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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마음속의 응어리,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6.24 11:03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대학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최근 너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느끼는 일이 늘고 짜증이 나다 못해 눈물이 나고 가끔 속이 꽉 막히는 것 같이 화가 날 때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기분 상태가 된 시발점이 올해 초에 가정 내 문제로 스트레스라 해야 할지, 혼자만의 마음의 상처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크게 영향을 받게 되었던 때쯤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타지 생활을 해왔던 터라 신경을 거의 쓰지 않고 살아왔었는데, 얼마 전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울기도 많이 울고 그 사건 이후에 우울감이 높아서 혼자서 여행도 다녀오고 했었습니다. 물론 여행에서도 울컥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 슬픔 등 때문에 눈물을 뿌리고 다녔네요..

가족과는 그날 이후로 이사 관련해서 한두 통 전화한 것 이외에는 연락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았는데 그러기는커녕 마음 한편에 응어리가 진 것처럼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되는 게 이 한편의 응어리 때문인지 뭔가 제가 계획했던 대로 안되거나 마음에 안 들거나 하면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오르고, 조금만 쌓여도 눈물이 먼저 흘러서 주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와중에 무언가 마음에 안 들고 짜증이 나서 눈물이 나면 계속 하염없이 흐르는데 왜 때문인지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또 정확한 이유가 없고 그래요...

여기에 최근에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 권태가 찾아와서 생각을 하다 보면 친구는 그렇다 쳐도 가족마저도 인생에 기쁨은커녕 문제만 일으키는 것 같은데 왜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겨 해소되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답이 없는 것도 알고 이런 삶은 왜 살아야 하나 생각하면서도 대학원 공부나 연구는 별개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가족, 인간관계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렇게 게시판에 글로 쓰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 아무튼 짜증내고 화나고 눈물이 시도 때도 없이 나는 것 때문에 불편한 점이 너무 많네요.

게다가 최근엔 사람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제외하고는 만나거나 놀러 간다거나 하고 싶지도 않고.. (만남이나 놀러 가는 빈도가 줄어들어 어색해져서 이렇게 된 것인지 인과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그나마 사회적인 활동 속에 만나는 사람들과도 눈 마주치면서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네요..

제가 원래 눈을 못 마주쳤던 사람이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외향적으로는 되게 활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유지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그만 살고 싶다가도 죽지 못해 사는 거지 하며 넘어가고 그러다 보면 대체 왜 태어나서 이렇게 고생을 하나 생각도 듭니다. 이게 단순히 제 마음가짐의 문제일까요, 혹은 치료의 도움을 받아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일까요..?

스트레스받는 부분들이랄까 고민이 되는 부분들이랄까 이야기하자면 정말 많지만.. 서두없이 막 적다 보니 일목요연하게 적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그간 힘든 마음이 충분히 전해져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질문의 내용을 보며 힘드신 부분을 하나씩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우울함, 감정 조절의 어려움:
특별한 원인 없이 자주 우울하고, 사소한 일에도 화와 짜증이 심하다.
정확한 이유 없이 자주 답답하고 힘든 감정을 느낀다.

2. 무기력, 무의욕, 무감동:
삶의 의미, 열심히 수행해야 하는 일의 의미를 모르겠다.
삶에 전혀 기쁨이 없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회의적이며 권태롭다.

3. 대인관계에 대한 회의감,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
인간관계 자체에 대해 회의가 들고 답답하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내 모습에 비해 실제의 나 자신이 초라하고 부족해 보인다.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느낌이 드는 병이라기보다는 살아갈 기력을 잃는 병에 가깝습니다. 지속적인 우울감, 불안, 무기력, 무의욕 등과 함께 세상을 보는 마음의 틀에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스스로가 초라하게 보이고, 타인과 세상이 부정적으로 보이며, 미래에 대해서도 회의와 걱정이 밀려옵니다. 질문자님이 어떤 병이 의심된다고 말씀드리긴 어렵겠습니다만, 현재 어느 정도의 우울 증상은 경험하고 계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정도를 미루어 보면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듯하고 말하지 못한 어려움이 더욱 많을 것도 같습니다. 얼마 전에 힘든 일을 겪고 이후 일련의 증상들을 경험했다고 하셨는데 지금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치료를 요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평가하기 위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것을 권고드립니다.

 

한 가지 첨언을 드리자면 우리는 나 자신, 타인, 세상을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가 아닌 내 나름의 마음의 틀을 통해 바라봅니다. 유리창의 색이 빨간색이면 바깥 풍경이 붉게 보이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마음의 틀은 감정과 영향을 서로 주고받습니다. 힘든 기분은, 나 자신이나 삶을 바라보는 마음의 틀을 부정적으로 변화시키고, 그렇게 삶과 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다 보면 슬픔이 깊어집니다.

예컨대 친구가 내 인사를 못 보고 그냥 지나쳤을 때, 내 마음이 괜찮다면 '못 보고 지나쳤나 보다.'라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우울하거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 '내가 뭘 잘못했나?' '저 친구가 나를 싫어하나?'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며 부정적인 감정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안 좋은 생각이 들거나 나도 모르게 힘든 마음이 찾아올 땐
'혹시 지금 기분 때문에 안 좋은 생각이 드는 건 아닐까.'
'갑자기 우울해졌는데 혹시 스쳐 지나간 생각은 없었을까.'
'지금 든 생각이 진짜 맞을까, 우울해서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닐까.'

와 같이 마음을 찬찬히 되돌아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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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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