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적 관점에서 본 간헐적 단식

[정신의학신문 : 건대 하늘정신과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간헐적 단식이 체중감량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뜨거운 다이어트 요법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일정 기간 공복을 유지하는 식사법으로, 최근 지상파 건강 프로그램에서 보도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연예인들이 단식을 통해 빠른 체중감량 효과를 봤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의 원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일정 시간 단식으로 인해 저장된 포도당이 모두 사용되면, 우리 몸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지방을 줄이고 빠르게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에는 간헐적 단식을 다이어트 요법이 아니라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논문이 실렸습니다. 저자인 Mark P. Mattson은 존스 홉킨스 대학 뇌과학자로 과식은 우리의 인지기능을 저해하며 간헐적 단식을 통해 이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음식을 획득하기 위해 인지기능을 발달해왔다.

인류는 현대 사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음식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왔습니다. 특히 기근과 자연재해로 음식을 구하기 힘들어질 경우에 경쟁자들보다 음식을 잘 획득할수록 생존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따라서 인류는 효율적으로 식량을 얻기 위해 인지기능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예를 들어 동물을 사냥하고, 열매를 얻으려면 위치를 기억하고 찾아가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뇌의 해마에는 특정 위치를 기억하는 장소세포(place cell)가 있습니다. 장소세포는 그 지역의 시각적 배경뿐 아니라 청각, 촉각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기록해 놓은 안내판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사과나무가 있었던 곳의 배경, 주변의 소리, 냄새 등이 장소세포에 함께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장소를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에 있는 격자세포(grid cell)는 육각형 격자 구조로 활성화되어 전후좌우 공간을 인지할 수 있게 합니다. 즉 우리 머릿속에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소세포에 저장되어 곳을 격자세포를 이용하여 찾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음식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경우에 머릿속에서 음식을 찾아가는 경로가 반복 재생됩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다른 곳보다 음식이 있는 장소를 더 잘 찾아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인지능력의 발달이 음식을 효율적으로 얻게 해 주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위 세포를 발견한 공로로 모세르 부부는 2014년에 노벨의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인간은 더 많이 사냥하기 위해 창과 화살 같은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구 사용능력의 발달이 농기구를 만들고 농경사회로 진입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초기 예술인 벽화는 주로 가축이나 사냥감을 그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성공적인 사냥을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으나 나중에는 다른 예술작품을 만드는 창의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인류는 부족한 음식을 구하기 위해 뇌를 발달시켜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2. 음식 과잉섭취는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부족한 음식이 인지발달에 도움을 주었다면, 과잉섭취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과잉섭취는 인지발달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예로 풍족한 식사를 하는 가축이나 애완동물의 뇌 크기는 야생동물들보다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아마도 인간의 손에서 키워지면서 음식을 얻기 위해 사용되는 뇌 부위가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뇌도 10,000년 전보다 10%가량 줄었습니다. 비록 언어와 추상적 사고에 필요한 측두엽의 크기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사냥과 채집에 필요한 운동피질과 전두엽의 기능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잉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비만과 당뇨병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요인이기도 합니다. 만성적인 과잉섭취는 인지능력을 떨어뜨리고, 측두엽의 크기를 줄이게 됩니다. 또한 미국에서 비만한 학생들은 정상 체중의 학생들보다 낮은 학업성적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비만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지능지수가 낮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수학과 읽기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이는 부모의 비만이 태아의 유전자가 발현되는 과정을 방해하여, 뇌 발달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3. 간헐적 단식과 운동은 인지능력을 회복시킨다.

음식이 부족하고 배고픈 상태에서 인지기능을 잘 발휘하는 사람이 자연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은 인지기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12시간 이상 단식을 하게 되면 간에서 글리코겐으로 저장된 포도당이 고갈됩니다. 그러면 간에서는 지방산을 ‘케톤’으로 만드는데, 우리 몸은 이를 에너지 대체재로 사용합니다. 만약 운동을 함께 해준다면 케톤을 만드는 시간을 더 앞당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평상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다가, 단식 상태에서는 케톤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케톤을 사용하게 뇌가 변하면 신경세포의 성장과 분할을 돕는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의 분비가 증가됩니다. 동물실험에서도 쥐들에게 간헐적 단식을 시켰더니, BDNF가 분비되면서 기억력에 중요한 해마의 신경생성이 활발해졌습니다. 그리고 신경세포의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도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에는 경련을 막기 위해 케톤생성 식이요법을 이미 치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기전은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케톤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 신경세포의 흥분을 억제하고 안정시켜 경련을 막아주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간헐적 단식이 특정 질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한 연구는 부족하지만, 동물실험처럼 인간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간헐적 단식과 과식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진화적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인류는 음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과식은 악영향을 주며, 간헐적 단식과 운동이 인지기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단식을 하게 되면 어지러움, 두통, 피로, 불면, 변비 등을 호소하는 케토 감기(keto flu)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과도한 체중감량은 피하는 건강한 다이어트 하시길 바랍니다.

 

* 참고문헌

Mark P. Mattson, An Evolutionary Perspective on Why Food Overconsumption Impairs Cognit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March 2019, Vol. 23, No. 3

Mattson, M.P. et al. Intermittent metabolic switching, neuroplasticity and brain health. Nat. Rev. Neurosci. 2018, 19, 63–80

Chang, S.W. et al. Neuroethology of primate social behavior. Proc. Natl. Acad. Sci. U. S. A. 2013, 110, 10387–10394

Jennifer Abbasi, Interest in the Ketogenic Diet Grows for Weight Loss and Type 2 Diabetes, JAMA. 2018;319(3):21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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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국가고시 인제의대 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행평가 전국차석
5개대 7개병원 최우수 전공의상(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을지대, 서울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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