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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정신과 약물치료, 언제 중단해야 할까요?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2.11 03:51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강남 푸른 정신과 원장]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수능을 마친 대입 예비생입니다.

저는 원래 음대를 지망하던 학생이었어요. 피아노를 참 좋아했고, 그 길로 가려고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네요. 고등학교 3학년 기간 동안 레슨을 받으면서 참 많은 좌절을 경험했네요. 제가 능력이 그만큼 부족하단 걸 알게 되면서 후회, 자책이 밀려왔어요.
 

입시는 당연히 실패했고, 재수를 준비하면서도 괴로운 날들이었어요. 걸핏하면 자책하고, 작은 일에도 좌절하고, 하고 싶었던 음악을 결국 포기하게 되었어요. 준비하던 것을 내려놓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어떻게 시험을 준비하고 쳤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수능을 치고 나서는 식음을 전폐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시험 결과도 좋았을 리가 없었을 테고, 내가 앞으로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계속 고민했어요. 결국 친한 친구의 손에 끌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저에게 우울증이라고 했습니다. 2년간 고통스러웠던 날들이 결국 우울증이라는 한 단어로 간단하게  요약되더군요. 잠을 못 자고, 자꾸 눈물만 나고, 무기력한 날들이요.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복용해야 할 것 같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다행인 건 정신과 약과 상담이 큰 효과가 있었다는 거예요. 단 2주 만에 이전과 같은 좌절감이 사라지고, 매일 울고 싶던 마음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잠도 잘 오고, 아침에 느껴지던 불쾌감도 많이 사라졌어요. 그동안 망설였던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주 정도 지나고 나서 몇 년 전의 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행복해하던 모습. 이제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이제 고민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치료를 언제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겁니다.

약이 효과가 있는 건 알지만, 그만큼 저도 건강해져서 혼자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약은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적은 용량으로 먹고 있어요.

저는 치료를 언제 중단해야 할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입니다. 먼저 2년 동안 끝이 보이지 않았던 터널을 통과하게 되셨다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유와 과정이 어떠했든, 힘들었던 삶을 이제는 행복으로 채우시게 되길 바랍니다.
 

치료를 언제 중단하실지 고민하고 계시는군요. 의원에 방문하는 분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입니다. 치료는 언제 중단할 수 있을지, 약은 언제 끊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지요. 에둘러 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직접적으로 약에 대한 불신과 걱정을 드러내는 분들도 계십니다.

치료에 대한 고민이 드는 것은 당연히 그럴 법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치료라는 게 사실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제거하고, 낫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지요. 대체 좋아졌다는 말의 기준은 무엇인지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정신과를 한 번 다니기 시작하면 평생 다녀야 한다는 도시괴담(?)이 생겨난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저는 환자분들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현재 자신의 삶이 건강한 패턴으로 바뀌어져 있다면 약을 조금씩 줄여나갈 것이고, 결국 끊게 될 거라고요.

건강한 삶의 패턴이라 함은 이전과 같은 습관적 무기력감으로 인한 활동의 저하를 벗어나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며, 활력을 줄 수 있는 운동이나 활동을 병행하고, 또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왜곡된 사고 패턴을 스스로 잘 들여다보며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각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음을 뜻합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결국 질문자님의 삶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로 수렴하고 있다면 약물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2년의 과정이 참 힘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2년의 과정 동안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비난, 죄책감에 시달렸을 테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작은 사건에도 엄청난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눈’이 생겨났을 법합니다. 오래된 무기력감, 우울감은 타인을 대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할 용기를 빼앗아 갔으리라 생각해요.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일종의 패턴으로 바뀌어, 사람들을 피하거나 눈치를 보고, 왠지 주눅 들고 위축되는 느낌이 습관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조심스럽지만, 2년 동안 축적된 왜곡된 생각, 행동 패턴들이 단시간에 바뀌었을 거라 기대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다행히 약이 큰 효과가 있어 예상보다 빠르게 기분의 향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한 자신감과 희망을 경험하게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치료의 ‘끝’이라 여기고 치료를 중단하기보다 회복의 여정을 시작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기분의 회복은 많은 것을 가능케 하고, 이전과 다른 새롭고도 건강한 많은 시도를 도울 수 있습니다. 왜곡된 생각과 행동의 패턴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이전과는 다른 좀 더 건강한 방향을 선택하는 데도 기분의 회복은 필수적입니다. 치료 초기에 약물과 상담을 함께 병행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지요.

또, 2주 만에 빠른 회복이 나타났다면 아직은 생각과 행동 패턴의 변화보다는 약물 치료의 영향이 더 클 것입니다. 약물을 중단했을 경우 다시 증상이 빠르게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자의로 갑자기 약물을 중단하게 된다면 약물 자체의 금단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혹 결국 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심하셨더라도, 꼭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에 조금씩 약물을 줄여나가며 중단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또, 약물 치료를 중단하게 되더라도 당분간은 상담치료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수 있겠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멀리서 질문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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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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