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불면증 환자의 수는 50만 명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4년 전에 비해 약 32%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경우 우리는 다음날 출근과 일상, 대인관계 등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건 두말할 것도 없지요.

의외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수면제 복용의 실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저녁시간이나 늦은 새벽에 먹어도 괜찮나요?

개인의 수면 패턴이 조금씩 다르고, 교대 근무를 하는 분들이나 밤샘 작업을 하신 분들은 아침에 주무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수면제는 보통 밤 10시~12시 사이에 먹을 때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이는 수면제의 약동학성 특성 때문인데 단순히 약을 먹는다고 잠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일주기 리듬과 일조량, 송과체에서 멜라토닌이 생성되는 시간과 수치 등을 고려하면 이른 저녁시간이나 새벽 2시 이후에는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잘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술과 수면제를 같이 먹으면 더 잘 듣는다?

그렇지 않습니다. 맥주나 와인 한잔은 빨리 잠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과한 음주는 수면의 구조와 REM sleep을 흐트러뜨리는 영향을 주기에 밤새 자고 푹 쉰 느낌을 주지 못합니다. 술을 자주 마실수록 진정효과는 점점 떨어지며 서파수면이 감소되고 REM 수면이 늘어나 깊은 잠을 못 자는 패턴이 반복되게 됩니다. 또한 알코올의 분자구조가 수면제와 매우 흡사하며, 같은 수용체에 작용하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분들은 수면제에 내성이 생겨 잘 듣지 않게 되고 일반인보다 과량의 수면제를 써야 효과가 있게 됩니다. 

 

3. 야식과 수면제를 함께 먹지 않는다.

식사와 함께 혹은 식사 직후 수면제를 먹으면 효과가 많이 떨어집니다. 또한 음식을 먹고 바로 누울 경우 몸이 수평이 되어 위산 역류가 잘 일어나고 소화불량이 생겨 잠을 방해합니다. 음식은 뇌의 식이중추를 자극하여 몸을 각성시키는 효과도 있지요. 아주 적은 양은 괜찮지만 가급적 음식과 수면제를 같이 먹지 않으시는 게 숙면을 취하는 좋은 습관입니다.

 

사진_픽셀

 

4. 수면제는 반드시 정량을 먹어야 한다.

한 알을 먹고 잠이 안 드시는 분들이 흔히 한 알 혹은 한 봉지를 더 먹고 주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면제는 대부분 우리 뇌의 GABA 수용체에 진정과 안정작용을 일으켜 잠을 청하게 하는데 2알을 먹는다고 해서 2배의 효과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잠을 못 자면 어쩌지?’ 하는 과도한 초조와 불안감이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를 증가시켜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분비를 방해하여 입면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3, 4알은 말할 것도 없지요. 여러 알의 수면제를 먹고 설령 잠이 든다고 하더라도 약의 부작용과 과도한 진정효과로 인해 다음 날 아침 두통과 졸림, 불쾌감을 느끼며 수면의 질도 무척 낮을 것입니다. 수면을 취한 게 아니라 기절했다가 깨는 것이지요. 수면제는 꼭 한 알 혹은 한 봉지씩, 전문의와 상의된 정량을 드셔야만 합니다. 

 

5. 간이 건강해야 수면제가 잘 듣는다.

간의 대사 기능 신장의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 약물의 소화 능력과 해독, 배설능력이 떨어져 수면제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간염을 앓고 계시거나 과로, 만성피로 등으로 간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있을 땐 이에 대한 충분한 휴식과 식이요법, 내과적 치료를 선행해야 수면제가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드문 경우지만 결핵약이나 다른 건강 보조제 등이 수면제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에 수면제 처방 시 미리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수면제 복용에 대한 오해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숙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식사(특히 아침!)와 최소한이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신촌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전) 서울대병원 본원 임상강사,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
현)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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