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뇌과학적 설명 3.

사랑과 아름다움을 위해 지나이다 세레브랴코바 : 자화상 화장대 앞에서

그때 불현 듯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게 내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기억 속의 상이 아니라 하나의 환영처럼 그녀는 내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처음으로 나는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예쁜 소녀의 경우처럼 첫눈에는 우리를 눈부시게 하지만 얼마 안 가 봄날의 꽃처럼 흩날려 가는 그런 색채나 형태의 아름다움이 아니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모든 본질이 조화된 모습이었습니다. 하나 하나의 움직임이 진실이요 전체가 정신화된 표현이며, 육체와 정신의 완전한 융합으로서 그것을 바라보는 이에게 행복감을 주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 사랑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고전, ‘독일인의 사랑’ 중에서,,,

 

모든 예술과 문학에서 사랑은 아름다움에 대한 극적인 묘사로 시작된다. 또한 아름다움이 변질되면서 사랑은 막을 내린다. 예술과 문학에서만이 아니다. 실제로도 사랑은 아름다움으로부터 시작된다.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와 더불어 4대 시성이라 불리는 단테도 베아트리체의 아름다움에 한 눈에 반해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아름다움이 변질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단지 먼발치에서 밖에 바라볼 수 없었던 단테의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신생’과 ‘신곡’에서 말하는 영적인 교감, 영혼의 이끌림일까? 거창하게 아름다움을 표현하지만 그냥 한 눈에 예쁜 것, 그것이 곧 사랑이다.

 

사랑에 관한 한 연구를 살펴보자. 실험 참가자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과 참가자와 전혀 관계가 없는 예쁜 사람의 사진을 보여 준 후, 뇌의 어떤 부위가 반응을 하는지 뇌기능 영상 촬영을 해서 비교해 보았다. 예쁜 사람을 바라 볼 때, 쾌감과 기쁨, 성적 욕망, 중독 등과 관련된 보상 영역(medial insula, anterior cingulate, hippocampus, striatum, nucleus accumbens)과 유대, 애착과 관련된 영역이 활발해지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영역이 둔화되었다. 이렇게 예쁜 사람을 바라 볼 때 반응하는 뇌의 영역과 경로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 볼 때의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아름다운 사람은 상대의 마음속,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아름다운 사람은 상대의 마음속, 강렬한 성적 욕구를 자극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는 곧 아름다움은 사랑이라는 말이다.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눈이라는 감각계를 통해 들어온 자극 가운데, 뇌의 시각 영역에 기록된 것만을 ‘본다’. 이는 보는 것만이 아니라 냄새를 맡는 것, 맛을 보는 것, 피부로 느끼는 것 등 모든 감각계를 통해 들어온 정보들 모두에 해당한다. 뇌의 활동이 곧 인간이 지각하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 그 자체라는 말이다.

하지만 뇌는 이러한 자극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구분하는 모듈이 없다. 이러한 구분은 단순히 ‘기억’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자극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현실과 가상현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영화 ‘토탈 리콜’에서 하우저(아놀드 슈워제네거)는 화성에 여행을 가는 가상체험을 신청한다. 하우저 자신이 이 화성 여행이 현실인지 가상현실인지 구분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화성에 여행을 가는 가상체험을 신청했다는 ‘기억’뿐이다. 가상현실 서비스 제공 회사 ‘레컬’은 여기에 간단한 조작을 통해 이 가상체험이 실제라고 믿게끔 한다. 화성에 여행을 가는 가상체험이 기계 오류로 인해 진행할 수 없다는 단순한 가상현실을 덧입히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조작으로 하우저 자신이 가상체험을 하고 있다는 ‘기억’에 왜곡을 주게 되고, 화성 체험은 하우저에게 실제가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을 통한 뇌의 반응과 사랑하는 사람을 통한 뇌의 반응이 같다는 말은 아름다움에 의해 느끼는 바와 사랑에 의해 느끼는 바가 같다는 것이고, 논리적인 비약을 조금 더 하자면 아름다움이 곧 사랑이라는 것이다. 다른 것은 오직 상대방이 처음 보는 예쁜 사람인지, 사랑하는 사람인지 자신의 머릿속 ‘기억’에 의한 차이 뿐이다.

 

그럼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에 빠질 때 남자는 시각과 관련된 영역이 활발해진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남자는 유전적 질환이 없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를 한 눈에 고를 수 있어야 했다. 이런 진화론적 방향은 뇌 속에서 사랑의 메커니즘을 만들어 남자로 하여금 ‘예쁘다’는 기준을 각인 시켰다. 수많은 미디어에 의해 아름다움에 관한 기준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좌우 대칭적인 얼굴(즉, 유전적인 질환이 없다)과 7:10의 허리 엉덩이 라인(-> 연령이 낮고 건강상태가 좋으며 임신확률이 높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은 여전히 아름다움의 상징인 것이다.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즐거움이다. 그 사랑스러움은 더해지고, 허무로 끝나는 법이 없다.

- 존 키츠

 

그렇다. 남자들이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예쁘고 아름답다는 것에는 이렇게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

 

 

신경생물학(Neurobiology)이 바라본 ‘사랑’

- ‘사랑’의 뇌과학적 설명

1. 사랑은 미친 짓이다?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253

2. 여자는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가?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281

3.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

4. 모성애와 낭만적인 사랑은 어떻게 다른가?

5. 사랑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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