로요. 그렇다고 자살하고 싶단 생각은 안 해 봤고요. 너무 마음이 힘들 때나 드물게 살아 있지 않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뿐이에요.

집에 있을 때는 씻기나 청소하기 같이 꼭 해야 하는 집안일들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나갈 일이 없다면 이부자리에서 잘 일어나지도 않아요. 이런 저를 잘 알아서 강제로 나갈 수단을 만들기 위해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막상 그런 델 가면 공부는 게을리하더라도 절대 빠지는 일 없이 출석합니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저는 예전부터 무표정하다, 화난 것 같아 보인다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친구 관계는 좁았어요. 지금은 운이 좋게도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제 기준에는 무리 없이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친밀하게 지내지는 않더라도요. 그런데 여전히 다들 첫인상을 안 좋게 평가하더라고요. 거리감 있다, 다가가기 어렵다. 안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뭔 말을 해도 진심이 안 담겨 있대요. 웃어도 영혼이 없대요.

저는 이런 제 모습을 고치기가 어려워요. 저도 즐거우면 웃고 할 말이 있으면 잘 떠들어요. 그렇지 않으면 안 할 뿐이에요. 이 모습을 고치려고 한다면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제 마음만 힘들어지고요.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르면 저는 정말로 힘들어요. 저도 모르게 파드득 떨게 되거나...

뭐가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제 곁에 있는 사람들과 오래 가질 못해요. 이외에도 갖가지 다양한 이유들로 절 떠나는 사람, 제가 떠난 사람이 여럿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뭔가 문제가 있긴 한 것 같은데... 스스로의 문제를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에다 까칠한 면이 있고, 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도 나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주변에 무신경한 편입니다. 하지만 남들 앞에서는 배려하고자 사근사근하게 대하려고 노력해요. 이야기도 제가 하는 쪽이 아닌, 주로 들어주는 쪽입니다.

제 성격을 드러내면 다들 상처 받고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고요. 이걸 어떻게 아냐면, 제가 사근사근하게 대하려고 노력을 해도 감춰지지 않는 부분들 때문에 사람들이 절 대하기 어려워하거든요. 물론 어떤 사람들한테는 제 성격이 아주 잘 먹혀서 예외인 사람도 있긴 해요. 근데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랑도 아주 잘 지내는 인기인이고요.

보통 사람들은 친구랑 험한 말도 주고받으면서 잘 지내던데 저는 그게 안 돼요. 친구에게는 좋은 말, 다정한 말만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친구한테 "야"라고도 못 불러요. 제 원래 성격대로라면 그렇지 않은데 말이에요. 거기서 파생된 어색한 간극이 벽을 만드는 걸까요?

저는 겉으로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요. 오래 알고 지낸 단짝 친구가 넌 하고 싶은 게 확실하고, 친구가 없는 듯 보여도 아는 사람도 많고 여기저기 밖에 잘 돌아다니고 대인 관계에 문제가 없는 것 같아서 부럽다고도 했어요. 실상은 그 반대인데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요. 잘하고는 싶은데 잘하는 게 없어서 의욕이 안 들어요. 집중이 안 되는데 어떻게 꾸준히 해서 실력을 높이겠어요. 집중력, 느린 속도, 미루는 습관만 해결된다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대체 뭘 해야 고칠 수 있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찬영입니다.

많은 내용을 길게 써 주셨네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 같네요. 제가 직접 대면하고 상담한 것은 아니지만, 작성한 내용에 맞춰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말씀하신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 보입니다. 하나는 미루는 습관, 집중하지 못하는 것, 일의 효율이 나오지 않는 것,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 등을 이야기하셨어요. 다른 하나는 사람들 관계에서 불편해하고 눈치를 보는 자신감 없는 모습에 대하여 말씀을 하셨어요.

 

요즘에는 성인에서 ADHD에 대한 많은 평가와 치료 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ADHD의 증상으로는 한 가지 일에 꾸준히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이로 인하여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일의 경중을 따져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활동, 목표에 따른 장기적인 활동 등에 제한이 될 수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흔하게는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하지만 끝을 내지 못하는 것, 주변 정리를 잘 하지 못하는 것, 일을 하면서 잦은 실수 등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질문자 분이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 ADHD 증상을 의심해 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글만 보고 진단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다만, 말씀하신 증상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적인 평가와 그리고 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잦은 실수는 사람의 자신감을 떨어지게 만듭니다. 자신감이 떨어지게 다시 어떤 일을 마주하게 되면 더욱 잦은 실수를 유발하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옵니다.

(집중력의 저하 - 잦은 실수 - 좋지 못한 결과 - 자존감의 하락 - 자신감의 저하 - 다른 일을 할 때 불안감 - 집중력의 하락 - 잦은 실수의 반복....)

위의 도식처럼 악순환의 고리를 그리며 어려움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악순환의 원인이 ADHD의 증상에 따른 것이라면 이 고리를 끊는 것이 필요합니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치료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굳이 적극적인 치료 외에도 생활 습관의 개선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 분은 건망증, 잦은 실수를 메모하는 습관을 통하여 극복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질문자 분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고 발전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는 내용입니다. 하루 계획표를 세우고 시간 관리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여러 가지 일이 발생했을 때에도 급하게 어떤 일을 마무리하려고만 하기보다는 일의 경중을 구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일의 응급성, 중요도, 나에게 필요성 등으로 나누어서 구분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 분의 성격을 보면 제가 보기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문제라고 할 성격은 아닌듯한데 질문자 분 스스로가 요사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자 분이 작성하신 성격적인 내용을 보면 스스로에 대한 비난이 많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의 평가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첫인상이 좋지 않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질문자 분을 비난하는 내용일까요? 제가 판단하기에는 첫인상이 조금 좋지 않은 것이 꼭 개선해야 될 문제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주변에서는 질문자 분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데 질문자 분 스스로가 자신을 비난하고 좋지 않게 보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질문자 분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내용은 질문자 분은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하여 인지하고 더 발전적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건망증, 잦은 실수가 있었지만 메모하는 습관을 통하여 이를 바꾸고자 하기도 했었고요. 누구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고, 단점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고 몰아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도 질문자 분은 좋은 부분이 충분히 많고 일부분이 개선된다면 더욱 나은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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