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오중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서운한 게 있었다고 합시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주로 어떻게 행동하시나요?

1.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참아내나요?

2. 직접 표현하지 않고 서운하게 한 것에 대하여 은근히 다른 경로로 복수를 하나요?

3. 아니면 직접 그 사람에게 “이러이러한 이유로 서운했다.”고 직접 말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나요?

사람들마다 이런 경우에 행동하는 방식은 다를 겁니다. 사실 주로 자기가 자라온 환경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지요. 어린 시절 자신의 가정에서 부모님이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보고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결국 대인관계도 다 보고 배워서 하는 것이니까요. 나의 부모님이 서로 어떤 식으로 소통했는가 하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의사소통을 솔직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그렇지요.

위의 1~3의 보기 중, 1은 생각보다 해롭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행동이 나를 서운하게 했을 때, 서운한 감정을 내 마음에 쌓아놓게 되기 때문이지요. 쌓아놓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일부 영적으로 각성된 성인(saint)의 수준에 이르지 않은 사람인 바에는 감정이 쌓이게 되어 있고, 쌓아 놓은 감정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계속 나쁜 감정을 쌓아놓기만 하다 보면, 나중에는 자신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못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억압된 감정은 흔히 우울증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1처럼 행동하게 되는 사람의 경우, 흔히 어린 시절에 자신의 부모에게 감정적으로 희생해야 했던 경험이 많습니다. 부모에게 화나거나 서운한 게 있을 때, 이를 표현을 했다가는 크게 혼나는 분위기였다거나, 어느 날 표현을 했는데 부모가 약하여 그 말을 듣고 너무 힘들어해서 곤란했던 경우,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게 되면 감정 표현을 하지 않고 참아내는 습관이 들 수밖에 없지요. 어떤 경우는 생존을 위해서 참아내기도 합니다.

감정은 표현되는 게 좋습니다. 솔직하게, 어떤 부분에서 감정이 상했는가를 구체적으로 표현할수록 더 좋습니다. 오해의 가능성이 줄어드니까요.

 

위의 보기 중 2의 경우는 표현은 하지 않되 다른 경로로 복수를 하는 경우인데, 만약 부부간에 이런 의사소통 방식을 쓰면 이혼하기 십상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부인이 남편에게 화가 났습니다. 남편의 A라는 행동 때문이지요. 그런데 부인이 이것을 “당신의 A라는 행동 때문에 화가 났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B라는 행동을 통해서 은근히 복수를 합니다.

만약 이 시점에서 남편이 그나마 성숙한 사람이라서 부인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사실 A라는 남편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나서 B라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부인이 표현하게 해 주면 그래도 의사소통이 투명해져서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남편이 부인과 같은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면, 남편은 부인의 B라는 행동에 의해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C라는 다른 행동을 통해 은근히 복수를 합니다. 그러면 부인은 D라는 행동으로 복수를 하고, 남편은 여기에 대응해서 E라는 행동으로 복수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되어서 정신과에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런 경우 실타래가 엉킬 대로 엉켜서 어디부터 엉켰는지 찾기가 힘듭니다. 그나마 상담하러 오시는 분은 그런대로 푸는 방법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저런 상태로 그냥 10년쯤 지속되고 나면 서로 이해도 해 보지 못한 채 갈라서게 되기 쉽지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은근히 공격하는 방법을 쓰면 서로 간에 기싸움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자신이 가진 힘을 통해서 최대한 상대방을 괴롭히는 시합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공무원 사회에서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수혜자인 주민들이 되겠지요.
 

사진_픽셀


의사소통을 솔직히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위의 보기 중에는 3번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말을 듣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대화의 경험이 많이 않은 사람들에게 3번처럼 하긴 생각보다 힘들어요. 용기도 많이 필요하고요. 그러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3번처럼 소통하는 게 필요합니다.

왜 3번처럼 하는 게 좋을까요?

먼저 상대방이 자신의 어떤 행동으로 나를 서운하게 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은 독심술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무심코 한 어떤 행동이 나를 서운하게 했는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3번처럼 말해주면 상대방이 자신의 어떤 행동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지 알게 되지요.

그리고 3번처럼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면, 내가 상대방의 행동의 동기 등을 오해하고 있었던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상대방의 입장을 내가 이해하게 되어서 서운함이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3번처럼 이야기를 해야 내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표현을 못했을 때, 표현 못한 감정이 내 마음에 주는 부담은 생각보다 커요. 말을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져서 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3번처럼 서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어 잘 맞추어 갈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감정 표현은 ‘말’로 표현해야 합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를 모욕하는 등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표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당신의 이러이러한 행동으로 내가 이러이러한 감정이 들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표현할 뿐입니다.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의사소통 잘하고 계신가요? 건강한 조직, 건강한 내 마음을 위해서 의사소통 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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