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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이혼, 결정하기 너무 힘들어요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5.06 09:31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강남 푸른 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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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안녕하세요, 제가 겪고 있는 고민에 대해 여쭤볼까 합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고, 둘 다 아직 경제관념이 서있지 않고 충분한 돈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도 태어났습니다. 셋이 지내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부부간에 다툼이 있었고, 남편은 매번 손찌검했어요. 심지어 아이를 안고 있는 상태로 저를 때리기도 했었고요.

고민 끝에 남편과 결국 별거를 하게 되었고, 때마침 남편의 시부모님이 사시던 집을 처분하고 오셔서 지금 집에는 아이와 남편, 시부모님 넷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친정 부모님과 살고 있는데 저의 모든 상황이 괴롭고 힘이 듭니다. 괜히 같이 들어와서 지내는 시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럽고 밉고, 남편이 재결합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도 스트레스받아요. 특히 저를 때렸던 부분에 있어 정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고, 얼렁뚱땅 중요한 일은 매번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부부 상담을 받아보고자 하였으나 남편을 이를 거부했어요. 제가 볼 때는 적극적으로 화합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저도 오랜 시간 친정에서 지내다 보니, 이래저래 둘 다 재결합은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독립을 해서 혼자 살아가야 할 상황에 놓여 있는데, 세상 혼자가 된 것 같아 너무 힘이 들고 마음이 괴롭습니다. 친정에서 지내면서도 부모님과 잦은 다툼으로 마음이 편치 않아요. 남편과 재결합을 하려고 해도 시부모님과 같이 살아야 하는 상황인데, 시댁과 마찰도 있었고, 불편해서 그 부분은 힘들 것 같습니다.

생활비 한 푼 안 받고 저를 집에 있게 해 주시는 친정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는데 생활 패턴과 생활 방식이 달라서 성인이 되니 더 자주 부딪히게 됩니다. 특히 별거 중이라 마찰이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부모님 보시기에 별로 좋지 않아 보이시겠죠. 두 분 성향이 보수적으로 옛날 분들이시라 제가 힘든 부분을 말을 해도 전부 이해를 하지 못하십니다.

엄마는 예전부터 제 힘든 내면을 들여다 봐주실 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위로의 말이 필요할 때도 말이죠. 마음이 불안했다가, 섭섭했다가, 고민으로 잠도 오지 않고 불면의 밤이 계속되고 있어요. 아빠도 위로의 말은커녕 부정적인 말만 하고, 그럴 때마다 더 상처가 됩니다.

독립하려면 일을 해서 경제적 자립을 해야 할 텐데, 어떤 일을 해도 의욕이 없고, 또 잘하다가도 힘든 상황을 생각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의욕이 사라집니다. 감정 기복도 심하고요. 별거는 괴롭고, 이혼도 두렵고, 현 상황이 너무 불편합니다.

저는 과연 어떻게 결정을 해야 할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참 답답한 상황입니다. 같이 사시는 가족이 따뜻하게 위로의 말이나마 건네주면 좋을 텐데, 이마저도 보수적인 분들이라 쉽지가 않아 보입니다. 아마 지금 상황에 인생에서 가장 힘들다 여기실 것 같고, 절망적이고, 좌절되게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질문자님의 증상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무슨 일을 해도 의욕이 없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 나타나는 부분, 예민한 기분으로 인한 부모님과의 잦은 다툼, 미래에 대한 무망감 등의 증상들은 우울증을 시사하는 소견으로 보입니다.

우울증은 불안정한 감정을 일으킵니다. 불안정한 감정은 주변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부정적인 자극은 더욱 크게 느껴지게 만들곤 합니다. 당장 내가 이전에 잘 해내던 일들도, 마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듯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어느 시점에는 본인이 결정 내려야 할 때가 올 겁니다. 문제는, 과연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느냐겠죠.

우울증이 찾아온 이들은, 결정을 내리기가 무척 힘듭니다. 결정의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결정해야 할 상황을 회피하기도 하죠. 결정을 내렸을 때, 내가 그릇된 결정을 내릴 것 같고, 그 결과로 인해 무엇인가 나쁜 결과가 나에게 벌어질 것 같거나 혹은 그 결정으로 타인에게 비난받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앞서죠. 이 모든 것들이 우울한 감정이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은 결정을 가능한 한 미루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정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내리는 결정은, 그 결과와 무관하게 후회를 남기게 됩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 충분히 고민해보고, 다른 이들의 조언도 들어보고, 선택에 대한 여러 가지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아야 할 텐데, 불안정한 감정 상태에서는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혼 또한 질문자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텐데, 만약 감정에 휩쓸린 결정을 하게 된다면 분명 쓰라린 후회가 남게 될 겁니다.

 

마음의 평정을 찾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우울감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정신과를 방문하여, 필요한 도움을 받으셨으면 합니다. 우울증은 늪과 같아서, 발목만 빠져 있는 상황이라면 금세 발을 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자신이 힘들다는 사실을 허리나 가슴 깊이까지 빠지고 난 이후에 발견하곤 합니다. 그러면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전문가의 도움은 1) 내가 과연 얼마나 늪에 깊이 빠져 있는지에 대해 가늠하는 과정이며, 2) 그에 대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 수 있게 합니다. 내 문제의 윤곽을 아는 것만으로도 필요 이상의 과도한 염려와 걱정은 사라질 수 있어요. 망설이며 어떡하지, 어떡하지 발만 구르다 보면, 걱정은 언덕을 굴러내려오는 눈덩이처럼 점차 그 몸집이 커질 뿐이에요.

우울감이 극복되고, 자신을 짓누르는 감정의 문제들이 해결되고 나면 그제야 문제를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볼 수 있습니다. 그때가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때인 것 같습니다.

부디 필요한 도움을 받으실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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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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