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 여성입니다. 제목 그대로 우울증을 앓고 있어 너무 힘들고 이겨낼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저는 10년을 우울증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중간에 조금 나아졌던 적이 몇 년 있지만, 그때도 여전히 죽음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우울증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시간이 지나 다시 심해져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자해를 하고 여러 번 자살시도를 하였습니다.

집안에도 그 어느 곳에도 알릴 수가 없습니다. 정신병원을 가자니 가족 중 관련 분야의 일을 하시는 분이 있어 쉽게 들통나 그럴 수 없습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 그만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네요.

도와주세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더 버틸 힘이 없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나아질 희망이라도 주세요.

 

불면증이 있어 잠을 잘 못 잡니다. 두어 시간 내내 자면 그게 그나마 좋은 상태고, 20~30분마다 악몽을 꾸고 깹니다.

거식증이 있어 잘 먹지 못하고 먹어도 토하기 일쑤입니다. 운동을 할 힘도 없고, 몸이 안 좋아 운동하지 못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라는 그 말을 듣기 힘들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저를 부디 도와주세요. 마지막 남은 희망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쓰신 글을 읽어보니 현재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일상적인 우울감과 질병으로써의 우울증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우울감은 긍정적으로 마음먹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우울증은 생각과 환경의 변화로 쉽게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우울감으로 직업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경우는 드물지만 우울증에 빠지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습니다.

 

질문자님은 단순 우울감이 아닌 우울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본인의 의지와 생각, 습관의 변화로 극복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정신과적 상담과 약물 복용이 필요한 것입니다. 

 

가족 중 관련 분야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정신과에 가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본인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질문자님의 진료기록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보험가입 후 보험금 수령 시 진료기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조차 걱정이 되신다면 비보험으로 진료를 받거나 단순상담기록인 Z코드로 진단명을 넣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감정의 질병입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좋아졌다가도 나빠지고 다시 좋아지고 하면서 요동을 치는 것처럼 우울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너무 힘들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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