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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제, 약물치료만으로 해결될까?
이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9.05 10:35

[정신의학신문 : 이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의 신체 중에서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주관하는 곳은 바로 뇌입니다. 우울증 역시 바로 뇌의 기능 이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의욕과 식욕, 성욕, 수면을 감당하는 뇌의 조절 중추에 이상이 발생할 때, 그 결과로 여러 우울 증상을 경험합니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것은 아직까지도 우울증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한, 아무런 촉발 요인이 없는 이유 없는 우울증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연구와 임상적 경험을 통해서 우울증의 발생에 기여하는 몇 가지 중요한 요인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를 조금 단순화해서 크게 심리적 요인과 신체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개인의 심리적인 요인입니다. 스트레스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우리의 마음은 괴롭고, 아픕니다. 불안하고, 긴장이 됩니다. 슬픈 마음, 분노하는 마음, 절망감,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정들은 매우 강렬하며(intense),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될 때에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상황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경험케 할까요?

첫째, 인간은 애착이 깊게 형성된 대상(부모, 친구, 배우자, 자녀 등), 마음속 감정의 세계에서 나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지거나, 끊어지게 될 때 우울해집니다. 프로이트(정신분석을 창시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사)는 인간에게 있는 가장 위험한 심리적 위기 상황들을 제시하였는데, 그중에 두 가지가 바로 관계의 상실(loss of relationship)과 관련되어있습니다.

그는 아기가 엄마를 잃어버리는 상황(loss of object), 아기가 엄마의 사랑을 잃어버리는 상황(loss of object’s love)은 심리적으로 가장 두려운 상황들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예상될 때 우리는 불안해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대단히 슬프고 우울한 감정에 빠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를 잃은 분들이 경험하는 상실(loss)과 애도(mourning process)의 과정이 이런 형태의 우울증입니다.

 

두 번째는 대인관계의 갈등으로 인한 것입니다. 특히 분노나 공격성에 대한 갈등이 있는 분들은 이러한 스트레스에 예민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상처를 경험하며, 마음속에 누군가를 향한 분노의 감정이 크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적절하게 내 인격의 한 부분이 통합하고, 조절하지 못할 때 강력한 스트레스가 발생됩니다. 나에게 고통을 준 대상에게 분노를 향하고 그대로 표출하게 되면 관계가 손상되거나, 나 자신에게도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분노를 과도하게 억압하고, 통제하려고 할 경우에 그 분노는 자신을 향하게 됩니다. 분노의 감정이 나 자신을 향하게 될 때 우울과 수치감 등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자존감(self-esteem)과 관련이 있는 스트레스입니다. 내가 이상(ideal)으로 생각하고 있는 어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좌절하고, 실패감과 무기력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쉽게 상처 받고 자존감의 유지가 어려운 성격적인 측면을 가진 경우, 완벽주의적 성격을 가진 경우에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상과 완벽에 도달하지 못하면, 나 자신의 가치도 사라지고,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도 사라져 버립니다. 이러한 심리적 상황에서 자존감은 매우 취약해지고, 나 자신이 너무나 작은 존재, 무가치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심리적 원인들은 그 내용을 깊이 이해할 때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잘 이해하고,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비슷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될 때마다 유사한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 심리적 갈등들이 반복해서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이러한 문제가 우리의 의식 밖 무의식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가기가 더욱 매우 힘들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의 반복적인 감정적 갈등과 우울, 불안, 대인관계의 갈등을 경험하고 계시다면, 전문적인 정신분석적 상담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_픽셀

 

다음은 신체적인 요인입니다. 뇌신경에 대한 눈부신 발견을 해나갈수록, 인간의 신체와 마음(감정)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울증 환자의 뇌는 정상인의 뇌와 다른 상태라는 것이 알려지게 됩니다. 어떤 이유로 뇌의 기능 이상이 발생하고, 그 결과 우울증이 나타난다고 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뇌의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연락을 돕는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호르몬의 이상, 호르몬보다 더 미세한 세포 사이의 연락을 책임지는 사이토카인(Cytokine)의 이상, 생물학적 리듬의 이상, 뇌의 전기생리학적인 이상 등 여러 가지 우울증의 모델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러한 뇌 기능의 균형을 찾도록 돕는 것이 항우울증 치료제(antidepressant)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인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었고, 그 효과도 우수합니다. 다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3주 동안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그 시간을 잘 견디고,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는 경우에 많은 분들이 의욕, 식욕, 수면 등의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우울과 불안 증상도 호전되게 됩니다.

항우울증 치료제의 목표는 증상의 개선에 있습니다. 따라서, 그 원인이 심리적인 영역에 있을 때는, 약물을 중단하고 나서 우울증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해열 진통제를 먹어 통증과 고열은 사라지게 했지만, 여전히 그 증상을 일으킨 바이러스나 원인 질환이 치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과 같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정신질환의 치료가 약물 위주의 생물학적 치료로 편향되었다는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들도 약을 처방하고 증상의 조절에만 관심을 갖는 기계적인 치료에 익숙해져 버린 인상을 받습니다. 항우울증 치료제는 최소한의 치료(minimum treatment)입니다. 최적의 치료(optimal treatment)를 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진단과 심리적 치료가 반드시 병행되어야겠습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신체적 문제의 결과로 오는 이차적인 우울증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 복용한 약물에 의해 생기는 우울증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이 바로 ‘항고혈압제(antihypertensive)’입니다. 고혈압으로 약물치료를 받으시는 분들 중에는 때때로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감과 의욕 저하를 경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고, 우울증을 촉발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자꾸만 우울해집니다. 이러한 경우에 항고혈압제를 우울증의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정신과 의사와 심장내과 의사를 모두 만나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만성 신부전으로 오랫동안 투석을 하시는 분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가 있는 분 등의 경우에도 신체적인 질환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암 환자, 통증 환자 등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하시는 분들 역시 피로감과 우울감 등의 증상을 흔히 경험하십니다. 이때에는 원인이 되는 신체 질환의 치료가 우선됩니다. 그리고, 우울 증상이 심할 경우, 우울증에 대한 치료도 함께 하도록 권장되고 있습니다. 

 

한 개인이 경험하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무척 다양하고 큽니다. 그중 슬픔의 정도가 매우 심하고, 그 감정으로 인해 개인의 삶이 전반적인 영향을 받게 될 때 우리는 우울증이라고 부릅니다. 우울증이라는 이름은 하나이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안에는 매우 다양한 원인과 개인차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똑같은 우울증 환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울증이 있다고 의심되시면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요인이 우울증을 유발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원인이 심리 성격적인 문제, 외부적인 스트레스, 상실, 큰 충격과 상처(trauma), 뇌신경의 이상, 신체의 질환 등의 요인 중에서 어떤 요인에 해당하는지를 전문가와 함께 좀 더 구체적으로 진단하게 될 때, 치료의 방향과 방법도 적절하게 세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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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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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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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면아이 2019-09-05 20:21:11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정신과에서는 약을 먹으라는 말밖에 해 주실 수가 없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습니다. 30여년을 다녔는데도 치유의 길은 요원하고 약만 먹으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신경정신과의 한계라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이 글을 쓰신 선생님의 말씀처럼 약은 최소한의 치료이며 원인에 대한 진단과 심리적 치유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고통받는 수많은 신경증 환우들을 위한 길이아닐까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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