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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오셀로 증후군? 남자 친구를 자꾸 의심하게 돼요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4.18 11:26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강남 푸른 정신과 원장] 

 

사연) 

안녕하세요, 고민 끝에 이 글을 남깁니다. 저는 가끔 제가 *오셀로 증후군인 것 같아요. 

남자 친구가 계속 나보다 다른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의심이 계속 듭니다. 내가 싫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집착도 많이 하는 것 같고요. 남자 친구가 그 날 있었던 일 중 사소한 거 하나라도 말을 안 해주면 서운하고 화가 납니다. 괜히 말을 얼버무리면, 내가 싫어진 건 아닐까 내내 생각하고 눈물이 나고요.

 

남자 친구의 근무환경 상 직장에 여자들이 많은데, 여직원과 같이 둘이서 외근이나 출장을 가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고,  회식이라도 하는 날엔 ‘같이 재밌게 놀겠구나’ ‘친해지겠구나’ 이런 생각이 자꾸 듭니다. 내가 너무 찌질한 거 아닌가 싶다가도, 일적인 이야기 외엔 일절 안 했으면 좋겠고 같이 밥 먹고 술 먹는 거 자체가 너무 싫고, 남자 친구 주변 여자들이 다 의심되고 너무 싫습니다.

혹여나 남자 친구 주변에 예쁘고 어린 여자애가 있으면 스스로 계속 비교가 됩니다. 남자 친구는 어쩔 수 없이 여자 직원들과 일해야 하고, 둘이서 외근도 나가고, 워크숍, 회식도 가고 같이 일하다 보면 친분도 어느 정도 쌓이게 되고 그런 거지만.. 저는 너무 싫고 괴로운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날이면 하루 종일 스트레스가 머리를 떠나지 않아요.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런 생각이 반복되면서 스스로도 너무 못나 보인다는 거예요.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남자 친구가 나를 떠나지 않을까, 다른 여자가 생겨 헤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집착하다 헤어진 적도 너무 많아요. 이별 후엔 자괴감 때문에, 그리고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이 사무치게 힘들고요. 

남자 친구에 대한 의심도 병이라면, 혹시 이 병도 고쳐질 수 있을까요? 

 

*오셀로 증후군(Othello syndrome) : 희곡 "오셀로"에서 유래된 단어. 극 중 인물인 이아고가 오셀로에게 그의 부관인 카시오와 그의 아내인 데스데모나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모함하여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이게 되는데 이 사건에서 오셀로의 아내에 대한 의심을 '오셀로 증후군(의처증)'으로 부르게 됨. (참조 : 위키피디아 오셀로 증후군)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입니다. 연인과의 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고민이시군요. 남자 친구가 혹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닌지, 나를 버리고 떠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염려와 걱정 크신 것 같습니다.

남자 친구를 둘러싼 환경의 영향이나, 남자 친구의 태도도 영향이 없진 않을 겁니다. 연인의 애매한 말이나 태도가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 만남에서 일관적으로 반복되는 문제라면, 상대방 요인을 따지기보다 남자 친구에 대해 과도하게 염려하고 걱정하는 자신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질문을 한번 던져 보세요.

왜 남자 친구가 떠나가게 될까 반복적으로 염려하는 걸까요?
남자 친구가 떠나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하나요?
남자 친구가 떠난다는 것이, 자신에게 대체 무슨 의미이기에 하루 종일 남자 친구 걱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걸까요?
그리고, 남자 친구가 나를 버리고 떠나가게 되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의미일까요? 

 

'의심병'이라 말한 자신의 마음의 핵심은 '버림받음'에 대한 공포일 겁니다. 버림받음에 대한 공포의 이면에는,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이나 매력이 없다는 느낌, 그렇기에 결국 모든 사람들이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정서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정서로 인한 행동도 여러 방향으로 나뉩니다. 어떤 사람은 ‘결국 누구든 나를 떠나게 될 테니’ 관계 자체를 피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이는 애정과 관계를 갈망하여 연애를 하면서도 늘 관계 자체를 의심하고, 타인이 떠나지는 않을까 늘 염려하고 불안에 떨기도 하지요. 질문자님은 후자 쪽의 패턴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경험하셨듯이 연인에게 집착하는 행동은 이별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무의식적 발버둥이지만, 결국 이 행동 자체가 관계를 망가뜨리게 되기도 합니다. 자신이 가진 내적인 두려움에 기인한 집착이 이별을 부르고, 역설적이지만 ‘나는 결국 버림받는구나’하고 자신이 가진 자조적 시각을 강화하게 되는 결과를 낳아요.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의 연속인 거죠. 

 

변화를 위해서는 ‘알아차리는 것(awareness)’이 필요합니다. 먼저 이러한 행동이 언제부터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그런 시각이 굳어졌는지, 그리고 과거의 그림자가 현재에 얼마나 드리워져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남자 친구와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결이 어떠한지 고민하게 되면서 자신에 대한 인식의 폭이 더욱 넓어집니다. 남자 친구의 행동이, 혹은 나를 둘러싼 상황이 내가 의심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가진 타인에 대한 내면적인 시각이 남자 친구를 의심하게 만든 것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의심의 이면에 있는 관계의 단절에 대한 불안, 두려움도 함께요. 

인식이 커지게 되면, 이전과 같은 패턴(집착과 같은)을 시작하기 전 잠시 멈출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납니다. 무의식적인 패턴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거지요. 그리고 잠시 멈추어 고민하고, 이전과 다른 건강한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혼자 힘으로 해내기 힘듭니다. 오랜 시간 습관적이 되어버린 패턴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옆에서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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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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