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태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진료를 하다 보면 “혈액형이 X형이라서 성격이 이래요”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또 특정 혈액형을 소재로 다룬 영화까지 나와 마치 혈액형에 의해 사람의 성격이 결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여러 주장들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성격은 타고난 기질과 자라난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데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어떤 환경 조건이었는지가 타고난 기질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임산부가 주변의 어떤 일들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이로 인해서 태아도 성장하는 데 안 좋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기질적으로도 예민하고 까다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기질과는 달리 성격에는 환경적인 영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많은 부분은 아이가 자라면서 가족 상호 간에 어떤 분위기에서 성장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때문에 부부간의 사이가 좋고 가족 구성원들 간에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보통 성격이 원만한 경우가 많다.

 

사진_픽사베이

 

임상적으로 성격 장애 진단을 내릴 때 진단 기준을 꼼꼼히 살펴보면, 누구나 다 여기에 해당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순간 나도 성격 장애가 아닌지 당황하게 된다. 또한 더 나아가 한 경우에만 해당되지 않고 여러 성격 장애의 진단 기준에도 해당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편중된 성향과 그 진단 기준의 광범위한 분류, 보편적이고 유사한 행태 기준들이 서로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이다. 그 모든 진단 기준을 쫓아가면서 성격 장애 판단을 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자신 안에서 여러 가지 유형의 성격 장애가 복합되어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고 당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성격 장애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편중된 성향의 정도가 지나쳐 이로 인해서 대인 관계, 직장 생활 및 사회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심각해졌을 때, 진단 기준을 내세워 편중된 성향 중 어떤 부분이 더 강한지를 평가하고 진단을 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격과 혈액형에 있어서도 어떤 사람이 특정 혈액형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혈액형에 따른 성격의 분류라는 것이 앞서 설명한 것처럼 광범위하고 보편적이어서 대부분 맞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머피의 법칙’과 ‘징크스’가 있다. 이는 과학적으로 서로 연관이 없는 일들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다. 징크스의 경우도 유난히 운동선수들에게 많다. 일부 선수들의 경우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 나름대로 피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어떤 특정 선수는 시합 날 아침에 양말을 갈아 신으면 그날 패배한다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시합 결과와 새 양말을 신는 것과는 서로 과학적인 연관 및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그러나 서로 어떤 연관이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며 이는 반복되는 시합 결과로 인해서 서로 연관이 있는 것처럼 믿게 되는 것이다.

이를 정신과적인 용어로 ‘관계 사고’라고 하기도 하는데 누구나 다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정도가 심해 다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정신과적인 장애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 분류도 마찬가지 영역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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