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20대 초반 회사원이고요. 식사하러 가거나 길을 걸을 때 갑자기 건물이 무너져서 덮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트럭이나 큰 돌이 굴러 떨어져 저한테 오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봐요. 공기를 들이마시는데도,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는데 기체가 아니라 형체가 잡히는 물체 같이 느껴집니다.

사실 유치원 때부터 계속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자꾸 집안에 가구가 크게 보인다던가, 장난감이 점점 커져서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요. 큰 건물이나 물건만 봐도 자꾸 움직이듯이 보여서 무섭고 불안한 느낌이 들어요. 이제는 주변이 너무 무서워서 뭐가 큰 물건이고 어떤 게 작은 건지 모르겠어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전형진입니다.

사연에서 언급한, 뭔가 달려드는 느낌이 드는 것과 내가 실제로 본 것이 크게 보인다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건물이 무너지거나 뭔가 달려드는 것 같다는 것은 불안한 감정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물체가 커 보인다면 이것은 심리적인 요인이라기보다 기질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커요. 이럴 때는 뇌에 이상이 없는지 MRI로 확인해봐야 하죠. 신경과, 안과가 필수적일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이런 가능성이라면 20대 초반까지 회사생활을 하거나 군대에 다녀오는 경험이 불가능해요. 그렇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서 이렇게 느껴지지 않았나 가능성을 점쳐보는 것이 가장 맞을 수 있죠.

 

물건이 크게 느껴지거나 주변 소리가 확장돼서 들리는 식의 감각은 반드시 조현병, 공황장애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감각을 예민하게 경험하는 것은 불안감이나 스트레스가 높아졌을 때 많이 나타나요. 걱정을 많이 할수록 나쁜 가능성에 대해서 확대해석을 하기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죠. 지진이 뉴스에 나온다고 해도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지진이 날 가능성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내가 항상 불안하면 이런 것도 매번 실제 가능성을 따져보게 되기 때문에 무척 지치게 돼요.

좀비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저것이 영화가 만들어낸 허구라는 걸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편하게 영화에 집중해서 즐길 수 있죠. 불안을 경험한다는 것은 가슴이 두근거린다던지 손에 땀이 쥐게 되는 상황이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나 공포영화에서는 짜릿함으로 오게 되죠. 그런데 이런 불안이 생활에서 늘 반복적으로 겪는 것이라면 느끼는 고통이 크겠죠. 불안을 계속해서 겪는다면 지칠 수밖에 없게 되겠고, 사소한 것에도 놀라게 되겠죠. 언제 어떻게 불안한 것이 올지 몰라 예민해지니까요.

 

불안에 오랫동안 노출됐다고 가정한다면 어릴 때부터 불안을 만성적으로 오래 느껴온 분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글의 내용대로 사물이 분별이 안 될 정도라면 일찍이 병원에 갔을 가능성이 커요. 이럴 때는 기질적 문제, 즉 생물학적 병변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말이죠.

기질적 문제가 아니라면, 생각이 현실적인 기준에 비춰봐서 타당한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자꾸 과장해서 또는 파국적인 결과와 결부지어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내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거예요. 이게 불안의 악순환을 끊는 방법이에요.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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