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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수면 주기에 맞게 잠을 설정하려면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2.12 00:35

[정신의학신문: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허핑턴 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한때 자신이 일 중독자였다고 말합니다. 잠을 줄여가며 일에 몰두하던 어느 날 잠이 부족해서 사무실에서 쓰러지면서 광대뼈를 책상에 부딪쳐 골절부상을 입은 계기로 잠에 소홀히 했던 본인의 행동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수면 전파자로 탈바꿈해 주변인들에게는 물론 강연까지 뛰며 ‘밤이면 뇌의 엔진을 끄고 휴식을 해라’라고 권한다고 합니다.

잠이 부족한 사정은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한국은 OECD 조사에서 평균수면시간은 최하위이며, 이는 평균국가의 수면시간인 8시간 22분보다 41분이 더 짧았습니다. 어른들은 야근으로 청소년들은 학업 때문에 잠을 줄여가며 몰두하는 것은 그렇게 보기 드문 풍경은 아닙니다.

이럴 때 잠깐을 자더라도 개운하게 일어나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해봅니다. 특별히 비법은 아니더라도 잠에 대해서 좀 더 이해를 한다면 깊은 잠을 자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_픽셀


잠이 들면 논렘수면(non-REM sleep)과 렘수면을 교차하며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합니다. 논렘수면에서 우리의 뇌가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시상의 기능을 차단하면서 뇌를 휴식하게 됩니다. 논렘 상태에는 인지 기능이 거의 활동이 없습니다. 기억력도 떨어지고 상황파악능력도 없기 때문에 이때 꿈을 꿔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렘수면은 우리가 아는 대로 꿈을 꾸는 잠의 주기입니다. 렘수면이 되면 뇌의 활성도가 증가하게 되고 꾼 꿈을 더 잘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렘수면이나 얕은 논렘수면의 경우에는 뇌의 인지기능이 완전히 저하된 상태가 아니라서 잠에서 깨어나도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잠에서 깨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논렘수면(non-REM sleep) 도중에 깨면 비몽사몽하며 잠에서 깨어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논렘수면 중 가장 깊은 수면단계를 서파 수면(slow-wave sleep)이라 하는데, 이때 잠에서 깨면 여기가 어딘지 알아차리기 모를 정도로 현실감각을 되찾기 힘들어합니다. 속칭 잠에 취한 상태를 가리켜 '혼돈 각성(confusional arousals)'이라고 하는데 이는 수면각성장애 중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혼돈 각성은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적절하게 인식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보통 잠에서 깨어나서 5-15분 정도 외부자극에서 잘 반응하지 못하고 생각도 적절하게 하지 못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폭력적인 행동, 성적인 행동을 나타내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혼돈각성을 포함한 수면각성 장애는 사람이 성장하면서 수면의 구성비도 달라지는 과정에서 생깁니다. 갓난아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잠을 자고 총수면의 80%가 렘수면이지만 자라면서 논렘수면의 비율이 증가하고 수면주기도 짧아집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논렘수면 장애들이 흔히 발생하게 되는데, 야경증, 혼돈각성, 몽유병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 시기에 생긴 경우에는 보통의 경우 자라면서 증상이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성인 이후로도 혼돈각성이 생길 수 있는데, 여기에 근본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야간근무, 스트레스, 불안, 카페인 섭취, 과도한 음주 등으로 수면 균형이 깨져서 혼돈각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 스탠포드에서 수면을 연구해 온 니시노 세이지 교수는 “양질의 숙면을 취하고 싶다면 본인의 수면주기를 파악해 전략적으로 수면을 계획할 것”을 권합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수면은 논렘수면과 렘수면이 90-120분의 주기로 교차하여 반복됩니다. 세이지 교수는 처음 잠이 들 때 최초 90분간 논렘수면 주기를 놓치지 말라고 하는데, 이 ‘골든 타임’에 뇌가 기억을 저장하고 몸의 회복에 필요한 호르몬이 가장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세이지 교수는 자신의 수면주기를 파악해 90분 주기인지 120분 주기인지 알아내고, 4단계 주기가 끝나고 잠에서 깰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최근에 스마트폰 앱이나 스마트 워치 등 기술의 힘을 빌려 수면 시간 등을 측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혼돈각성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7명에 1명 정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중 15%는 1년에 한 번 이상 나타나고 70%는 기면증, 무호흡, 하지불안과 같은 수면장애를 같이 동반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37%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동반한다고 합니다. 위의 통계처럼 혼돈각성을 포함해 불면을 유발하는 요인이나 질환이 있을 경우가 있다면 여기에 적절한 치료를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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