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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의 결혼이야기 - 이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2.22 08:21

[정신의학신문 :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앞으로 주례자는 결혼식에서 예비 신랑과 신부에게 “두 분이 앞으로 이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신혼부부에게 적합한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되세요?

뜻하지 않은 폭력이나 외도 등으로 인해 이혼만이 해답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임상에서는 상당히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지키려는 의도로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절대 지울 수 없는 것이 외도와 폭력에 의한 상처이기 때문에 이혼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보상과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면서 위기를 극복하기도 합니다.

외도와 폭력도 질병이자 나쁜 습관이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해요. 암에 걸렸다고 배우자를 버리지 않듯이, 그런 상처와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 가운데 서로를 불쌍하게 여기다 보면 한 명의 배우자를 평생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결실이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 오는 부부들도 봤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부부들에게 억지로 참고 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결혼을 안 하려 하는 것은 주변에서 결혼해서 억지로 참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결혼한 사람들이 말해주지 않는 결혼이 주는 이점도 반드시 있습니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감격, 밥 먹을 때 혼자 먹지 않고 함께 함으로 덜 외로운 것, 집에 퇴근했을 때 배우자가 있을 때 얻는 안도감, 집이 파산했을 때 서로의 도움으로 충격이 흡수되었던 것 등 우리는 결혼이 주는 괴로움에만 집중하고 결혼이 주는 이득은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 같아요.
 

사진_픽셀


실시간 전화 상담 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가장 많았던 상담 내용은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요”였어요.

성인자녀에게 결혼을 독촉하기보다는 왜 결혼을 안 하려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줘야 하는데요.

결혼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고, 결혼을 할 만한 형편이 아닐 수도 있고, 또는 연애에 실패하다 보니 ‘내게 결혼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부모가 그런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을 수도 있고, 먹고살기 바빠서 결혼의 의미를 배울 여력이 없을 수도 있어요.

 

현실적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나면 두 젊은 부부에게 닥치는 일들은 깜짝 놀랄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연애할 때에는 몰랐던 생활방식의 차이가 피부로 느껴지는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습관이라든지, 친정부모에게 남편의 사사로운 일상을 전한다든지,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지속한다든지, 수면 습관이 너무 달라서 맞추기 어렵다든지, 너무 다른 성생활에 대한 기대감이나 맞벌이 부부의 역할 혼동,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성격차이, 의사소통의 차이 등이 결혼에 대한 기대감을 단 번에 무너뜨리죠.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 나서 예상치 않았던 위기들이 닥치면 모든 탓을 상대방과의 결혼을 잘못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요.

그러나, 결혼을 잘못한 탓만은 아닙니다.

사실 결혼이 힘든 것은 예상했던 일이에요. 스트레스 순위 10위 안에 들어있는 것이 결혼이니까요. 좋은 일든지, 나쁜 일이든지 환경의 변화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연애감정이 사라졌다고 해서 이 결혼이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로맨스는 오래가지 않는 감정일 뿐이니까요. 사랑으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부부가 불행해지는 과정을 보면, 남편은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아내로 인해 화가 나게 되고, 아내는 말로 해야 남편이 반성하고 더 도와줄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남편은 여자 하나 만족시키지 못하는 무능한 남자라고 스스로 좌절해서 상실감 때문에 시도조차 안 하게 돼요.

아내가 남편에게 “내가 저런 사람과 결혼해서 이게 뭐야?”라는 말은 결국 자신을 망하게 하는 거예요.

내 모든 것을 만족시켜줄 배우자가 현재 남편이면 가장 좋겠지만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나는 남편(아내)의 모든 것을 만족시켜 주는 배우자인가?’
 

사진_픽셀


부부 문제를 상담하다 보면, 어쩌면 서로가 이렇게 다를까 상담자도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상대에게 없는 부분을 내가 갖고 있고, 내가 없는 부분을 상대가 갖고 있죠.

누가 잘나고 못나고가 아니라, 서로 다른 거예요.

잘잘못을 가리기 시작하는 것은 잘못된 거예요.

혼자 살더라도 누구에게나 파산, 실직, 알코올 문제, 생활습관의 문제, 질병, 부모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생기는데 이것은 결혼을 잘못해서만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런 인생의 피치 못할 문제들이 닥칠 때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나갈 내 편이 있다’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서로를 탓한다면 될까요?

 

오래 사는 부부들과 오래 살지 못한 부부들을 관찰해보면,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은 굉장히 긍정적인 대화를 하고 서로를 칭찬해줘요.

결혼상담 전문가 Gottman은 부부가 사용하는 언어만 살펴보아도 그 부부의 이혼 확률을 90% 정도 예상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받아도 배우자의 한 마디 칭찬이 굉장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해요.

부부간 애정을 평생 지킬 수 있는 비밀 무기는 바로 언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무리 힘들어도 내 입에서 나가는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비밀 무기가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세요.

 

보편적으로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인정할 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받을 때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비난의 언어로 서로를 원망하면서 늙어갈 것인가, 서로를 격려하면서 친구처럼 닮아가면서 늙어갈 것인가.

선택은 각자에게 달려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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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lifestylist@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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