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20대 중반의 대학교 자퇴생입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 하는데 제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릴 때부터 또래들 사이에서 소외당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내향적이고 말이 없어 사람들이 대하기 어려워하더군요. 겨우 친구들을 사귀어도 꼭 저를 심하게 시기하고 괴롭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해외생활을 하고 한국에 돌아오니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아빠는 엄하셨고, 엄마는 감정적이셨죠. 제가 중학생일 때는 우울증 증세도 보이셨습니다. 아무도 제 고통을 이해해주지 않았죠. 그저 공부에만 매진했습니다.

겨우 명문대에 들어갔지만 체력은 바닥이 났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대학에서도 제대로 된 친구를 거의 사귀지 못했죠. 학점은 매우 낮았고, 전 너무 힘들어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학교에서 심리상담도 받았지만 상담사분이 절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셨어요. 결국 전 자퇴를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은 공부입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졸업을 하고, 취업도 하고 싶습니다. 계속 스마트폰만 하게 되는데 뭔가 동기부여가 될만한 일이 없을까요?

이대로 나이만 먹을까 두렵습니다.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질문자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를 보면 지금 많이 답답함을 느끼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이전의 자살시도, 우울증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지금 어느 정도 증상이 조절되고 있는지 의문이 드네요.

우울증에서 의욕이 떨어지는 경험은 증상으로 인한 활동의 장애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우울증에서는 어떤 의지보다는 행동의 동기 자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동기의 상실은 다른 기분의 상실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의 상실은 우울증에서 흔한 증상이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활동을 행하고자 하는 동기가 없어짐을 의미합니다.

현재 질문자님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현재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우울증에 대해 다시 평가하고 치료를 받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밖에 조언드릴 수 있는 내용은 행동 활성화에 관한 내용입니다. 우울감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중단하게 되면, 삶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잃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로 우울감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어떠한 행동들을 하면서 삶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회복하고, 긍정적인 기분을 회복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관점에서 연구된 내용이 바로 행동 활성화입니다. 실제로 다른 우울증 치료 기법들과 동등하게 효과가 입증된 내용들입니다. 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작성자님은 현재 스마트폰 이외에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작성자님에게도 분명 이전에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하고, 즐거움을 주는 활동들을 해왔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일상들 중에도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활동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한 활동들을 파악하여, 한번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활동들을 선정하고, 추상적인 것들보다 구체적으로 측정 가능한 것들(가령 하루에 20분씩 어학 공부 등)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단계별로 활동들을 나눠서 실천하고,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기록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점차 긍정적인 변화들을 경험하고 나면 지금의 어려움들도 조금씩 개선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자님이 가지고 계신 모든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워 제한적인 도움밖에 드리진 못했지만, 꼭 일상에 복귀하여 원하는 일을 해내시길 바랍니다. 추가로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질문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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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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