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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판단미스
한경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6.12 09:00

[정신의학신문 : 한경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9년 5월 29일,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Arthur Stanley Eddington)은 아프리카 서쪽에 위치한 프린시페섬에서 개기일식을 관찰하였는데, 별에서 나오는 빛이 태양 주위를 지나면서 휘어지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태양의 중력이 주변 공간을 휘어지게 한다는 일반 상대성이론의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인 동시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주장을 최초로 증명한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인슈타인은 천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상대성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최근까지도 상대성이론에서 예견되었던 물리적 실체들이 꾸준히 밝혀지고 있는데, 2016년 2월에는 중력파 관측에 성공하였고, 약 두 달 전인 지난 4월에는 블랙홀의 영상이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유산은 여전히 경이로운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불세출의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에게는 커다란 학문적 실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양자론에 대한 부정이었습니다.

양자론은 원자나 전자처럼 매우 작은 것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하는 이론으로 상대성이론과 더불어 현대물리학의 양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리적 성질을 갖는 최소단위의 입자-즉 양자(Quantum)의 성질과 운동, 상호작용 등을 규명하는 양자론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미시세계(약 1000만분의 1mm 이하의 크기)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양자를 사람에 비유하면, 한 명의 사람이 아주 넓은 공간에 분신술을 사용한 것처럼 동시에 존재하는데, 그 위치와 움직임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단지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몸을 통과하기도 하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순식간에 전달하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양자론을 잘못되었다고 비판하였으며 양자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과 격렬하고 집요하게 논쟁합니다.

그 이유는 아인슈타인의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유명한 말처럼 아인슈타인은 결정론적 세계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결정론이란 법칙과 수식을 통해 물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있으며, 물체의 성질과 상태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그런데 양자론의 두 가지 기본 원리인 중첩(Superposition: 물체의 여러 상태가 동시에 존재함)과 불확정성(Uncertainty: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의 정확한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없으므로 운동 과정을 정확히 알 수 없음)은 결정론에 위배되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1935년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의 오류를 증명하고자 EPR역설로 알려진 사고실험을 발표하였고, 양자론 진영에 결정타를 날립니다.

EPR역설이란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양자 간 정보전달 속도가 광속보다 빨라야 하는데, 이는 상대성이론의 기본원리인 광속불변의 법칙에 어긋나므로 양자론은 틀렸다는 것입니다.

이에 당시 양자론의 수장이었던 물리학자 보어(Niels Bohr)는 반박논문을 게재하였지만, 그 내용과 논리가 부실하였기에 패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후 논쟁에서 자신이 이겼다고 판단한 아인슈타인은 다른 과학자와 학문적 교류를 거의 하지 않은 채, 상대성이론을 기반으로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자신만의 새로운 이론(소위 통일장이론)을 연구하면서 여생을 미국에서 보내게 됩니다(결국 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였습니다).

약 50년이 지난 1982년 알랭 아스페(Alain Aspect)는 실험을 통해 양자론이 맞고 아인슈타인의 EPR역설이 틀렸음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양자론은 지금까지 여러 실험과 발견들을 통해 옳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그리고 양자론은 점차 발전하여, 화학반응을 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였으며, 반도체 및 초전도체의 성질규명, 전자현미경의 발명, 핵융합발전, 나노기술 및 양자컴퓨터 개발 등 현대 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근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물론 양자론도 모든 이론이 그렇듯 결코 완벽한 이론은 아닙니다. 상대성이론은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나 질량이 매우 큰 경우에 일어나는 일을 잘 예측하지만, 아주 작은 물질의 운동과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적용할 수 없으며, 양자론은 이와는 반대로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기술하지만, 빛의 속도에 가까운 상황이나 중력의 작동방식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양자론을 비판하고 인정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의 논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제:
1) 결정론적 세계관이 옳다. 
2) 모든 물리적 환경에서 상대성이론은 성립한다.

증명할 주장: 미시 세계에서 양자론은 성립한다.

전개:
→ 양자론의 두 가지 핵심 원리인 중첩과 불확정성은 비결정론적이다.
→ 양자얽힘 현상에 상대성이론을 적용해 보니 상대성이론이 틀린 것으로 나온다.

결론: 양자론이 틀렸다! 

 

이 논리의 근본적 문제는 전제입니다. 이를 두 가지로 나누어서 보겠습니다.   

1) 결정론적 세계관이 옳은가?

이는 옳고 그름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없는 문제-즉 과학의 주제를 벗어나는 질문이며, 철학적 범주에 해당합니다. 아인슈타인은 결정론이라는 세계관을 과학의 영역에 적용하였습니다. 즉, 과학적 결과를 철학의 잣대로 판단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셈입니다.

2) 모든 물리적 환경에서 상대성 이론은 성립하는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상대성 이론이 반드시 필요하고 잘 들어맞는 물리적 환경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거나 혹은 질량이 매우 큰 경우입니다(현재까지 상대성이론으로 미시세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자론이 잘 들어맞는 물리적 환경은 미시세계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성이론으로 양자의 운동과 성질을 설명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론이 틀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이론 중 어느 것이 맞고 틀린 것인가를 따지기보다는 물리적 조건과 환경에 따라 그에 맞는 적합한 이론이 있다는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입니다.

 

위의 내용에서 핵심만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 의견은 모든 상황에서 맞아! 그런데 상황A에서는 내 의견이 틀리다고 나와. 그러니까 상황 A에서 너의 주장이 잘 맞지만 그래도 네가 틀린 거야!"

여기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인지오류는 나는 무조건 옳다는 ‘흑백사고’입니다. 이렇듯 신과 같았던 아인슈타인도 비논리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지나치게 자신의 이론을 과신하였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탄생시킨 배경을 보면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아인슈타인 이전의 물리학은 뉴턴(Isaac Newton)에 의해 완성되었는데, 뉴턴은 시간과 공간을 고정불변의 실체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생각을 거부하고 시간과 공간을 가변적으로 보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대성이론을 창시합니다.

이런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은 뉴턴과 마찬가지로 결정론적 세계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광양자가설로 양자론의 태동에 본인 스스로 지대한 기여를 했음에도 양자론을 끝내 부정합니다. 만약 결정론이라는 신념이 없었다면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뛰어넘는 제2의 물리학 혁명을 이끌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들 역시 자신의 신념으로 인해 호기를 놓치거나 발전을 막는 자충수를 두기도 하며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 가져다주는 후회와 고통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은 극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정의 근거와 도출 과정을 꼼꼼히 잘 헤아려 봐야 합니다. 그리고 예상치와 결과의 간극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숙고해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결정이 얼마나 잘한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 답은 간단합니다. 더 나은 혹은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 지의 기준은 현실과 얼마나 잘 일치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선입견에 부합하는 주장과 이론이 아니라, 실제 일어나는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주장과 이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상식과 맞지 않는 주장이나 가설이 탐탁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신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는 신호로써 받아들여야 합니다.

같은 사건일지라도 개인마다 다르게 이해하고 평가하며, 또한 감정과 행동도 달라지는데 이런 차이는 사건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세상을 바라보는 신념이 잘못된 믿음과 비합리적인 사고로 가득 채워져 있다면, 사소한 일상적 불편과 갈등을 넘어서 마음의 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관점을 강조한 인지치료에서는 특정 사건이나 현실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각기 다른 감정 및 행동, 생리적 반응을 보이며, 인지 왜곡이 지속되고 심해지면 결국 정신적 문제가 나타나므로 핵심믿음, 내재된 가정과 규칙, 그리고 부정적 자동 사고를 밝혀낸 후, 이를 보다 적응적이고 합리적이며 다양한 관점으로 바꾸어 주는 것을 치료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만이 옳다는 신념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다고 믿는 매우 완고하고 극단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유일한 정답도 완벽한 이론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전무결’, ‘완벽’과 같은 개념은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완벽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것은 더 나아진 상태일 뿐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이 틀릴 수 있기에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유연한 태도와 함께 삶의 목표는 완벽해지는 것이 아닌 더 나아지려는 것임을 받아들여야만 감정적 혼란과 독단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의 신념 대신 사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하여 의사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세이며, 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겠습니다.

 

“Act on the fact, not the belief”

 

* 참고 문헌 및 출처

1. 아서 스탠리의 개기일식 관측

IX. A determination of the deflection of light by the sun's gravitational field, from observations made at the total eclipse of May 29, 1919 Frank Watson Dyson, Arthur Stanley Eddington and C. Davidson.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abs/10.1098/rsta.1920.0009

2. 중력파 측정

https://www.nature.com/news/einstein-s-gravitational-waves-found-at-last-1.19361

3. 블랙홀 영상

https://eventhorizontelescope.org/

4. EPR역설

Can Quantum-Mechanical Description of Physical Reality Be Considered Complete?
A Einstein, B. Podolsky, and N. Rosen Phys. Rev. 47, 777– Published 15 May 1935
https://journals.aps.org/pr/pdf/10.1103/PhysRev.47.777

5. 아스페 실험

Experimental Realization of Einstein-Podolsky-Rosen-Bohm Gedankenexperiment: A New Violation of Bell's Inequalities, A. Aspect, P. Grangier, and G. Roger, Physical Review Letters, Vol. 49, Iss. 2, pp. 91–94 (1982) doi:10.1103/PhysRevLett.49.91

6.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

Controlled double-slit electron diffraction
Roger Bach et al 2013 New J. Phys. 15 033018 doi:10.1088/1367-2630/15/3/033018

7. 인물사진

https://www.nobelprize.org/prizes/lists/all-nobel-prizes-in-physics
https://magazine.caltech.edu/post/feynman-at-100
https://www.ias.edu/scholars/witten
http://www.hawking.org.uk/
https://royalsociety.org/people/alain-aspect-11012/
https://beckinstitute.org/about-beck/our-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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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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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전 2019-06-14 09:35:56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머~언 하늘 창공에서 내려다 본 이 땅의 모습은
    가지런한 질서를 갖춘 듯 통일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은 차이와 다름이
    서로 무수히 다소 무질서하게 상호작용하는 아이러니 한 세상인데 말이죠...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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