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네요. 슬슬 다이어트를 위한 계절이 오는 것 같습니다. 옷이 얇아지면서 몸매가 더 드러나는 여름이 다가오면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 같습니다. 헬스장에서도 두 번의 이용객 증가 기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1월과 여름. 오늘은 다이어트와 관련하여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예전에 SBS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신영 씨가 나와서 ‘진짜 배고픔’과 ‘가짜 배고픔’을 구별하는 방법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요. ‘진짜 배고픔’은 어떤 음식을 먹어도 상관이 없을 때라고 했고요. ‘가짜 배고픔’은 특정 음식(ex. 치킨, 초콜릿, 빵)이 끌릴 때라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이 ‘가짜 배고픔’을 이겨내는 것이 다이어트의 승패를 결정짓는 일이 될 텐데요. 이 ‘가짜 배고픔’이 생겼을 때 극복해내는 방법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특정 음식, 예컨대 ‘치킨이 먹고 싶어.’라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우리가 바로 하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다이어트 중이라는 가정 하에서요.

그렇죠. ‘치킨을 먹으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하게 되겠죠. 먹으면 살찌니까요. 응당 합당한 생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하는 ‘그 생각’이 오히려 다이어트를 방해해왔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지금부터 ‘어떠어떠한 음식을 먹지 말아야 돼.’라는 생각이 왜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그전에 심리학에서 유명한 실험부터 하나 살펴보고 가도록 하지요.

 

하버드 대학교 사회심리학자가 수행한 유명한 실험입니다. 보통 ‘백곰효과’라고 불리는 실험인데요.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A그룹에서는 ‘백곰을 생각하라’고 지시를 했고요. B그룹에는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백곰이 생각날 때마다 종을 치라고 지시를 했는데요. ‘백곰을 생각하라’고 지시를 받은 A그룹보다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를 받은 B그룹이 더 많은 종을 쳤다는 실험 결과입니다. 어떠한 생각을 억제하려고 하면 그 생각이 더 떠오르는 현상을 말하는 실험입니다.

이 실험 결과는 다이어트를 할 때도 똑같이 적용이 됩니다. 즉, ‘치킨을 먹으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하면 ‘치킨’이 더 많이 떠올라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를 하면 안 돼.’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치킨을 먹으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치킨이 계속 떠오르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되니까요. 그러면 치킨을 먹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전에 마케팅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부터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일화는 우리가 ‘~~~~를 하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시작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중요한 팁을 제공해줍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 한 괴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맥도널드가 지렁이로 햄버거 패티를 만든다는 소문이었는데요. 맥도널드는 이러한 소문이 퍼지자 즉각적으로 대응을 했습니다. “우리 햄버거에는 지렁이가 들어있지 않습니다.”라고 매장에 써 붙여 놓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출이 점점 곤두박질치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앞에 이야기했던 백곰 효과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지렁이가 들어있지 않다.’라는 문구를 보니, 지렁이가 더 생각이 나 햄버거를 먹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져 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맥도널드는 전략을 바로 수정하였습니다. 지렁이가 아닌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새로 출시한 메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지렁이를 잊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맥도널드는 매출을 회복하였고, 현재는 아시다시피 글로벌한 패스트푸드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맥도널드가 해결책으로 낸 방식이 다이어트를 할 때 우리가 가져야 할 생각 방식과 일맥상통합니다. 다이어트의 적인 패스트푸드 업체를 벤치마킹한다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기는 하네요.

맥도널드가 처음에 대처했던 방식이 ‘우리 햄버거에는 지렁이가 들어있지 않습니다.’였죠. 우리가 다이어트를 할 때 흔히 대처하는 방식이 ‘치킨을 먹으면 안 돼.’, ‘초콜릿을 먹으면 안 돼.’ 같은 생각들이죠. 맥도널드가 실패했듯이, 우리가 그러한 생각들을 하게 되면 다이어트는 필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맥도널드가 실패를 경험하고 난 후 태세를 전환했듯이 우리에게도 그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맥도널드는 지렁이에 대한 부정문 대신 지렁이와 관계없는 신제품을 홍보하면서 지렁이를 잊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똑같습니다. 치킨이나 초콜릿이 먹고 싶을 때는 그 대상에 대한 부정문이 아니라, 그 대상과 관련 없는 ‘무엇’으로 관심을 돌리는 방식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인 치킨이나 초콜릿을 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_픽셀

 

필자의 경우, 스트레스가 심할 때 쓰는 저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은 ‘절하기’인데요. 물론 개인적으로 종교는 없습니다. 그런데 절을 하는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제게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을 잊게 만들어주더라고요. 맥도널드가 신제품을 홍보해서 지렁이를 잊게 만들 듯이요. 대상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지고 나면, 그 대상이 정말로 나에게 진짜 필요한 일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여유와 기회도 덤으로 주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절을 하는 행동 자체가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서 쉽기는 하지만 에너지가 드는 일이어서 생각을 비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루틴 행동을 하나 만들어보신다면 정말로 큰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뭔가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그 대상에 대한 부정문’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무엇’으로 대처한다면, 어느새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으로부터 멀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맥도널드에게도 커다란 효과가 있었듯이, 우리에게도 생각보다 커다란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루틴 행동으로서 도움이 되는 조건은 ‘1) 집중이 되고 몰두될 수 있는 것 2) 너무 하기 싫거나 귀찮지 않은 것’이어야 합니다. 1)의 조건이 만족이 되어야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을 잊게 만드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 2)의 조건이 만족이 되어야 루틴 행동을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두 조건만 만족이 된다면 어떤 방법이든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여러분도 한번 루틴 행동을 만들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를 먹으면 안 돼.’라는 생각은 그 ‘~~~~’를 더 생각나게 만든다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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