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직장에서 왕따를 당했습니다. 텃세 때문에 며칠 다니지 못하고 그만뒀습니다. 그 뒤로 그쪽에선 일도 못하고 알바만 하다가 이제는 또 쉬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일을 해야 될 것 같은데 용기가 안 나요. 면접까지 보고 출근하라고 하는데도 못 가겠습니다. 또 왕따 당할까 봐 무서워요.

정신과에서 우울증이라고 약을 처방해줬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이전 직장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 때문에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시는 것도 불안하신 것 같습니다. 이전의 경험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불안을 떨쳐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지요.

우리 인간의 뇌는 망각이라는 축복이 있어서 심하게 압박받는 사건들도 일시적 고통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트라우마는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 스트레스와 달리 마음에 오래 남아서 유사한 상황이 예상될 때 지속적으로 반복됩니다. 트라우마는 당시 사건의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극히 많으며 이러한 이미지가 장기 기억화 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원래대로 일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갑자기 상황이 변화되는 것은 스트레스를 더 키우게 됩니다. 내가 해오던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시도에 겁을 내기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트라우마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덮어놓고 싶은 기억을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극복해내는 과정입니다. 사연을 보내주신 분은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이 얼어붙는 과정을 많이 겪어왔을 겁니다. 본인의 트라우마 감정을 실어서 털어내고 내가 다시 말한 것을 다시금 들었을 때, 그 사건은 새롭게 기억됩니다. 거기서부터는 예전의 기억이 아닌 다른 기억으로 재입력됩니다. 마음속으로 안고만 있지 말고 감정을 털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방법들로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때는 트라우마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트라우마에 가장 효과가 좋은 정신치료 방법은 EMDR입니다. EMDR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 드리자면, 우리가 꿈을 꿀 때 눈동자는 지속해서 좌우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때 뇌의 양측성 자극을 통해 기억의 재처리 과정이 일어나는데, 이런 효과를 치료 현장으로 가져온 것이 EMDR이라는 치료 방법입니다.

사연자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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