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행복하고 좋은 날이 계속되면 불안해요.

내가 이렇게 괜찮은 상태인데 실패를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져요.

그러면 저는 제 자신을 깎아내려요.

다시 기분이 안 좋아지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살아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어떡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사진_픽셀

 

답변)

보통 힘든 상황이고 삶에 고난이 닥쳤을 때 불안하고 우울해지고는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성공하고, 행복감을 느낄 때 불안한 감정이 올라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러한 고민을 이야기하면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배부른 소리로 치부할 수 있어서 더욱 혼자 끙끙 앓게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 본다면 전혀 이해 못할 감정은 아닙니다.

비유를 하자면 폭풍 전 바다가 고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바다가 지나치게 조용하면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글쓴이 분도 언제 다시 행복이 깨질지 모르기 때문에 도리어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것이지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명확히 파악해야 하지요.

왜 행복할 때 이런 불안한 감정이 심하게 발생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쩌면 글쓴이분이 자신은 행복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우연히 운이 좋아서 얻은 성취, 행복이기 때문에 지금의 행복은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행복을 유지하는 것도 일이고 능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것인데 자신은 그러한 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글쓴이 분은 어느 정도 답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깎아내리고, 기분이 안 좋아지면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살아간다고 하셨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적으셨지만 그것이 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지요.

뿌리 깊은 자기 비하와 낮은 자존감이 행복과 불행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내가 어떠한 성공을 이루어 냈다면, 이전에 비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그것 자체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능력이 부족하지만 운이 좋아서, 꼼수를 써서 얻어낸 결과이기에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를 위한 현실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친한 친구나 가족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어떻게 조언하고 위로해 줄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그 조언과 위로를 나에게 적용해 보는 것이지요. 

 

결국 문제는 행복이나 불행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나 자신입니다.

조금씩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부분을 인정하다 보면 지금보다 분명 상황이 나아질 것입니다.

빠르게 변하기 힘든 부분이기에 너무 조바심을 갖지 마시고, 여유를 갖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시길 기원합니다.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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