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일즈맨인 K 씨는 평소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다만, 업무량이 상당히 많아 늘 피곤했고 밤늦게까지 회식과 접대가 있었기 때문에 수면이 불규칙적이었고, 때때로 과음과 흡연으로 인한 몸의 부담을 느꼈습니다. K 씨는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고속 승진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수년 동안 이러한 생활패턴 속에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건강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전하고 가는 도중에 갑작스럽게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장 부근에 통증도 느껴지고 숨을 쉬기가 점점 어려워져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심한 불안감이 나타났습니다. 겨우 차를 갓길에 세우고 증상이 없어지기를 기다렸지만, 10여 분간 흉통과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감 속에서 기다린 후에야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에 K 씨는 자신의 심장에 큰 문제가 생긴 것으로 생각하고 응급실을 찾아가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검사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며칠 내에 또다시 이와 같은 흉통과 공포감을 동반한 증상이 나타났고, 그 빈도도 점점 더 늘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운전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이러한 증상이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항상 “언제 또 그 발작증상이 나타날까?” 하는 걱정으로 노심초사하게 되었습니다. K 씨는 정신과에 방문하여서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 중 가장 급격한 불안발작을 경험하는 매우 고통스러운 질환입니다. 영어로는 panic disorder라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100명 중 3명 정도가 이 병이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그 발생빈도가 높은 질환입니다. K 씨의 경우처럼 극심한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을 동반하는 불안발작(panic attack)이 예기치 않고 수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증상이 심근경색이나 부정맥과 같은 심장질환 매우 유사해서 K 씨처럼 심장내과(cardiology)를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공포스럽고 당황스러운 공황발작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그 증상이 다시 나타날까 봐 매 순간 걱정하게 되는데, 이것을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이라고 합니다. 치료를 받지 않고 그대로 증상을 방치할 경우 언제 어떤 장소에서 불안발작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남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장소에 나서기를 두려워하게 되고(광장공포증, agoraphobia), 점차 집 안에서만 생활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 병에 대해서 여러 가지 원인이 의심되고 있지만 가장 널리 인정되는 것은 뇌신경의 이상입니다. 우리 몸에는 교감신경이라는 자율신경이 있습니다. 이 교감신경을 통제하는 뇌의 부위가 청반핵입니다. 공황장애를 앓게 되시는 분들의 경우에 이 청반핵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반응을 보입니다. 따라서 사소한 자극에도 심한 교감신경의 항진 증상이 일어나게 되고, 호흡곤란, 빈맥, 흉통 등의 급작스러운 신체 증상과 불안감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체 증상은 잊기 힘들 정도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남기고,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늘 염려되고, 평상시에도 불안은 계속됩니다.

어떤 분들은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 술을 많이 드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처 방법은 오히려 공황장애의 치료도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알코올 의존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방법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공황장애의 증상은 몹시 드라마틱하고 힘이 들지만, 10~30분 이내에 증상이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생명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지도 않습니다.

 

공황장애가 의심되는 증상을 경험하신 경우에는 우선 내과적 질환, 예를 들어 승모판 탈출증(mitral valve prolapse) 등의 심장질환을 배제하여야 합니다. 심전도 검사(ECG)와 심장 초음파(cardiac echo) 검사가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심장질환이 없다고 진단되면, 정신과를 방문하셔서 공황장애 치료제를 드셔야 합니다.

대개 복용 후 수개월 내에 공황장애의 증상이 상당히 해소됩니다. 하지만, 공황장애의 경우 증상 재발이 흔하게 나타나고, 특히, 약을 꾸준히 드시지 않을 때 재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소 9~12개월 동안 약물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완치를 위해 중요합니다.

약물치료는 아마도 최소한의 치료가 될 것입니다. 적절한 치료(optimal treatment)를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공황장애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밝혀보고, 과로나 음주, 생활패턴 등의 문제를 교정해 가야겠습니다. 또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공황장애에 매우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심리상담을 통해서 현재 어떠한 감정적인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더불어 인지행동치료나 정신역동적 상담을 받는 것은 나중에 약을 중단하신 후에도 스스로 불안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고, 재발을 막는 내면적인 힘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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