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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인터넷을 줄이고 집중하고 싶어요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1.16 12:03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생입니다.

고등학교 초반에는 괜찮았어요. 학교에서 늦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에도 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전교 순위권에도 들어봤고 선생님들이 알아주는 우등생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간고사가 끝나고 많은 양의 수행평가를 하다가 번아웃이 왔습니다. 성적이 급하락했고 평균 취침 시각이 새벽 3시가 됐습니다. 

맨날 학교 수업 시간에 자고 우울 삽화 비슷한 것도 경험했습니다. 자해사고와 자살사고가 있었어요. 그냥 조금 아프다 말 정도로 약한 약물 자해도 했습니다. 공부에는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어요. 어휘력과 집중력 그리고 이해력이 바닥을 찍었습니다. 교과서 한 단원을 읽는데 일주일이 걸릴 정도였고 결국 이럴 거면 하지 말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안 했고 결국 몇 차례의 시험을 망쳤습니다.

 

그리고 번아웃이 왔을 때부터 인터넷에 중독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열심히 SNS를 하고 있네요. 보통 유튜브를 하거나 몇 시간 동안 트위터를 하거나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나 동물 사진 같은 걸 열심히 찾아봅니다. 전혀 생산성 없는 일들만 하고 있어요. 이런 걸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시간과 노력이 별로 들지 않는 일로 계속 자극을 주지 않으면 같은 우울한 생각만 계속 반복하게 되니까 노래를 듣거나 저런 짓만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공부는 아예 할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예전에는 한 과목 시험 범위를 정독하는 데 세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거의 일주일이 걸립니다. 그래서 그냥 안 하게 돼요. 

 

차라리 오프라인에 제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해할 사람이 있으면 인터넷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사람이 없어요. 딱히 고민 상담 외에도 일반적인 대화를 할 사람들이 오프라인에 없어요. 제가 듣는 노래, 보는 영화, 좋아하는 연예인 등 제 관심사를 좋아하거나 아는 친구들이 주변에 없어서 대화거리도 많이 없고 애초에 같은 학교 애들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고민 상담할 좋은 상담사도 못 찾겠고 돈이 없어서 갈 수도 없습니다.

제 말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는 너무 힘들고,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SNS 공간에서만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제 인터넷 중독의 이유 중 하나같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어요. 매일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느라 새벽 세네 시에 잡니다. 학교에 휴대폰을 낼 때랑 잘 때, 씻을 때 빼면 항상 인터넷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공부를 못 하는 학생이었으면 그냥 그러려니 할 것 같은데 전교권에 들었던 상위권 학생이었는데 거의 최하위를 돌고 있으니까 너무 속상합니다. 인터넷을 그만두고 싶은데 안 하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저도 다른 애들처럼 '늦어도' 두 시에 자는 삶을 살고 싶어요.

우울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 중독인 건 확실합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병원이나 상담 가는 걸 허락해줄 것 같지가 않아요. 가난한 건 아니지만 장학금이나 급식비를 지원받는 차상위 계층이라 그런 걸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에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도 있는데 엄마는 아직 정신건강 문제를 마냥 남일로만 생각하는 것 같고, 일단 부모님은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아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신재현입니다. 

질문자님의 글에서 절박한 심정이 군데군데 묻어나네요. 한창 즐거워야 할 시기에 다른 이들이 하지 않을 고민을 하시는 걸 보니 참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어쭙잖은 위로겠지만, 부디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인터넷 중독에 대해 질문을 주셨네요. 사람들이 술, 담배, 인터넷, 게임과 같은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고통에 대한 회피>라 봅니다. 그러니까, 현재 겪는 고통에 대한 회피의 수단으로 중독에 빠져든다는 거예요. 청소년이 성적, 친구 관계, 혹은 복잡한 가정사 등에 마음이 힘들 때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중독 수단은 게임이나 인터넷이에요. 거기에 몰두하다 보면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을 외면함으로써 잠시나마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 상황에 대한 자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으니까요. 가장 쉽고 빠르게 주의를 돌릴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는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문제는 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인터넷 중독이라는 행위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인터넷 중독 자체에 대한 접근도 물론 필요합니다. 스스로 시간제한을 두는 방법,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 사용을 조절하는 방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자동으로 스마트폰을 잠그는 앱도 많이 출시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하지만 현재 자신이 안고 있는 마음의 문제를 잘 살펴 그 윤곽을 파악하고,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 생각해요. 

 

번아웃(burn-out)이 왔다고 했었지요. 제가 질문자님의 글에서 파악하기로는 단순히 학업에 대한 부담만이 번아웃을 일으킨 것 같지는 않아요. 학교에서의 친구들 간의 적응 문제, 가정 내에서의 이해와 공감의 문제 등이 함께 얽혀 질문자님의 마음의 짐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업에 대한 집중력의 저하, 성적의 하락 등은 표면적인 문제라 생각하고요. 그러니 현 상황의 문제를 살피려면 성적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 등 다른 영역의 문제들을 함께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혼자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인근의 정신보건센터나 보건소에서 관련 상담을 진행하거나, 때로는 이에 대한 치료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니 한번 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차상위 계층이라면 의료비 지원에 대한 것을 주민센터 등에 문의해보시는 것도 좋겠고요. 

 

흔히 우리가 말하는 번아웃은 우울증이라는 병과의 교집합이 굉장히 많아요. 그리고 우울증은 늪과 같아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차 가라앉아서, 삶 전체를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어버리곤 합니다. 질문자님께서 적은 증상들 - 그러니까 집중력의 저하로 인한 학업 성적의 악화, 자해 사고 및 자살 사고, 불면 등이 순차적으로 하나씩 나타나 삶을 괴롭히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 질문자님에게 더 어려운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도움을 받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 또한 삶에 인터넷이나 SNS 보다는 건강한 활동이나 취미 생활을 조금씩 채워 넣으셔야 하고요. 이제부터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 건강한 것들에 ‘중독’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힘내시고, 부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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