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재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실에서 간혹 예전에 다른 신경과에서 신경약을 드셨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을 뵙게 되는데요. 자세히 들어보면 신경과가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신과 약물을 드셨는데 그렇게 표현하시는 것임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 아직까지 정신과에 대한 사회의 편견 때문에 스스로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으셨다는 걸 심적으로 받아들이시기가 어려우셔서 그렇게 표현하셨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실제로 정신과와 신경과를 잘 구별하지 못하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으신 듯한데요.

오늘은 일반인들이 많이 헷갈려하시는 정신과, 신경과, 신경외과의 차이점과 각 과 의사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일단 신경과는 뇌의 기질적인 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진료과입니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표현하자면 신경과(neurology)는 신경학적인(neurological) 증상을 주로 진료하는 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신경학적 증상은 뇌의 기질적 이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편측 마비나 감각이상, 경련, 몸이 굳거나 떨리는 현상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신경과에서 진료하는 질환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중풍이라고 흔히 이야기하는 뇌졸중인데요. 그 외에도 파킨슨병, 뇌전증(간질), 어지럼증 및 말초신경의 질환으로 인한 손발저림 같은 증상들도 진료를 합니다.

 

이에 반해 정신과에서 주로 보는 질환들은 불안, 우울 같은 신경성(neurotic) 증상을 포함해 생각 또는 지각의 이상 등 심리-행동적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입니다.

물론 정신과에서 보는 질환들도 뇌의 이상을 동반하지만 CT나 MRI를 찍어서 병변이 관찰되는 큰 물리적 이상이라기보다는 현미경적 수준의 미세 이상 또는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적 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신경과는 신경이 예민할 때 가는 과, 정신과는 정신이상자들이 가는 과로 알고 계신데 이는 명백히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과거에 의사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중증 정신질환인 조현병(구, 정신분열병)에 정신과의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뿐만 아니라, 소아의 집중력 및 학습문제, 청소년의 또래관계 문제, 성인의 대인관계나 부부관계에서의 문제 등 사회가 정신과 의사에게 요구하는 영역이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분들, 특히 과거 정신과에서 정신병 환자를 위주로 진료하던 시절에 익숙해 계신 어르신들은 정신과는 정신이상자들이 가는 과라는 이미지가 남아있으신 듯합니다.

이러한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좀 더 부드러운 이미지로 다가가고자 정신과는 최근 수년 전 정신건강의학과로 과명을 개명하였습니다. 과명이 다소 길어 아직도 정신과로 줄여서 많이 부르긴 하지만 말이죠.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의 진료영역이 일부 겹치는 부분도 있는데 대표적인 질환이 치매입니다.

치매는 뚜렷한 뇌의 기질적 질환이기도 하지만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심리-행동적 증상들이 많이 나타나므로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함께 진료를 합니다.

제가 의과대학을 다니던 90년대만 해도 치매를 정신과에서만 가르쳤는데, 고령화로 인해 치매 치료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신경과 의사들도 치매를 적극적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인성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중풍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는 신경과 의사들이 기존에 중풍을 진료하고 있기 때문에 더 전문적으로 진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치매 외에도 두통이나 수면장애 역시 증상의 세부 양상에 따라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각자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성 두통은 정신과 의사들이 좀 더 잘 진료할 수 있고, 혈관성 두통은 신경과 의사들이 좀 더 전문적으로 진료를 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두통의 양상에 따라 진료과를 잘 선택해서 가시는 것이 최적의 치료를 받는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간혹 정신과를 신경외과와도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외과’라는 명칭이 붙으면 기본적으로 수술을 하는 과라고 생각하시면 틀리지 않습니다. 정형외과는 어깨, 다리 등 우리 몸의 뼈와 관련된 수술을, 흉부외과는 가슴이나 폐와 관련된 수술을 하듯이, 신경외과는 뇌나 척추 관련 수술을 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풍의 경우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신경과에서 진료를 하지만, 뇌혈관이 터진 뇌출혈의 경우는 수술을 해줘야 해서 신경외과에서 진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는 약물치료를 위주로 하는 내과계열의 진료과라면, 신경외과는 수술을 위주로 하는 외과계열의 진료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현대의학은 세분화가 많이 되어 있어서 의사라고 모든 질환을 다 잘 아는 것이 아닙니다. 의사들도 각자 자신의 전문 영역이 있으므로 자신의 증상에 대한 전문가를 찾아가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이 올바른 진료과의 전문의에게 최적의 치료를 받으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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