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제 생각의 방향을 바꾸고 싶어요. 계속 죽음에 대한 생각(자살사고와는 달라요)을 하게 돼요.

가장 최근의 예를 들자면, '인X놀을 처방해 주셨군 - 이거 베타차단제지 - CYP2D6 기질이구나 - 니X피온이나 심X타 등과 함께 과다복용하면 위험하겠지 - 알코올이랑 같이 먹으면 더 위험하겠지.' 이런 식으로 사고회로가 돌아가요.

당장 죽고 싶었던 건 아니고 심지어 저 때 기분은 꽤 괜찮았어요. 기분과는 별개로 저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특히 약을 보거나 보드카, 자몽 착즙주스 같이 약 대사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볼 때 저도 모르게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돼요.

평소에도 자살사고가 드는 순간이 가끔씩 있긴 해요.

하지만 제가 정말 생명활동을 정지시키고 싶은 게 아니라 쉬고 싶다, 힘들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큰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때마다 머릿속에서 쳐내요.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저런 구체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어서 살짝 스스로가 불쾌해요.

생각을 깊게 하지 않게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군요. 다른 것도 아닌 죽음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떠나지 않아 더더욱 불편하고 불쾌하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이렇게 원치 않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떠오르는 것을 조금 전문적인 용어로 '침습적 사고'라고 합니다.

강박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같은 질환의 주요 증상이지만 꼭 병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중독적인 CM송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것도 일종의 침습적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님에게는 '죽음'이 이 CM송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샘이지요. 

 

이렇게 침습적, 혹은 강박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생각을 원하고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사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면 이 생각이 나와 맞지 않기 때문, 즉 죽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질문자님은 현명하게도 자살사고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특별한 메시지나 신호로서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무의식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 그중 쓸데없는 대부분의 생각은 머릿속에서 걸러지게 됩니다. 어떠한 이유에서, 혹은 그냥 우연히 걸러지지 않은 생각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지요.

일종의 찌꺼기입니다. 음식물 찌꺼기가 요리에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생각의 찌꺼기 역시 그냥 버려지면 되는 것일 뿐입니다.

 

침습적 사고는 그 생각을 없애려 하고 의식적으로 걱정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합리적 이유를 찾으려고 하면 도리어 그 생각이 떠오르고 강해지게 됩니다.

'이제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하는 순간 죽음이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도리어 죽음에 대한 생각을 그냥 있는 그대로 놓아주려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치 아무 관심이 없고 흥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래는 Winston과 Self가 쓴 '침습적 사고를 극복하는 방법'에 나와있는 몇 가지 방법들이니 한 번 적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침습적 사고'라는 이름을 붙이세요.
2. 이러한 생각은 자동적이고 내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세요. 
3. 그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도록 허용하세요. 머릿속에서 몰아내려고 하면 안 됩니다.
4.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돌아다니도록, 그 상태로 시간이 흘러가도록 허용하세요.
5.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명심하세요.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세요. 급할 것이 없습니다. 
6. 그러한 생각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세요.
7. 어떠한 일을 하다가 그 생각이 떠올랐다면, 불안함이 지속되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을 계속하세요.

 

적용하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몇 주만이라도 꾸준히 시도해 본다면 분명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짧은 글이지만 질문자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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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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