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홍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인이 되면 잠이 줄어드는가?

노인이 되면 잠이 없어진다는 말을 한다. 또 초저녁잠이 많아진다는 말도 한다. 이 모두 경험에서 나온 말이니 상당 부분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잠을 적게 자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정신적 질환이 없고 특히 수면 장애가 없는 노인들은 젊은 성인과 거의 다름없는 잠을 잔다.

즉 젊은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이 일곱 시간이라고 한다. 노인의 야간 수면시간은 일곱 시간에 못 미친다. 그 대신 노인들은 낮 동안 짧게 낮잠을 자거나 존다. 그렇게 조는 시간까지 모두 합치면 24시간 동안의 수면시간은 일곱 시간에 근접한다. 노인의 야간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상당 부분 낮잠의 영향 때문이다.

노인의 수면은 수면과 각성의 구분이 불명확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즉 깊은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깨어 있음’ 즉 각성이 들어가고, 명료한 정신으로 깨어 있어야 하는 시간에 ‘수면’이 끼어 들어가는 것이다. 검은 바둑알을 잠, 흰 바둑알을 깨어 있음이라고 할 때, 검은 바둑알 통(밤)에 흰 바둑알(깨어 있음)이, 흰 바둑알 통(낮)에 검은 바둑알(잠)이 섞여 있는 셈이다.

바둑알이 잘 정리되어 있는 젊은 사람의 수면에 근접하도록 하기 위해서 낮 동안 ‘확 깨워야 한다’. 밝은 빛(태양광)에 노출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최근에 생기는 노인요양원들은, 노인들이 실내에서도 태양광에 접할 수 있도록, 자연채광이 잘 되도록 설계하여 낮 동안 졸음을 줄이고 야간수면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밤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노인들은 낮에 야외에서 볕을 보며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사진_픽셀


노인에게 초저녁잠이 많은 이유는?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나?

노인이 되면, 즉 65세를 넘어가면 초저녁잠이 많아진다. 여기에는 생리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 몸속에는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있는데 나이가 들면 그 생체시계도 늙는다. 그래서 하루 수면주기가 짧아지면서 잠이 오는 시간이 빨라진다. 이를 수면위상전진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필요한 수면시간은 일정한데, 초저녁에 잠을 자게 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2~3시간 자고 자정 무렵에 깨게 된다. 그리고 다시 잠들지 못하면서 불면증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이 문제는 생체시계의 노화로 잠을 오게 하는 뇌내 물질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빨라지면서 생기는 것이다. 초저녁잠이 시작되는 오후 6~8시 사이에 밝은 빛에 노출시키면 멜라토닌 분비를 늦출 수 있다. 밝은 빛으로 생체시계를 다시 맞추는 것을 ‘광치료’라고 하며, 개인용으로 쓸 수 있는 장비들이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

 

- 코골이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기면증에 대한 종합보고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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