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 전 어려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얼굴이 통통하다 못해 터질 듯하고 입술도 너무 두꺼워요. 거울로 제 얼굴만 계속 살피게 되고 주변에서 제 얼굴이 어떻다면서 가끔씩 던지는 말에 너무 상처 받아요.”


M은 20대 초반의 여성이다. 얼굴에 지방을 넣고 입술을 부풀리고 눈, 코 등 성형수술을 벌써 십여 차례 받은 상태.

반듯한 외모와 정상체중인데도 성형과 다이어트 열풍에 휩쓸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유행에 휩쓸리는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성형 전문 포털 사이트 美에서 성형수술 경험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2%가 수술 후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 10명 가운데 4명은 부작용을 경험한 것이다.

또 76%가 수술 후 재수술 등 2차 수술을 검토하거나 1주일에 3시간 이상을 인터넷이나 잡지 등을 통해 성형수술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등 성형 중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성형수술 이후 자살에 이르는 사람들도 있다. K 씨는 동생에게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겼다.


"(성형수술받은) 1월 16일 이후 언니의 삶은 정지가 됐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 얼굴 마비와 다리 마비로 후유증에 견딜 수 없단다."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성형수술이 반복된 수술로 이어지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그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더 이상 성형 중독을 한 개인의 욕심이나 성향으로만 탓할 순 없을 것 같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회활동에 장애를 겪을 만큼의 외모에 이상이 있어 성형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외모를 바꾸려는 의지는 한국인의 집단 체면의식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체면의식은 빚을 지더라도 결혼식을 멋지게 해야 하고 형편에 맞지 않는 과분한 자동차를 끌고 다녀야 한다. 실상은 어떠하건 상관없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모든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학벌이나 외모가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의료시스템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의약분업과 보험수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의료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말도 되지 않는 수가가 책정되었고, 의료계는 비보험수가를 올리기 위해 성형수술에 전문과목을 불문하고 뛰어들게 된 것이다. 성형수술 열풍에 맞물려 이러한 수가 제도로 인한 의료계의 변화는 이미 예전부터 예상된 바였다. 그 결과, 한국은 예언대로 성형수술의 세계 최강국으로 떠오르지 않았는가.
 

사진_픽사베이


반면, 성형중독의 원인을 한 개인의 문제로 들여다보면, 현대인의 콤플렉스와 정체성의 혼란이 큰 역할을 한다. 성형수술 중독증에 걸린 어느 여성에 의하면 “성형수술이 부위별로 단계단계 실행될 때마다 내가 계획적인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삶의 의욕이 용솟음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성형수술을 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의 콤플렉스를 치유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고도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할 미용성형을 마치 유행처럼 간단하게 생각하여 수술을 받는다면, 그 결과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

누구나 자신의 얼굴과 몸매에 대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부분을 꼭 다 바꾸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개성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특정 연예인들의 옷차림이 대유행을 할 뿐 아니라, 얼굴과 몸매까지 따라 한다. 과연, 나 자신만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미국 일리노이 의대 교수 길먼은 ‘성형수술이야 말로 약속인 동시에 저주’라는 말을 했다. 성형수술을 인간이 하위집단에서 상위 집단으로 옮겨가려는 의식이라고 보았는데, 늙은 사람이 젊은 사람으로, 동양인이 서양인으로, 흑인이 백인으로, 소외 집단이 주도적인 집단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자율성과 용기를 증명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타고난 고유성을 무시하고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성형중독에 쉽게 빠지는 사람들과 면담을 해보면, 이들은 자신의 모습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자꾸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열등감에 빠진다. 결국,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한다.

 

이미 기원전 3000년 이집트에선 당시 기술로는 믿어지지 않을 수준의 성형 수술을 시행했다고 한다. 그만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것은 그다지 특별할 것도 문제가 될 것도 없다. 나쁜 소식은 대중의 미에 대한 욕망과 집착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고 그 정도도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모든 성형수술이 꼭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성형수술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고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우선, 성형은 마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형수술은 자신의 몸의 일부를 자신의 몸에 맞게 조화롭게 조정하는 것이지 수술을 받고 나면 내가 꿈꿔왔던 얼굴이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성형전문의와 상담이 중요한데, 상담을 통해 내가 수술 후 변화하는 모습에 대한 기대와 실제 실현 가능한 모습의 차이를 수술하는 사람과 수술받는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견적만 많이 들이면 누구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수술받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특정 연예인들의 얼굴의 예쁜 부분만 합성해서 하나로 만든 어색한 사진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은 아름다운 비례와 균형을 이루고 이것이 하나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지 특정 연예인의 코와 눈으로 수술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얼굴이 더 예뻐진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러한 착각은 비밀스럽게 성형수술을 결정하고 가족들에게 수술 자체를 숨기는 사람들에게 많이 일어날 수 있다. 성형수술은 가족의 공감과 지지를 필요로 하는 대수술이다. 성형수술을 같은 부위에 세 번 이상 받으려고 한다면 이미 성형중독으로 보고 가족은 수술을 말려야 한다.

성형중독에 빠지지 않는 방법 중에 또 하나는 의사를 잘 만나는 것이다. 성형외과 전문의인지, 수술 경력은 어떤지 충분히 알아보아야 한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충분한 상담 없이 수술을 서두르면, 수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또 다른 수술을 찾게 된다.
 

사진_픽셀


마지막으로, 성형중독을 부추기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는 누구의 잘못일까? 최근 성형 수술을 한 연예인들이 당당하게 방송에서 수술 여부를 인정하는 것이 유행같이 되어 버렸다. 대중매체는 성형수술에 대해 좀 더 균형 있는 관점을 제시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의 솔직한 태도만을 주목함으로써 점점 더 성형수술을 가볍게 여기는 대중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연예인도 이렇게 성공했으니 여러분도 성형 수술을 통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이 부쩍 늘어가고 있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외모에 따른 차별이 취업과 직결됨으로써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회사마다 사원 채용 선발과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함으로써 외모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형중독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자아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 제도 및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형수술에 집착하는 이면의 낮은 자존감과 우울, 대인기피 등 심리 성형이 더 시급하다. 이러한 심리의 변화와 자존감 치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형수술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외모에 절대 만족할 수 없게 되고 재수술의 희생자가 되는 것이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중에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하지만, 외모 말고도 인간관계, 성격, 특기, 경험 등 다양한 색이 합쳐져서 우리 각자 고유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자신의 독특한 색을 발휘하는 아름다움이 가장 인간답다.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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