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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 않지만 발견하기 쉽지 않은 ADHD약속을 자주 잊고 집중력 부족 체계적인 일 진행에 어려움 등 성인기 ADHD 확인해봐야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승인 2019.07.06 04:15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요즘은 의료인이 아니어도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라는 진단명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초중고를 다녔던 80~90년대에는 접할 수 없었던 이 진단명은 이제 누구나 아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누나가 연수 때 들은 내용과 반 아이들의 행동을 비교하며 물어온 때가 10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머리 좋아지는 약’이라며 ADHD 약물이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이야기도 이제 ‘뉴스’가 아닙니다.

ADHD를 겪는 아이들은 5~7%로 희소하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모습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해 부산하고, 실수가 많아 위축된 초등학생입니다.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손발가락을 꼼지락거리거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아이가 숙제나 준비물을 깜빡하고 선생님께 혼나는 모습이죠. 이 아이들이 치료를 받지 않으면 부정적인 평가에 우울해지거나 사춘기 일탈이 시작되면서 비행청소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에서 2~3명 정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이죠.

대규모 연구를 통해 이 아이들이 치료를 잘 받으면 증상이 호전되고 뇌 발달도 정상화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치료제가 뇌에서 작용하는 방식이 정상인과 다르다는 것도 확인됐고요. 이는 질환이 없는 사람에게는 약물 복용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울증이 없는 사람이 항우울제를 먹는다고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삶을 살게 되지 않는 것처럼요.

 

사진_픽사베이

 

ADHD 치료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성인들도 진단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자녀의 치료를 위해 방문했다가 부모의 ADHD를 발견하는 식이죠. 직장과 가정에서 보인 잦은 실수와 충동성의 원인을 늦게나마 찾은 것입니다. 18세 이전에 진단된 환자에게만 보험급여 혜택을 제공하던 제한이 2016년에 폐지되어 성인의 3~5%가 ADHD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충동적이고 번잡한 모습이 꼭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는 얌전해 수업 진행을 방해하지 않지만, 또래의 집중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진단을 놓치기 쉽습니다. 치료를 잘 받은 경우에도 과잉행동과 충동은 호전이 되지만 주의력 결핍은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부적인 마무리가 어렵거나, 체계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거나, 약속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생각이 많이 필요한 일을 피하거나, 꼼지락 거리지 않고 오래 앉아 있는 것이 힘들거나, 가만히 얌전히 있기 힘든 경우 성인기 ADHD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면 대학 입학이나 취직이 힘들었을 테니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ADHD를 진단한 유니스트 학생들의 경우 처음부터 집중력 문제로 찾아오기도 경우도 있지만, 스트레스로 찾아와 우울이나 불안을 해결하는 중에 ADHD를 찾아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어린 시절의 증상을 확인해야 하는데 앞에서 이야기한 과잉행동과 충동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집중력 부족의 모습들을 겨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집중해서 들으려는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도 딴생각을 했다거나, 어려운 수식을 다 적용해놓고 더하기 빼기에서 실수해서 틀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중요한 약속 시간을 착각하거나 잊지 않으려 적어놓고 그 메모를 잃어버리는 식이죠. 책상을 정리하기 힘들고 자유여행을 잘 해내기 어렵습니다.

긴 호흡으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확인해가며 중요한 것들을 챙기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괜찮은 학점으로 졸업한 학부생이 대학원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려운 수식은 잘 이해하면서 규정에 따라 일정을 확인하는 간단한 일을 훨씬 어렵게 느낍니다. 지도교수님이 보기에 별로 어렵지 않은 일에 자꾸 실수가 생기다 보니 혹시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회의 중에도 딴생각을 하기 쉬우니까요.

진료실에서 충분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덕에 이렇게 미묘한 진단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초점이 맞는 것 같다’는 내담자의 표현이나 연구가 잘 진행된다는 말에 저는 치료자로서 큰 만족을 느낍니다. 이런 변화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정두영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헬스케어센터장)

필자는 과기원을 졸업한 정신과의사로서 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공감하고, 진료와 더불어 인간을 직접 돕는 새로운 기술들을 정신의학에 적용하고자 인간공학과에서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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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2019년 7월 4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낯설지 않지만 발견하기 쉽지 않은 ADHD’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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