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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방법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3.13 06:44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단도직입적으로 제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아이를 바르게 키울 수 있나요?”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제가 했던 대답은 이렇습니다.

“정신과 치료라는 것이 착한 아이 만들자고 하는 건 아니에요. 제게 그런 재주는 없어요. 어머님.”
 

사진_픽셀


“선생님, 저희 남편은 여자를 너무 좋아해요. 어떻게 해야 바람기를 잡을 수 있을까요? 정말 힘들게 찾아왔어요. 저희 남편도 오겠다고 합니다.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너무 우울합니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의 그녀. 어쩌면 자기 아들보다 나이가 어린 의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말하는 내내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제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부부치료가 필요해 보였죠. 하지만 전 부부치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개인 정신치료보다 훨씬 에너지 소요가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이 환자의 마지막 한 마디 때문에 부부치료에 들어갔습니다.

​“저에게 어떤 잘못이 있길래 남편이 다른 여자를 바라보는 걸까요?”

 

우리는 어떻게든 이유를 찾고 싶어 합니다.

뇌는 불확실한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뇌의 입장에서 엄청난 위협입니다. 스트레스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단연 처음은 ‘불확실함’입니다.

언제 무슨 일로 내가 위험에 처할지 모르기 때문에 뇌는 뭔가 이유를 찾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게 논리적이든 비논리적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최첨단 기기인 스마트폰에서 지금도 ‘오늘의 운세’를 검색하는 우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하는 원인, 특히 그 일이 안 좋은 일이라면 더욱 우리는 이유를 찾고 싶어 합니다.

나이가 어릴 땐 쉽습니다. 안 되면 무조건 부모 탓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남 탓을 하기 시작합니다. 친구를 원망하고 직장상사에 대한 험담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게 점점 어려워집니다. ‘나에게 잘못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점점 자라나는 것이죠.

그러면 사람은 우울해집니다. 그리고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우울증에 빠지게 되죠.

젊은 시절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 때 그녀는 남편 탓을 했습니다. 젊은 남자의 혈기로 다른 여자를 바라본 것이라 스스로 위로했죠.

마흔이 넘은 나이에 외도하는 남편을 보곤 자녀 탓을 했습니다. 그 무렵 자녀가 남편 속을 많이 썩이다 보니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것이 싫었을 것이라 여겼죠.

그런데 예순이 넘어도 다른 여자를 찾는 남편을 보고 ‘모든 것이 자신 탓’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우울증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노부부를 치료하며 그녀에게 한 작업은 ‘자존감 회복’이었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그리고 남편이 외도하는 이유, 막는 방법,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긴 우울증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사진_픽셀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방법. 나만의 묘책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간과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내게 질문을 하는 부모는 아이가 무슨 문제가 있어 찾아온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속은 ‘아이가 잘못된 이유가 어쩌면 나 때문이 아닐까?’란 의문과 ‘내가 아이를 망쳤구나.’란 죄책감이 점점 자라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치료하다 보면 자신도 치료해달라는 부모를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보통 아이를 망쳤다는 죄책감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입니다. 부모란 존재가 얼마나 아이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사랑의 힘을 온전히 치료로 쏟기 위해 은연중 계속 부모에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좋은 부모입니다. 지금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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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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