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뇌과학적 설명 2.

사진 픽사베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여자는’이라는 단어를 치면 자동 검색어에 ‘여자는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가 나온다. 조금 참고, ‘여자는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가?’로 검색을 하면 ‘여자는 유머러스한 남자를 좋아한다, 여자는 매너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여자는 잘 생긴 남자를 좋아한다, 여자는 능력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등 여러 검색 결과가 나온다. 온라인의 세계에서는 소위 연애 고수들이 말하는 여자가 좋아하는 수많은 유형의 남자들이 나오며 또한 이런 유형의 남자가 되어 여자를 공략하는(?) 법을 소개한다.

 

여자! 과연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가?

 

인간들은 ‘어떤 사람이 자신이 사랑해야 할 사람인지’(이후로는 짧게 ‘이상형’이라고 하자)에 대한 개념을 무의식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좋은 배우자를 실수 없이 고를 수 있어야 좋은 유전자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좋은 배우자를 고르기 위한 이런 진화론적 방향은 뇌 속에서 사랑의 메커니즘을 만들었다. ‘이상형’을 만나 사랑에 빠질 때 반응하는 뇌 속의 영역이 있다. 재미있게도 이 영역은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

남자는 사랑에 빠질 때 시각과 관련된 부위가 격렬히 반응한다.(다음 편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에서 자세히 소개하겠다.) 이에 반해 여자는 기억과 관련된 뇌의 영역, 특히 대상회(cingulate gyrus) 부위가 활발히 작동을 한다. 시각, 청각, 체감각 등의 연합감각들이 들어가서 이 대상회를 매개로 하여 해마로 가면 기억이 형성된다. 여자가 사랑에 빠질 때 이 대상회를 포함한 뇌의 기억과 관련된 영역이 활발히 작동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와 기억 속에 저장된 이 사람에 대한 정보를 통해 이 사람이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인지, 신뢰성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무언가를 약속하고 그것을 지켜주었는가? 상대방이 좋은 아버지가 되어, 자신과 아이를 잘 보살펴 줄 것인가? 이것은 외관으로만 판단하기 힘들고 기억에 의존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매우 힘들다. 인류는 약 400만 년 전부터 직립보행을 시작했다. 자신의 체중을 두 개의 다리로 지탱하기 위해 인간의 골반 형태가 크게 바뀌면서, 아기가 태어나는 산도를 크게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생겨났다. 또한 당시에 인간의 뇌가 비약적으로 커지게 되면서 아기의 머리 크기 역시 커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아기가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 배속에서 기르지 못하고 미숙할 때 낳을 수밖에 없었다. 미숙한 아기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남녀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런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여자는 충실한 남자를 만나야 자신과 아기를 지킬 수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마초타입의 나쁜 남자들이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드라마와 연애 소설이 만들어낸 착각일 뿐이다. 여자들은 성적으로 매력이 넘치는 남자를 넘어서 부드럽고, 섬세하며, 자신을 얼마나 잘 돌보아 줄 수 있는지에 본능적으로 사랑의 감정이 생겨나게 된다. 자신을 잘 돌보아 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신뢰’이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의 St. Andrew 대학에서 행한 실험에서 이것이 입증되었다.

 

그럼 어떻게 믿음을 주는 남자가 될 수 있을까?

비밀은 뇌 속의 옥시토신에 있다.

 

들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살펴보자. P종의 들쥐는 일부일처의 생활을 한다. M종의 들쥐는 난잡한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P종의 들쥐로부터 옥시토신을 차단해버리면 일부일처의 생활을 버리고 난잡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다시 옥시토신을 주입하면 sex를 통한 보상이 없더라도 자신의 배우자에게 충실한 생활을 한다. 이에 M종의 들쥐 역시 옥시토신을 주입하면 일부일처의 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M종의 들쥐는 생체 내에 옥시토신 수용체가 없기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남자가 sex를 할 때, 애착과 관련된 사회적인 행동을 할 때, 시상하부, 뇌하수체를 통해 피 속으로 분비된다. 여자는 sex를 할 때뿐만 아니라 낭만적인 사랑을 할 때, 아기를 출산하고 젖을 먹일 때 옥시토신이 분비 된다. 옥시토신은 애착과 사회적 맥락에서의 배움과 기억에 관여한다. 옥시토신은 사랑과 관계의 호르몬인 것이다. 옥시토신은 남자를 충실한 남편으로 만든다. 또한 믿음이 가는 남자는 여자의 옥시토신 분비를 자극한다. 믿음을 주는 남자는 여자의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관계 맺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옥시토신이 남자 스스로를 믿음직스럽게 만들뿐 아니라 배우자의 옥시토신 분비 역시 자극하여 사랑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자! 믿을 수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여자! 옥시토신이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신경생물학(Neurobiology)이 바라본 ‘사랑’

- ‘사랑’의 뇌과학적 설명

 

1. 사랑은 미친 짓이다?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253

2. 여자는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가?

3.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

4. 모성애와 낭만적인 사랑은 어떻게 다른가?

5. 사랑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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