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사랑샘터 정신과, 김태훈 전문의] 

 

놀이로 진행되는 건강 찾기

아이는 놀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자연스럽게 생기는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다. 또 놀이에 참여함으로써 무엇인가 성취하면서 기술을 배우면서 학습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렇게 놀이를 통해 익히게 되는 행동의 반복은 경험한 것들을 보다 더 확실하게 인지하도록 함으로써 놀이는 학습으로써 교육적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발달상 아이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의지나 감정, 욕구, 생각 등을 표현하는데 한계를 지닌다. 때문에 성인처럼 대화를 통해 아이의 심리를 파악하는 정신치료법은 적합하지 않다. 놀이 치료는 아동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끼는 놀이 상황을 통해 자신의 긴장, 불안, 공격성, 두려움 등을 표현할 기회를 갖게 해 주고, 그러한 어려움에 대처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놀이 치료의 바탕은 ‘신뢰’

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기 나름대로 여러 가지 문제 상황을 해결하며 내부에 있는 판타지를 표현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건전한 자아상을 확립하는데, 이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많은 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놀이 치료를 통해 아이는 즐거움과 재미라는 긍정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긍정적 경험은 아이로 하여금 계속 놀고 싶다는 동기를 유발하고 놀이 치료에 대한 자발성과 참여의지를 이끌어낸다. 놀이 치료 과정 중 아이는 인형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가상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본인의 의도대로 재구성하게 된다. 즉 아이가 상징화, 온유, 창조적 자유 및 긴장 해소와 억압된 정서를 정화하는 경험을 한다는 점에서 놀이 그 자체가 치료기능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놀이 치료는 아이와 치료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에서 그 효과가 커지며, 따라서 치료자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치료 쉽다는 생각은 오산

치료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놀이 치료를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사회성이 감소되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정서 장애, 언어 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이 그리고 소아 정신과 질환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동들이다.

병원에서는‘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TV 프로그램 및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놀이 치료가 널리 알려지면서 부모들의 태도가 협조적으로 바뀌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전문가의 진단 아래 바로 해결책이 제시되며 몇 개월 지난 후에는 아이가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본 부모들은 아이 문제가 놀이 치료란 과정을 통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TV 프로그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보여지는 것이므로 보다 극적이고 시각적인 효과를 필요로 한다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효과적인 측면에서 중간 과정이 생략되거나 과장되기 쉽다.

 

사진_픽셀

 

객관적 시각 가져야

간혹 부모들 중에는 특별한 노력 없이도 내과나 소아과처럼 의사의 처방만 있다면 아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이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문제를 보다 더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관찰, 부모 및 여러 교육 기관에서 보이는 아이 모습, 아이 기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심리 검사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평가 및 진단이 끝나는 것은 아니며, 놀이 치료 과정을 통해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놀이 치료사 자질이 중요한 것도 아이와 치료적 관계 형성뿐만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현상을 객관화하여 평가하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보통은 정신과에 대한 약물과 여러 가지 편견 때문에 정신과 의사 상담을 통한 치료를 매우 꺼려한다. 이러다 보니 치료에 부담을 느낀 부모는 정신과 의사 진단과 지도 없이 무턱대고 놀이 치료만 실시하기도 한다. 흔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그렇다.

 

부모 교육이 필요한 이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크게 과잉 행동, 충동성과 부주의 증상으로 분류되며 인지 기능 저하와 정서적 문제 등 사회 부적응 문제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약물로 증상을 조절하면서 이에 따른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사회 부적응에 따른 정서적 문제는 놀이 치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틱장애와 조음 장애인 말더듬의 경우, 동반되는 정신과 질환 유무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에 따라 틱과 말더듬 증상 정도가 심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아이의 특성 중 하나로 봐야 한다. 이 질환의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놀이 치료보다 아이 증상에 대한 부모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부모 교육이다.

이렇듯 질환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무턱대고 놀이 치료만 실시한다면 아이 치료에 맞는 적절한 접근이라고 할 수 없다.

 

부모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

앞서 말했듯 아이의 심리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과정에서 부모 참여도이다. 놀이 치료는 일주일에 단지 1~2시간 정도만 행해지며, 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부모와 함께 한다. 따라서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 치료자와 상담이 놀이 치료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전문가가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모가 아이와 관계 개선에 소홀하게 된다면 아이는 치료실에서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변하지만, 여전히 일상 사회에서 부모 말을 잘 듣지 않는 악동의 모습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필자도 흔치 않게 경험한다. 따라서 아이 치료를 위해서 부모의 참여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부모는 아이 문제점 개선을 위해 자신과의 관계에서 나타난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해야 하며 개선 목표를 정하고 이에 따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상황을 치료자와 상의하면서 아이 치료에 참여해야 한다.

아이 심리 치료에서 개선되는 정도는 바로 부모 참여도에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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