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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ADHD인 배우자 때문에 힘이 들어요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7.08 04:29

[정신의학신문 :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전형진]

 

사연) 

결혼 1년차 신혼부부입니다. 저희 남편은 성인 ADHD로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주말 연애를 했던지라 그의 평소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한 번은 남편이 좀 우울감을 느꼈는지 동네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한번 받았는데 성인 ADHD 같다고 관련 책을 주시며 읽어보고 다시 오라고 했다더라고요. 그 뒤로 다시 가지는 못했고요.

 

평소에 업무 실수 빈번하고, 깜빡깜빡 기억이든 물건이든 잘 잃어버리고, 충동조절, 분노조절 잘 안 되어 매번 사람들과 싸우고, 충동구매하고, 좋아하고 재밌는 것만 좇아서 하려고 하고, 잘 못 참고.. 이런 단편적인 부분들만 봐도 성인 ADHD라고 충분히 추측 가능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절제를 못하는 것은 게임인데요. 한번 하면 항상 약속한 시간을 어기고 어떨 때는 밤을 새우고 게임을 하고 와서는 다음날 직장에 병가를 내거나 연가를 냅니다. 저와 게임 때문에 다툰 날은 어김없이 PC방을 가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안 들어오기도 합니다. 당연히 직장은 연가 내고 안 가고요.

이번에는 그게 심해져서, 게임 절제 못한다고 싸운 저번 주 월요일 이후부터 일주일 내내 집에 들어오지 않고 직장도 나가지 않았어요. (PC방과 모텔 전전) 그리고 일요일 밤에 들어와서는 이제 게임을 끊겠다고 잘못했다고 해놓고, 어제(월) 밤 다시 게임을 하러 PC방에 갔고 이번 주 일주일을 또 연가를 냈습니다. 오죽하면 남편 직장에서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책임감이 없다며 저에게까지 전화가 왔고요.

 

이 모든 상황은 오로지 저 혼자만 알고 있습니다. 남편의 부모님, 저희 부모님, 남편의 가까운 친척, 친구들 아무도 모릅니다. 남편이 게임에 빠졌는지, 직장을 안 나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직 저 혼자만 알고 있습니다. 남편은 자기도 힘들다며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는 저로서는 남편의 부모님께도, 우리 부모님께도 그 누구에게도 말도 못 하고 괜찮은 척하며 오로지 저 혼자 감당하고 있습니다. 도움도 요청하지 못하고, 이해를 구하지도 못한 채 말입니다.

이제는 제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조언을 구합니다. 제가 혼자 감당하기가 너무 힘든데, 남편은 보이는 걸 또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 걱정시키기 싫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자기 성인 ADHD나 이런 상황을 얘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혼자 너무 힘들고요. 남편의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남편이 어젯밤에 다시 게임하러 나간 이후 저는 한숨도 못 자고 출근을 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남편의 부모님께 알려서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저희 둘 다 아직 어리고, 이 상황을 알아서 해결해 나가기에는 방법도 잘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알리는 걸 극도로 싫어하지만.. 이러다 제가 돌아버릴 것 같아서 너무 답답합니다. 주변에 알려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 혹시 성인 ADHD 환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아니면 도움이 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p.s. 저희는 지방에 살고 있는데 성인 ADHD 검사를 서울에서 받아보려고 합니다. 검사 결과는 당일에 바로 나오는지 아니면 얼마의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확진이 내려지고 나면 병원 통원은 얼마에 한 번씩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입니다. 언급해주신 남편분의 증상을 보면 성인 ADHD를 의심하게 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본인도 힘들겠지만, 작성자 분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속적인 어려움을 보이는 상황에서 치료에 대한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성인 ADHD를 고려해 볼 수 있는데, 다행히 문제를 빨리 파악하여 치료를 생각하고 계신 점은 다행이라고 봅니다.

주변에 알려서 도움을 받겠다는 작성자님의 생각과 알리기 꺼려하는 남편분의 입장 모두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상황에서 남편분의 문제를 다른 가족들과 상의하는 것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장점이 더 많아 보입니다.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면 외부에서 제어 장치 역할을 해줄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부모님과 같은 경우). 그리고 도움을 제공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사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위 글에서 언급된 남편분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이해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증상으로 인한 행동적인 문제와 감정적인 문제(감정기복, 우울, 불안 등)가 함께 있는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감정적인 문제가 악화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남편분의 증상에 대해 공감해주고, 문제를 이해해주는 입장을 보이길 바란다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주변에 솔직하게 알리는 편이 낫습니다. 남편이 극도로 알리기를 꺼리는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충분한 대화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인 ADHD의 진단은 증상에 대해 면담 및 척도를 이용한 평가와 더불어 지능검사나 주의력 검사 등이 부가적으로 시행됩니다. MRI나 뇌파검사 등에서 특징적인 소견을 보이기도 하지만 진단에 이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성인 ADHD 환자가 다른 정신과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85% 이상이기 때문에 공존질환(불안 장애, 기분 장애, 충동조절장애, 물질 사용 장애 등)에 대한 평가도 필수적으로 시행됩니다.

결국 성인 ADHD에서는 검사 결과 자체가 진단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증상에 대한 임상가의 판단을 돕는 정도가 되기 때문에, 검사 기간이 얼마가 걸릴지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한차례의 면담으로 진단이 될 수도 있고, 애매한 경우에는 수차례 면담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단 이후 약물치료 증량과정은 대개 주 단위로 진행하지만, 개개인마다 약물의 효과 및 부작용에 차이가 있어 정확하게 언제라고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는 치료자와 상의하여 유연하게 결정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진단 과정 역시 치료 과정에 포함된다는 점, 꾸준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셔서 검사를 받는 것보다 편하고 자주 방문 하실 수 있는 거주지나 직장 근처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남편분의 문제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부분에서 답변을 드렸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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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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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ㅅㅅㅅ 2019-07-09 00:37:36

    분노조절은 쎈사람이나 약점잡힌 상태에서는 조절이 매우 잘됨
    그나저나 ADHD가 결혼한 게 신기하네 난 연애도 오래 못하겠던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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