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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물도 혈액검사를 해야 하나요?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2.05 08:41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음 내원 시 약물 농도 검사할게요."
“선생님, 약물 농도 검사라뇨. 왜 해야 하죠? 정신과에서 무슨 혈액검사예요?”

제가 개원하고 '약물농도검사'를 권유할 때, 매번 반복되는 장면입니다. 

 

제가 개원 2년 차 때 있었던 일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직원이 나와 저에게 몇 가지 권유를 하고 간 적이 있었죠. 그중 한 가지, 바로 왜 선생님 병원은 환자에게 혈액 샘플을 많이 하냐는 것이었죠. 저희 병원은 [치매 조기검진사업] 협력 병원이어서 오해는 간단히 풀렸지만, 그 직원이 하는 이야기가 정말 말문을 막히게 했습니다.

“선생님, 정신과에서 혈액 샘플을 왜 하세요? 다른 병원은 하나도 안 해요.” 
“정말 혈액 샘플이 하나도 없어요?” 
“하나도 없는 정신과가 태반이에요."
 

사진_픽사베이


TDM(Therapeutic Drug Monitoring; 치료적 약물 모니터링, 이하 ‘약물농도검사’)

정신건강의학과에선 약물농도검사를 필요로 하는 약물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약물 성분이 바로 항경련제인 Valproic acid(이하 발프로산), 조울증 약물인 Lithium citrate(이하 리튬)입니다. (※ 항경련제는 조울증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발프로산은 대표적인 조울증 치료제입니다.) 이 약물은 일정 농도 이하에선 약물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너무 높으면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반드시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이죠. 제가 오늘 가장 강조하고 싶은 약물은 리튬입니다. 먼저 제 경험을 말씀드릴게요.

[60세 여자 환자. 보호자가 먼저 병원을 방문. 환자는 정형외과적 수술 후 입원 상태. 너무 기운이 없어 며칠간 누워만 있었는데 최근 의식이 떨어지는 모습 관찰됨. 저녁엔 행동 조절되지 않아 힘들었다고 함. 조울증이 재발한 것 같아 약물을 조절하고 싶어 본원을 방문함. 보호자에게 '섬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돌려보냄.
다음날 환자는 퇴원을 했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본원 방문. 환자는 기력이 저하된 상태. 약물을 살펴보니 리튬 1,200mg을 포함해 몇 가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었음. 전 환자가 내과적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약물을 다소 많이 복용하고 있다고 판단. '내과적 상태와 약물에 의한 섬망'을 의심하고 모든 약물을 반으로 줄이는 것으로 결정. 저녁에 행동 통제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필요시 약물을 처방]

여기서 핵심은 전 '섬망'으로 판단했던 것입니다. 리튬이 너무 많다 생각해 반으로 줄이긴 했지만, 보호자에게 리튬 독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보호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환자가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해서 대학병원 응급실을 권유했습니다. 다행히 응급실 주치의와 전화 연결이 돼서 약물에 대해 설명을 했고, 검사 결과 모든 결과는 리튬 독성이 원인이었습니다.

리튬은 Therapeutic index(치료계수)가 좁은 약물입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치료적 약물 농도와 독성 약물 농도의 차이가 적어, 자칫 잘못하면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란 뜻이죠. 평소 문제없이 복용했던 용량이라도 독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약물 대사기능은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주기적으로 체크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제 경우는 6개월 간격으로 일반혈액검사와 함께 약물농도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나 보호자가 조울증, 양극성 정동장애, 우울증(조울증 환자의 상당수가 자신을 우울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음)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주치의 선생님께 나서서 약물농도검사를 해 달라고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약물 농도 검사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요?

많은 선생님들이 인턴, 레지던트 시절 습관대로 아침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반드시 그렇진 않습니다. 우리가 약물 농도를 검사하는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 환자가 먹고 있는 약물이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농도인지 살펴야 합니다. 이 경우는 약물의 최저 혈중 농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리튬을 예로 들면, 리튬은 12–18시간이 지났을 시점이 최저 혈중 농도입니다. 대략 12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으면 가장 좋겠지만 이렇게 먹지 않는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만약 아침에 리튬을 먹는다. 그럼 아침약을 먹기 직전이 최저 혈중 농도이므로 환자에게 약물을 먹지 않고 대도록 아침 일찍 오라고 해서 검사를 하면 됩니다. 자기 전에 먹는 환자는 가능한 진료를 마치는 시점에 검사를 하는 것이 최저 혈중 농도에 가깝겠네요. 하루에 2번 약물을 먹는 환자는 약물을 먹기 전 검사를 하시면 됩니다.

둘째, 이 환자가 너무 고용량을 먹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땐 최고 혈중 농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대부분 약물 투여 후 2시간 이내 최고 농도에 도달하므로 그 사이에 채혈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재 증상을 보이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독성이 의심되면 바로 일반혈액검사와 동시에 약물농도를 검사해야 합니다. 

 참고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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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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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현 2018-12-06 13:31:25

    좋은 글 매우 잘 보았습니다.
    이전 경험도 공유해 주시고 깔끔한 정리로 매우 도움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 정우진 2018-12-05 18:27:42

      도움이 되었디!
      좋다.   삭제

      • ㅇㅇ 2018-12-05 11:51:12

        맞아요 제가 리튬 농도 때문에 여름에 한참 고생을 했었는데... 리튬 농도 알아보려고 정신과가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개인병원에 물어보니 의뢰도 안해주거나 심지어 알아듣지도 못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거갖고 대학병원 가기는 너무 접근성도 떨어지고 귀찮아지고...... 다음엔 혈중 리튬 농도를 검사해주는 병원도 같이 소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ㅜ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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