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용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이 불편한 느낌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뚜렷하게 알고 있습니다.

미술 실기시험장에서 심리적 압박 때문인지 춥지도 않은데 손을 덜덜 떨면서 힘겹게 시험을 치렀던 시점 이후입니다.
 

그 이후로 예를 들자면 스티커를 떼어내다가 끈끈이 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떼어내다 보면 어느새 숨이 막히고 생각이 멈춘 느낌인데 손은 계속 떼어내고 있다거나, 

그런 작은 것들- 바늘구멍에 실을 넣을 때 잘 안되거나, 열을 맞춰 자르는데 삐뚤어지거나, 손가락의 거스러미를 집을 때 어긋난다거나 한다면 

인지한 직후 급속히 숨이 아주 막히고 내 몸인데도 행동을 멈추기까지(마음을 평정심을 찾기까지) 조금 시간이 듭니다.
 

그와 연관된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많은 곳, 소음이 시끄러운 곳 또한 잘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술에 취한 장면처럼 시야와 정신이 혼미해지고 사고하기가 힘듭니다.
 

본래 하루 사과하나 먹을 정도의 우울증을 갖고 있었으나 현재는 식욕은 보통사람보단 없지만 가끔 먹고 싶은 것도 생겼고, 

높고낮게낮게 널뛰던 감정도 지금은 거의 높낮이가 직선에 수렴하게 될 정도로 무감각해졌기에 스스로 다스리게 되었다며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감출 수 있는 우울증과 달리 때때로 생활에 지장을 주는 문제가 생겨서 고민스럽습니다.


전자는 강박증 같은데 후자는 공황장애 같아서 제가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길벗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용진입니다.

숨이 막히고 멈춘 느낌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의지와 상관없이 지속되는 행동, 더불어 사람이 많은 곳이나 시끄러운 곳에서도 멍해지거나 어지러워지는 증상 때문에 힘들어하시고 계시는군요.

그리고 이것이 어떤 문제인지 궁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진단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현재의 증상이 강박장애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증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공황장애라고 진단하기에도 부족하긴 하지만 현재 느끼시는 어려움은 공황장애와 관련된 불안의 신체증상의 일종으로 설명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명확히 기억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시점이 가지는 심리적 의미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표면적으로만 본다고 하여도 글쓴이님께서 묘사하신 시점은 심리적, 신체적으로 많은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불안발작의 경우, 명확한 시점이나 이유가 없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큰 충격이나 스트레스(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시점 상황에서 느꼈던 불안과 신체적 증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가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상황과 불안의 경험은 자율신경계통의 혼란을 가져오게 됩니다.

심리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자율신경계통의 혼란과 민감해짐은, 정상적인 상황 같으면 느끼지 못하고 넘겨버렸을 작은 스트레스에도 반응하게 되고, 자율신경계의 이상반응은 신체적 두근거림, 호흡이 짧아지는 느낌, 가슴 답답함, 체온조절의 실패, 발한증가, 소화기장애 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이런 신경계통의 증상이 실제 건강상의 병을 야기한다거나 후유증을 야기하진 않지만 경험하는 순간만큼은 정도에 따라서는 ‘이러다가 죽을지도 몰라’라고 느낄 정도로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런 증상이 올까 봐 미리 불안해하면서 전전긍긍하게 되고, 또 힘들지도 모를 상황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위축시키면서 공황장애로 악화되어가게 됩니다.

 

현재 글쓴이님께서 증상을 느낀다고 묘사하신 상황은, 위에 설명한 것처럼 보통 상태라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답답함)가 유발되는 상황으로 생각되고, 그것이 현재 자율신경계 혼란을 겪고 계신 글쓴이님께는 말씀하신 증상을 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박적이라고 표현하신 행동은 아마도 의미는 없지만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나름의 의식과 같은 행동인 것 같습니다.

이런 가정 하에 생각해 본다면, 현재 글쓴이님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선 자율신경계통을 다시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이는 전문적인 치료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율신경계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작동하는 것이어서,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만으로는 안정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치료가 진행되면서 글쓴이님께서 느끼는 불안의 이면의 의미에 대한 이해도 동반되리라 생각됩니다.

 

관련하여 신체적으로 느끼는 불안증상의 심리적 의미에 대해서 잠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우울했는데 현재는 좀 나아졌다고 느낀다고 말씀하신 부분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우울하고 힘든 것을 당연히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그런 심리적 고통을 만들어낸 원인에 대해서 들여다보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매우 힘든 과정이어 지치게 됩니다.

하지만,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그 증상에 집중하고 걱정하면서 신체적인 불편감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될 뿐, 우울의 원인이나 해결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어져 일시적으로는 우울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우울하지 않기 위해서 신체적 증상을 만들어내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신체적 증상들이 심리적 고통을 가려버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우울한 자신의 고통과 원인을 무시해버리기 위한 방편으로서 신체적 증상이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향후 받으실 치료에는 이런 심리적인 접근도 함께 이루어질 것입니다.

현재의 불안과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고 그 이면의 우울감의 치료를 위해서도 꼭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방문하여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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